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날’ 제정, 원년 선포식 및 ‘더불어 춤추기'로 공동체 의식’높여
‘한국무용의 날’ 제정, 원년 선포식 및 ‘더불어 춤추기'로 공동체 의식’높여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7.06.0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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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협, 12일 남인사마당, 한국 춤 시조 한성준 예술정신 지구촌 확산 꾀해

한국 춤의 시조 한성준의 예술정신 지구촌으로 확산
民ᐧ官, 세대ᐧ계층을 뛰어넘는 더불어 춤추기
우리 춤 전통에 스며있는 여민동락(與民同樂) 정신 구현

대한민국 춤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한국무용의 날’이 제정돼 관심을 모은다.

지난 3월 창립한 서울무용협회(회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첫 행사로오는 12일을 ‘한국 무용의 날’로 제정하고 선포식과 함께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기념 공연을 화려하게 꾸린다.

▲한성준_급제춤.(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한국 무용의 날’ 제정은 우리 춤의 시조 한성준(韓成俊 1874~1941)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한국 춤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인의 춤의 뿌리를 되새기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기념 공연은 ‘한국 무용의 날’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民ᐧ官, 세대ᐧ계층을 뛰어넘는 이른바 ‘더불어 춤추기’로 무천(舞天), 동맹(東盟), 영고(迎鼓) 등 우리 고대무용사에 담겨진 공동체의식을 현재화에 초점을 맞춰 특별함을 더했다. 

한성준은 근대 가무악의 거장으로 국권이 상실된 위기 상황에서, 소실 위기에 놓여진 전통무용의 풍부한 자산을 보듬었다. 이를 근대적 예술정신을 투영해 약 100여종의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무대 양식화해 우리 춤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다진 춤의 선구자다.

▲한량무-채상묵무용단.(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또한, 일제강점기 풍부한 예술적 성취를 바탕으로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만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예술활동을 펼치면서 민족혼을 일깨웠다.

한성준의 혁신적인 사고와 실천적인 면모는 근대 발레 체계의 확립을 통해 서양무용 발전에 기여한 프랑스 출신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의 업적에 비견된다.

노베르는 과거의 무용을 혁신해 새로운 ‘춤언어’를 정립한 인물로, 그의 개혁적인 예술정신은 후대 예술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1982년 노베르의 예술정신을 기리고자 그의 생일(4월 29일)을 기념해 ‘세계무용의 날’을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전 세계 무용인들은 매년 4월 29일 ‘세계무용의 날’을 통해 그의 예술정신을 반추한다.

▲처용무 추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이에, 서울무용협회는 근대 여명기 국권 상실의 길목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예술춤의 초석을 다진 우리 춤의 선구자 한성준(1874~1941)을 기리고자 그의 탄생일인 12일을 기념해 올해를 ‘한국무용의 날’ 원년으로 세웠다.

그의 역사의식과 예술정신을 본받아 대한민국은 물론 더 나아가, 지구촌 사람들과 더불어 한국무용의 발전과 진화를 앞장서 이끈다는 취지를 담았다.

서울무용협회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년 ‘한국무용의 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며, 그의 예술정신을 세계 각국 지구촌으로 널리 확산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연으로는 <처용무>, <춘앵전>, <태평무>, <한량무>, <살풀이춤>, <진쇠춤>, <장고춤>, <강구연월무>, <아리랑팩토리> 등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에는 전문무용단체, 일반인무용단, 장애우무용단, 새터민무용단 등이 참여해 무용인의 폭을 넓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진쇠춤-윤미라.(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이날 공연에는 그동안 꾸준히 전통춤을 사숙해온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출연해 관심을 모은다. 벽사진경의 의미가 깃들어 있는 신라시대 <처용무>를 종로구청장 등 처용지우 단원들이 서막을 열면서 우리 춤 전통에 스며있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신을 구현하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조선시대 궁중정재의 꽃 <춘앵전>을 이선희 서울시무용단원이 선보이고 우리시대 최고의 명무로 손꼽히는 채상묵, 이현자, 정승희, 박재희 등의 재구성 및 지도로 30~40대 젊은 춤꾼들이 출연해 한량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으로 무대를 수놓는다. 화성재인청 이동안의 춤맥을 잇는 중견춤꾼 윤미라 경희대 교수와 13년만에 미국생활을 청산으로 한국무대로 귀환한 임관규 비손무용단 대표의 무대도 주목된다.

특히, 영등포여고 특수학급 장애우학생 8명으로 구성된 비욘드예술단이 윤덕경 서원대 교수가 안무한 <아리랑팩토리>에 출연해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탈북무용가로 한국에 안착하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신아의 <장고춤>도 눈길을 끈다. 최신아 씨는 일제강점기 세계적인 무용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최승희의 직계제자 인민배우 홍정화에게 직접 춤을 사사했으며 함경북도예술단 무용감독을 지낸 중견무용가다.

▲장애우무용단-아리랑팩토리.(사진제공=서울무용협회)

이날 행사가 열리는 서울 종로는 조선시대 왕궁문화의 메카이자 예악정신의 표상인 궁중무용의 총본산으로 예술적 향훈이 살아 숨 쉬는 역사공간으로 명성이 높다. 전통시대는 물론 현재에도 정치1번지이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유서 깊은 지역으로 그 상징성이 크다. 특히, 한성준이 1938년 종로구 경운동에 근대 전통예능교육의 산실인 조선음악무용연구소를 설립하여 전통가무악의 근대적 교육시스템을 확립하여 후진양성에 매진했던 유서 깊은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무용의 날’ 예술감독을 맡은 문영철 한양대 교수는 이번 행사에 대해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특별한 무대로, 한국무용의 상생발전과 무용의 사회적 가치 확산 및 우리 춤의 시조 한성준 예술정신의 현재화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서울무용협회 주최로 열리는 ‘한국무용의 날’ 행사는 서울특별시, 종로구가 후원하며  무료로 진행된다.

이번 ‘한국 무용의 날’ 집행위원회에는 김복희 한양대 명예교수,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정승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김용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예능보유자, 채상묵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 이현자ᐧ이명자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전수조교, 박재희 청주대 명예교수, 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 유영대 고려대 교수, 김태원 공연과리뷰 편집인, 최종실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윤덕경 서원대 교수, 윤미라 경희대 교수, 손관중 한양대 교수,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건미 단국대 교수, 배상복 전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용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충한 정동극장 예술감독 등 무용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해 의의를 더한다.       

* 한성준

한성준 선생은 충남 홍성의 세습무가 출신으로 8세 때 춤과 장단, 줄타기 등 민속예능을 익히고 내포 일대에서 활동하다가 서울무대에 입성하여 당대 최고의 명고수로 명성을 얻었다. 판소리 명창들과 전국을 순회하며 왕성한 공연활동을 펼쳤고, 경성방송국의 최다 출연자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국악명인들의 북반주로 유성기음반 취입에 참여하는 등 전통음악의 보급과 확대에 크게 공헌했다.

특히, 1937년 조선음악무용연구회를 창립하여 후진양성에 힘썼고 약 100여 종목에 달하는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무대양식화하는 업적을 남겼다. 한성준이 창안한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은 한국 전통춤의 최고 백미로 손꼽힌다. 한성준 문하에서 한영숙⋅강선영⋅김천흥⋅이동안 등 기라성 같은 전통춤꾼이 배출됐으며, 신무용가 최승희⋅조택원에게도 영향을 미쳐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발판을 제공했다. 한성준은 한마디로 우리 춤의 뿌리이자 아버지이며 영원한 스승으로서 창작의 화수분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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