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나의 생각이 철창을 부수지, 생각은 자유니까"
[공연리뷰] "나의 생각이 철창을 부수지, 생각은 자유니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5.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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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각의 자유', 김재엽 연출가의 '솔직함'이 극과 주제를 살린다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 중인 연극 <생각은 자유>는 이 극을 쓰고 연출한 김재엽이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겪은 실제 상황들을 고스란히 무대에 올린 연극이다.

그는 베를린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하며 틈틈이 연극을 보는데 그 속에서 그는 독일의 '공공극장'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자유연극', 그리고 과거 독일에서 간호사로, 광부로 일했던 한국인들을 만나면서 '난민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 김재엽 연출가의 <생각은 자유>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이 연극은 우선 무대의 측면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흔히 연극은 무대 중심이 주가 되지만 이 연극은 초반 한국에서의 에피소드가 무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측면에는 극중에 나오는 유명한 말들과 소개됐던 자료들이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연극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김재엽 연출가는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여기, 사람이 있다>로 호평을 받았지만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직접 이 연극을 보러온 것을 보고 단순히 용산 참사를 '소재'로만 삼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이는 극중에서 그대로 나온다).

이후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독일 체류와 전작 <검열언어의 정치학:두 개의 국민>(이하 <검열언어>)을 거쳐 이번에 <생각의 자유>로 나타났다.

<생각의 자유>의 가장 큰 특징은 '솔직함'에 있다. 우리는 무대에서 김재엽 연출가가 독일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인물들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보게 된다.

특정인의 실명이 나오기도 하고, 독일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극적인 요소를 담아내지 않으면서 마치 '셀프 다큐'처럼 독일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고 '이주민'이 되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 주인공 '재엽'은 김재엽 연출가 바로 자신을 나타낸다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그가 발견한 독일의 '공공극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곳인데 정작 그곳에서는 정부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광장의 시위를 주도한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하필 그 당시 한국에서는 국립극단의 연극 <개구리>가 박정희 부녀를 비판한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좌편향'이라는 비난을 받고 연출가 박근형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검열'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는 '국가'라는 존재가 대체 무엇인지를 묻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연극은 우리에게 이런 느낌을 던진다. 우리도 결국은 '난민'이자 '이주민'이라는 것을. 국가가 있다고는 하지만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리어 억압만 하려는 상황에서 국민은 난민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어른들이 점점 수구로 변하는 것은 바로 '난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인한다는 것을.  

중반부로 가면서 연극은 점점 극적 요소 대신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변모한다. 대사는 어느새 진술처럼 들리고 인물들은 연기가 아닌 설명을 한다.

여기서 전작 <검열언어>의 단점이 떠올랐다. 극적인 요소로 끌고가지 않고 직접적인 설명을 하려다보니 오히려 흐름이 끊기고 단조로와보였던 느낌. 그 느낌이 이 연극에서도 그대로 재연되는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생각의 자유>는 극적인 부분에 치중했던 필자를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독일에서 극장이 하나의 토론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유를 고스란히 극 속에 표현한다.

여기서 앞에 언급한 '솔직함'의 힘이 나온다. 그가 생각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자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조차도 '아하, 이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이렇게 하면 더 주제를 살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이 솔직함의 원형이 어쩌면 '자유로운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극적 요소가 아닌 설명으로 상황을 표현하는 것 역시 자유로운 생각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 연극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생각의 자유로운 표현을 목표로 한 것이다. 

극장이 단순히 연극을 보여주고 공연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생각하게 하고 그 관객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생각의 자유>가 전하려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리고 그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생각의 자유'다. 자유로운 생각, 자유로운 토론, 자유로운 몸짓, 자유로운 표현, 이것이 바로 우리의 연극이, 예술이 나아가야하는 것이라고 연극은 외친다. 이제 그의 '설명조'가 이해가 간다.

▲ <생각은 자유>는 독일에서 느낀 연출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누군가 나를 어두운 감옥에 가둔다 해도, 그 모든 건 그저 헛수고일 뿐이라네. 왜냐하면 나의 생각이 철창과 장벽들을 산산히 부숴버리기 때문이야. 생각은 자유니까' 독일 민중가요 '생각은 자유' 가사 중 일부다.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독일어로 '생각은 자유'를 부를 때 그 행복한 표정이 지금도 인상에 남는다.

혹 극적인 부분을 벗어난 구성에 다소 불편함을 느낄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극이 전하는 솔직한 음성에 귀를 기울여보면 이 연극이 무엇을 이야기하려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불편하다고 해도 뭐라 하지는 않겠다. 생각은 자유니까. 

<생각은 자유>는 오는 6월 17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