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예술인 피 말리는 언론 만행을 규탄한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예술인 피 말리는 언론 만행을 규탄한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7.06.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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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사진가

권력을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거대 언론들의 횡포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건 재벌이건 언론 앞에서는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여론몰이로 한 방에 갈 수 있으니, 어느 간 큰 놈이 감히 고개 내밀 수 있겠는가? 긴 세월동안 서로의 먹이사슬이 되어 결국 오늘에 이르지 않았던가. 그러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여론을 호도하거나 상대를 짓밟는 짓거리만이 아니라 가난한 예술인들의 피를 빨아먹는 치사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들의 원고료를 착취하거나 재능기부란 이름의 연예인 인건비를 착취하는 사례 등인데, 문제는 대개의 작가들이 언론사의 인터뷰나 원고청탁에 상응한 대가를 강력히 요구하지 않는데 있다.

돈을 요구하면 당연히 취재대상에서 밀려나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그냥 주기 때문에 악습이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다.  인건비와 원고료는 고사하고, 한 술 더 떠 돈 봉투를 주거나 작품까지 싸 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더러운 관행 아닌 관행 또한 청산되어야 할 적폐임이 틀림없다. 요즘 들리는 바로는 소개해 주는 기사 한 건당 인터넷매체는 최소 30만원, 종이신문은 50만원이상 이라는 말까지 떠돈다. 돈을 받는 놈이나 주는 놈이나 똑 같다.

돈 되지 않은 문학이나 사진은 작품을 주거나 돈 봉투 내미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겠으나, 당연히 받아야 할 원고료는 물론 취재에 대한 인건비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 부끄러운 것은 작가들이 비굴하게 언론에 굽신 거린다는 점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지 모르나, 작가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살기 위해 작품이라도 한 점 팔려면, 자신을 알려야 하는 다급한 사정은 알겠으나, 스스로의 자존심이나 권리마저 내 팽개치는 예술가들의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안이한 생각으로, 긴 세월동안 언론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못한 원로예술가들의 책임도 크다.

80년도 부산에서 사진 활동할 무렵, 작고하신 원로사진가 최민식선생을 자주 만날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선생께서는 각종 신문이나 잡지에서 사진청탁을 더러 받았는데, 대부분 원고료도 받지 않은 채 사진을 보내 주었다.

그것도 가난한 잡지라면 모르겠으나 재벌 언론조차 원고료를 주지 않아, 선생의 어려운 살림살이가 걱정되어 한 마디 거들었다. “원고료 안 받으면, 후배들은 우째 묵고 삽니꺼?” 했더니, “안 주는 걸 어떻게 달라하냐?”하셨다. “그라마, 달라 해야지 예!”라며 몰아 부쳤으나, 말은 쉬워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일 것이다.

사진은 먹고 살기가 어느 예술분야보다 열악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언론사들의 원고료지급 사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에서 몇일 동안 한 가족의 생활을 묶은 대가의 인터뷰료가 고작 30여 만 원에 불과했다.

지난 달 케이비에스에서 방영한 ‘한국의 밥상’에서는 평생 장터를 찍어 온 정영신씨의 옛날 장터 사진을 여러 장 사용했으나, 원고료를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적은 금액이나마 원고료를 지급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예 예산책정에도 잡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이러하니 다른 군소 방송이나 신문, 잡지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진이 기대어야 할 언론매체의 비도덕적 만행은, 사진 중에서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살 길을 막아 왔다.

그리고 언론을 앞세운 방송사들의 재능기부공연도 심각한 문제다. 재능기부라는 말뜻은 참 좋다. 즉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단체 도는 공익에 기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인데, 그러한 선의의 재능기부를 악용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간과 노동력의 보상, 혹은 정당한 대가없이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착취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창작행위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시장에 혼란을 가져 올 수 있다.  재능기부는 경제적 가치가 다른 기부를 쉽게 요청하고 거절 못하게 하며, 개인의 능력과 직업의 가치를 폄하하는 아주 나쁜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재능기부라지만 사회적 강자이거나 돈 있는 사람에게 없는 사람이 ‘기부’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언론사들의 공연문화 발전을 해치는 악덕 재능기부, 노 캐런티 출연문화’는 연예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게 가난한 예술인들의 흡혈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 가난한 예술가들을 힘들게 하는, 힘센 언론의 예술인 노동력 착취는 뿌리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