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남산골 사람들, 꼬박 밤새워 놀다
[UCC]남산골 사람들, 꼬박 밤새워 놀다
  • 편보경
  • 승인 2008.12.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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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 최초 24시 논스톱 콘서트, 무대와 관객 담 없이 혼연일체

 24시간동안 국악 콘서트를 하면 과연 누가 올까? 라는 의문이 무색하게 추위도 잊고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찬 남산국악당은 동네 잔치를 방불케 했다. 국내 최초로 24시간동안 논스톱 국악콘서트가 열렸던 날. 남산국악당은 국악당 주변에 설치 된 전통등으로 그 어느때보다 청초하게 빛났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제 제18호로 지정되어 있는 진도북춤으로 화려하게 시작된 논스톱 콘서트는 지난 3일부터 시작된 ‘2008겨울 국악한마당’의 백미였다. 그간 국악을 다시 국민의 음악으로 회복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결실을 빚고 있었다.

▲ 이자람의 2008 뮤지컬 판소리 중에서
 6일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진행된 1부 순서 '여유만끽 판소리' 에서는 채수정의 흥보가, 임현빈의 춘향가, 남상일의 적벽가, 박애리의 심청가, 이자람의 수궁가를 각각 1시간이 넘도록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다. 젊은 판소리 대표주자들의 관객 요리솜씨도 훌륭했지만 특히 '내이름 예솔아'의 꼬마가수에서 훌륭하게 성장한 이자람의 ‘뮤지컬 판소리’는 2008년 판소리의 현주소를 확인케 했으며 신명이 절로 났다. 

▲ 게스트로 출연한 이상은
밤 12시 부터 새벽 6시까지 펼쳐진  '열기충만 퓨전국악'의 2부 순서는 ‘우리나라 퓨전국악그룹 5대 천황의 조우’라는 표현이 딱 맞는 무대였다. 2부 순서의 타이틀처럼 ‘열기로 충만’했던 이 코너는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관객들 모두가 달빛에 취한 듯 지칠 줄 모르고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했다. 첫 순서를 시작하기에 앞서 ‘담다디’를 불러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이상은이 무대에 올랐다. 이상은은 자기 색깔이 분명한 예술가로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퓨전국악 프로젝트'락'' 은 ‘듣는 이가 꿈을 꾸고,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가야금 주자 성보나씨의 유쾌한 가야금 선율 ‘해피 보나’는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연이은 '이스터녹스'의 카리스마 있는 무대에는 사자탈 동물도 등장해 관객들을 마음껏 희롱했다. 대금주자 박미나 씨는 혼신의 대금연주로 관객석을 호령하더니 이내 하얀 박꽃을 머리에 꽂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관객들로 부터 ‘잘한다’ ‘예쁘다’ 라는 추임새를 이끌어 냈다.

 계속해서 정민아 밴드, 소리나무, 국악보컬그룹 아나야가 무대를 꾸며가는 가운데 밤은 깊어가고 관객과 출연자들은 모두 한 가족인양 혼연일체가 됐다. 해금의 김정림, 가야금의 정길선, 김용우 등도 출연해 관객들과 아주 가까운 무대를 만들었다.

 새벽 6시부터 낮 12시까지의 3부 순서 '청정순수 정악'은 원정혜 교수의 요가 지도로 기지개를 다시 펴고 시작됐다. 한충은의 대금과 단소, 김태경의 피리와 생황, 김영은, 이유경의 정가에 이어 해금의 권새별과 거문고의 김태임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 주었고 가야금의 정효성, 거문고의 조경선이 이중주로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특히 새벽 어스름이 밝아 올 때 듣는 한충은의 대금은 신선을 부르는 듯 했다. 진유림의 제자들로 구성된 젊은 춤꾼들의 모임 청어람 우리춤 연구회도 게스트로 출연해 화려한 춤사위를 보여줬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4부 순서는 '풍류 삼매 산조'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2030젊은 연주자들의 산조로 꾸며졌다. 이주은의 가야금 산조, 이동훈의 해금 산조, 이호진의 피리산조, 김상훈의 아쟁산조는 각 악기의 특징을 마음껏 피력하며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이번 공연이 무엇보다 남달랐던 것은 무대와 관객석의 장벽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있다. 일반적인 공연 에티켓으로 당연시 되는 사진 촬영도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는 허용해 관객들을 긴장에서 풀어 주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그룹들에 하고 싶은 말을 적도록 해 즉각적인 '관객피드백'을 얻었다는 것도 성공으로 꼽힌다. 이날 행사의 주최측은 전문가가 직접 나서 곡해설을 하는 등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돋보였다.  지루한 국악을 24시간 동안이나? 라는 생각은 공연 후에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참석한 시민 배지선(가명. 38세)씨는 “1부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밤을 꼬박 새게 되었다”며 “우리 국악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