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 연희컴퍼니 ‘유희’의 임영호 대표에게
[윤중강의 뮤지컬레터] 연희컴퍼니 ‘유희’의 임영호 대표에게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7.06.0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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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연희’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연희’가 뭔지 모르는 국민이 있습니다. 연희(演戱)에는 풍물, 탈춤, 무속이 기본이 됩니다.

여기에 전통사회의 남사당과 같이 전문예인들의 아크로바틱한 기예(技藝)가 포함됩니다. 연희는 우리의 전통적인 ‘판’에서 펼쳐지는 ‘놀이’입니다. 서양에 서커스가 있었다면, 한국에 연희가 있었다는 말도 가능합니다. 연희는 ‘몸’을 쓴다는 점에서 무용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무용수는 주로 몸만을 사용하지만, 연희꾼들은 여기에 재담과 악기를 두루 다루어야 하죠.

당신은, 연희컴퍼니 ‘유희’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유희'는 “당신[YOU]에게 기쁨[喜]을 드린다”는 뜻이라고 하죠. 유희는 연희를 매개로 하는 ‘컴퍼니’입니다. 연희를 기본콘텐츠로 해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게, 기본일겁니다.

연희컴퍼니 ‘유희’는 이번 전통예술페스티벌의 ‘창작연희 선정작’으로 ‘샤먼햄릿’을 올렸습니다. 이 작품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 세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햄릿’으로 이야기를 가져와서, ‘굿(샤먼)’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햄릿은 익숙한 얘기고, 서양의 이야기를 한국의 전통적인 굿으로 풀어낸다는 것도 이미 익숙합니다. 하지만 ‘유희’가 만들어낸 작품은 신선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거기에는 ‘놀이’가 있었고, ‘웃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창작연희 선정작’을 보면서 부끄러웠습니다. ‘연희’페스티벌에 올린 작품임에도, B급연극에다가 C급뮤지컬이 합쳐진 잡탕공연을 보는 것 같아 화가 치밀었습니다. 올해는 모두 수준급인 작품이어서 참 다행입니다.

임영호 대표님, 연희와 연극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여러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극은 비극으로, 희극은 희극으로 몰고 가는 게 연극이라면, ‘희극 속에도 비극아 있고, 비극 속에도 희극을 녹아내는 게’ 바로 연희라고 생각합니다. 희비(喜悲)를 잘 드러내지만, 이런 희비를 넘나들면서, 희비를 벗어나서 초월을 지향하는 게 ‘연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말이 너무 거창한가요?

이번 ‘샤먼 햄릿’을 보면서, 이 작품이야말로 희비를 잘 넘나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햄릿은 세익스피어의 비극입니다. 특히 ‘샤먼햄릿’에서는 특히 ‘죽음’을 다루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슬프지 않았습니다. 구경꾼들은 웃으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는 세익스피어서 가져왔지만, 거기엔 우리의 ‘연희’가 녹아있었습니다. 양주별산대, 진도씻김굿, 경기도당굿이 ‘연희’를 기본으로 한 극의 구조 속에 잘 녹아있었습니다. 관객들과 함께 하는 줄넘기, 닭싸움, ‘여우야 뭐하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연희의 특징일 겁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궁극적으로 ‘놀이’라고 생각하고, ‘아픔’도 ‘웃음’으로 치유하는 게 연희일겁니다. 그간 우리는 이런 연희의 특징을 간과한지 모릅니다. 오히려 연극에서 이런 특징을 잘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화류비련극’을 표방한 ‘홍도’(극공작소 마방진, 고선웅 연출)도 비극적 정서를 희극적 장면을 통해서 승화시킨 수작이죠.

‘샤먼햄릿’도 다듬고 다듬으면, 그런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희컴퍼니 ‘유희’가 이왕수(극본, 연출)와 김시화(무용)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작품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아울러 이번 작품에 특별출연한 유태평양과 황애리가 참 고마울 겁니다. 무대 경험이 많기에, 작품을 안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유태평양의 진중한 소리에 가슴이 싸늘해졌고, 70년대 여배우의 ‘나 잡아봐라’식 연기가 떠올리는 황애리의 움직임에 포복절도했습니다.

이제 연희컴퍼니 ‘유희’의 여섯 명도 얘기를 해야겠네요. 연희적 기예는 모두 출중하겠고, 여기선 연기에 관련된 얘깁니다. 윤여주와 이동근은 연기의 기본이 되어있고, 박민우와 성유경은 캐릭터가 확실하죠. 연기에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임영호와 오승원이 아쉬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작품을 하면서 당신(임영호)는 햄릿의 역할을 비교적 어울려지게 되었고, 오승원도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되어서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연희’는 모두 두루 잘 하니까, 이제 ‘연기’에도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연희컴퍼니 유희가 명실상부하게 ‘연희’를 콘텐츠로 하는 ‘컴퍼니’가 되길 바랍니다. 뮤지컬이 그런 것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이윤창출을 하길 바랍니다. 비록 뮤지컬시장과는 다르겠지만, “연희를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세요. 비록 재정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문화적인 기여도에 있어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예술감독이나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와, 연희컴퍼니 ‘유희’의 임영호 대표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날을 기대합니다.  당신과 연희컴퍼니 ‘유희’, 연희계의 30대들은 분명 해낼 겁니다. 당신을 비록해서, 대한민국 젊은 연희꾼들을 모두 응원합니다

*2017전통연희페스티벌 창작연희 선정작 ‘샤먼 햄릿’. 5 28.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