[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창밖/신진련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창밖/신진련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7.05.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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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신진련(1961~)


대평동 선박 수리조선소
독에 올려 진 아픈 어선 한 척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낯선지 
식은땀 흘리듯 녹물을 뱉고 있다
메마를 일 없던 갑판 위로
웅웅 선원들 목소리가 빈병처럼 맴돈다
이름이 지워져가는 저 배도
한때는 움직이는 섬이었을 것이다
감긴 닻 쇠줄을 붙잡고 있는 불가사리는
누가 남긴 손자국이었는지 
바다를 실어 나르느라 
몸에 낀 물때도 벗기지 못한 채
늙은 아버지처럼 아파서야 
겨우 뭍에 올라온 배
깡깡 쇠망치 소리에도 곤히 잔다
만선을 꿈꾸는지 코골며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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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부산 자갈치시장과 바다를 사이하고 마주보고 있는 선박 수리조선소를 깡깡이마을이라고 불렀다. 항해를 마치고 조선소 독에 올라온 선박에 붙은 조개류와 녹 등을 쇠망치로 제거할 때 깡깡깡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이 단순 노동은 대부분 ‘깡깡이 아지매’로 불리는 중년 여성노동자의 몫이었다. 조선업 쇠퇴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수리조선소. 부산 근대산업의 유산과 역사문화 자원이 되었다. 그러면서 신진련의 시편 속에 서정 예술로 꽃피게 되었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