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 “문화로 활기가 넘치는 인천, 시민과 예술가 섬기며 만들어가겠다”
[인터뷰]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 “문화로 활기가 넘치는 인천, 시민과 예술가 섬기며 만들어가겠다”
  •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5.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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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프로젝트’ 내년 실행 예정, 월 5천원으로 ‘문화기부자’ 될 수 있다”

‘문화성시 인천’. 최근 인천시가 내세운 목표다. 문화로 흥하는, 문화가 발전하는 인천을 만들겠다는 것이 인천시의 목표다. 한때 문화의 불모지로 불렸던 인천. 그러나 최근 우리미술관을 비롯해 한국근대문학관, 아트플랫폼 등이 생기면서 인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무렵 등장한 인물이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다. 근 40년만에 그는 고향인 인천에 돌아와 ‘문화성시 인천’을 만들 수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문화행정전문가로서는 인정하지만 인천이 고향이지만 지역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그가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천문화재단 대표로 낙점된 그날부터 인천 시내 곳곳을 돌고 또 돌고 사람들을 만났다. 취임 몇 개월이 지난 그에 대한 지역 여론은 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로 돌아섰다. 그가 추진하고자 하는 일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설득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목표는 이것이다. ‘문화가 도시를, 시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꼭 보여주겠다’

▲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  사진=정영신 사진가

그의 바람은 점점 현실이 되는 듯하다. 개항지는 예술의 공간이 됐고 원도심에는 거리 공연이 계속되는 예술 공원이 탄생한다. 인천의 문화시설을 집대성한 ‘인천 뮤지엄파크’, 인천의 섬을 특색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섬 프로젝트’로 실현 직전 단계까지 왔다. 바야흐로 인천의 문화 발전은 어쩌면 지금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이제 그 시작을 앞둔, 실행을 위해 몸풀기를 하며 계획을 짜고 있는 최진용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차례다. 그는 인천문화재단을 찾은 기자 일행에게 근대문학박물관, 아트플랫폼 등지를 돌면서 현장이 돌아가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려 애를 썼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극장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친 후 노원문화예술회관, 의정부예술의 전당 사장 등을 거치면서 그가 보여준 그 모습 그대로 였다. 현장의 예술가들, 관객들과 소통에 그 누구보다 바지런했던 현장중심 문화경영자, 그가 최진용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12월에 취임하고 5개월 정도 지났다. 그간의 소회를 밝히자면

40년만에 인천에 돌아왔는데 처음에는 낯설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역시 살았던 곳이라 아는 사람도 많고 사람과의 관계도 편하고 일하기도 편하다(웃음). 사실 일 자체는 어려운 부분이 없는데 사람과의 관계를 푸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그런 점에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참 편한 것이지. 
 
송도의 공연장과 연습장, 만석동의 우리미술관, 강화도 역사문화센터 등 총 13개를 소관하고 있다. 근대문학관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근대문학관은 수도권의 거점문학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전의 인터뷰 등을 보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원도심' 이야기를 많이 했던데

크던 작던 극장이 많이 생기고 인구도 많아지면서 원도심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신도시가 들어서게 되면 그곳이 빌딩숲이 되는데 그곳에 문화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빌딩으로만 이루어진 신도시를 국제적인 도시의 품격을 갖추는 곳으로 만들려면 결국 문화가 있어야한다. 센트럴 파크를 예술공원화하고 그 곳에서 '찾아가는 공연' 등을 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문화로 국제도시를 만들어낸다면 낙후된 도시도 문화를 통해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다

인천에 168개의 섬이 있는데 송도하면 '펜타포트'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 않나. 곳곳마다 음악캠프, 웹툰캠프 등을 하는데 이 섬들의 특징을 살려 각 섬마다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음악의 섬', '만화의 섬', ‘미술의 섬’, ‘시의 섬’ 같은 것으로 만들고 캠프도 계속 진행하는거다. 

만화의 섬 같은 곳은 안내판도 글이 아닌 만화 캐릭터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미술의 섬은 조각공원을 마련하면서 관광객들이 얼마든지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곳을 만들려 한다. 만화가들의 집, 만화전시관 등도 만들려한다.

옹진군에서 일단 만족을 표시했고 ‘아이디어가 되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한 곳이잘되면 다른 곳에서도 분명히 하고 싶어하고 자원을 요청할 것이다. 군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관심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금은 일단 준비 기간이다. 올해까지는 계획을 잡는 기간으로 잡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을 하려고 한다. 군에서도 호응이 좋으니 인천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획을 잘 세워 내년부터 실제화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 최진용 대표가 '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영신 사진가

인천뮤지엄파크는 잘 준비되고 있는지?

송도에서 가까운 지역에 시가 소유하는 부지가 있다. 여기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지어지고 자연스럽게 여러 부대시설도 만들어질 것이다. 아틀리에나 작은 미술관, 기타 다른 시설들이 갖춰지고 중앙공원, ‘컬쳐 스퀘어’ 등도 추진하고 있다. 금년 말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고 또 세계문자박물관이 들어선다. 이는 인천시가 아닌 정부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 하드웨어가 갖춰져야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우선은 작게나마 극장이 생기고 미술관이 생기면서 조금씩 문화시설들이 등장하게 된다면 크게 달라질 것이라 보고 있다. 

문화재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지원’인데 ‘쏠림 현상’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예산 중 150억이 정부의 문예진흥기금에서, 100억이 인천시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소한 250~300억은 확보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 돈이 변함없이 나오기 때문에 크게 불만은 없다. 시 위탁 사업의 경우 우리가 아닌 인천시의 재산이다. 우리는 운영만 하고 있는 것이 좋다. 경상경비가 적기에 운신의 폭이 크다는 점도 장점이다.

취임 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더불어 본부를 더 늘렸다

문화사업본부 내에 있던 한국근대문학관을 독립시켰다. 계속 확장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강화역사문화센터가 나왔고 개항지를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취지로 개항사업본부를 만들었다. 물론 이것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닌데 다행히 시에서 이를 인정해줘서 본부를 늘려 일할 수 있었다.

성공할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잡음없이 잘 끝났다. 피 흘리지 않고 손잡고 같이 가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렇게 했다. 그게 직원들과의 약속이었다. 인사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언론들이 캐려 했지만 결국 없었다(웃음). 성공이었다.

아트플랫폼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아트플랫폼은 근대 개항기 건물, 30~40년대에 건설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조성된 복합문화예술 공간인데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예술 창작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34명의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있는데 이들이 스스럼없이 협업을 하고 있다. 모인 작가들끼리 잘 어울린다. 화가와 극단이 어울리면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 8기 입주작가들의 프리뷰 전시인 ‘IAP 단편선’을 끝냈는데 이번에 입주한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위주로 전시했다. 전시를 보는 이들이 이들의 작품 세계를 궁금해하며 다음에도 아트플랫폼에 와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한 것이다. 전시와 연계된 세미나나 각종 공연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아트레인’이라는 기부프로그램도 있던데

지난해 ‘문화기부 1위’ 도시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발족해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금년에 2천명 정도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돈을 기부하기 보다는 소액으로 운영하고, 많은 지역 회원들이 참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월 5천원 만으로도 ‘문화 기부자’가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사실 혜택은 없다. 하지만 기부자 관리를 철저히 하려하고 있다. 대표이사 이름으로 기부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좋은 기념품을 만들어 기부자들에게 드리려고 한다. 인천시향 공연 등에 기부자들을 초청하려고 하고 있다. 요즘은 기부자들에게 명절 선물이나 기념 파티를 연다는 이들도 있다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못하지만 ‘문화기부 1위’를 만드는 기부자들 관리를 잘하려하고 있다. 월 5천원만으로도 문화 기부자다.

▲ 최진용 대표는 '문화로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사진=정영신 사진가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띈다

1년에 네 차례 CS교육을 하고 있다. 은행이나 백화점보다 더 친절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불친절 사례나 개선요구 사항을 받아들이고 문화예술인들이 서류 제출 등에서 곤란을 겪는 일이 생기면 우리가 도와주는 일도 하고 있다.

서류 제출 과정이 사실 까다롭잖나. 이를 몰라서 허둥대는 예술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그들을 돕고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직원 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낮게, 겸손하게 시민과 예술가를 섬기면서 나아가려고 한다.

임기 중 ‘이것만은 꼭’ 이루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문화가 시민에게 위안을 주고 도시가 발전되게 한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 지금 재단이 있는 이곳도 아트플랫폼과 한국근대문학관이 들어서고 개항지가 문화공간이 되면서 항상 거리축제가 열리는 문화의 도시가 됐다.

문화가 도시와 도시인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삶이 즐거워지고 도시를 살아나게, 매력적이게 만든다는 것. 그것을 시민들의 눈으로 꼭 확인시키고 싶다. 끊임없이 거리 축제를 열며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인천문화의 미래를 예상해본다면

지난해 인천시장이 ‘문화성시 인천’을 선언했다.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시기에 대표가 된 것 같다(웃음). 문화지원, 특히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이 잘 이뤄지면서 인천이 문화의 불모지에서 조금씩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간석동에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낙후됐던 도시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도시가 예뻐지고 골목길이 그림으로 이뤄지고 작가들이 전등을 달아주는 모습이 좋다. 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알게 하고 문화가 이처럼 즐거울 수 있는가를 불모지에 있던 사람들에게 느끼게 한다는 것이 좋다. 그렇게 구석구석 문화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문화로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