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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 렌즈에 충실한 정면을 보여줄 뿐"
사진작가 노순택 '아티스트 토크' "힘든 순간 찍은 사진도 시간이 지나면 낭만적으로 변해"
2017년 06월 16일 (금) 17:30:53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사진에 영혼을 담는다, 내면을 담는다'는 말은 과장이고 '개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결국 겉, 표면이죠. 겉핥기에 불과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하는지는 제 과제인것 같습니다. 사진은 무엇인가 자주 생각합니다".

분단이 파생시킨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작동/오작동'의 풍경을 사진으로 수집하고 그를 바탕으로 글쓰기를 해 온 사진작가 노순택이 지난 15일 아트선재센터 소극장에서 자신의 사진 세계를 이야기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관객들과 나눴다. 이 행사는 지난 2일부터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노순택 개인전 <비상국가 II - 제4의 벽>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것이다.

   
▲ '아티스트 토크'를 가진 사진작가 노순택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노순택 작가는 대추리, 용산참사, 강정마을, 각종 집회 현장에서 찍었던 사진들과 그 사진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소개하면서 사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관객들에게 전했다.

그는 "'거리에 대한 감각'애는 옳고 그름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거리에 대한 감각을 가지려하고 맹신을 하지 않으려한다. 나름의 질문들이 자신 안에서 일어나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진의 특징들을 이야기했다. "사진의 아이러니는 힘든 순간 찍은 사진도 시간이 지나면 낭만적으로 변한다는 거다. 사진은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이다. 돌아보는 과정에서 뜻밖의 수확을 거두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가 보여준 사진과 글은 '그때는 모르는 남자, 지금은 아는 남자'라는 제목이었다. 대추리 농성 당시 경찰을 막아서는 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난 사진의 주인공을 그는 "그 당시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나중에 보고 누군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바로 쌍용차 노동자로 101일간 평택 공장 안 굴뚝에서 농성을 한 이창근씨다.

   
▲ 사진 '그때는 모르는 남자, 지금은 아는 남자'를 설명하는 노순택 작가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노순택 작가가 말하는 사진의 또다른 특징은 "시간이 지나면 사진은 판단력에 재를 날린다". 그러면서 한 살 된 남자 아이의 옛날 사진과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은 소녀의 옛날 사진을 보여준다. 귀여운 아이와 어린 소녀의 사진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 두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아돌프 히틀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이와 함께 노 작가는 "사진은 렌즈의 각도에 충실한 정면을 보여줄 뿐, 뒷면을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즉 사진의 한계는 정면만 보이지 뒷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어떤 것을 보여줄까 보여주지 말까도 중요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노 작가는 노태우 정권 후반기 강경대 열사의 사망을 접하면서 "눈으로 본 것과 신문에서 보여준 장면이 다르다는 점이 의문이었다. 사진이 객관적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는데 그게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는다"라며 사진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경찰과 용역이 강제로 진압한 것을 들며 "주민들의 여론을 조작으로 날리면서 사회적인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다. 국가가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크를 정리하면서 노순택 작가는 백남준의 '썩은 사회여야 예술이 잘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썩은 사회일수록 돌파구를 찾기 어렵고 그럴 때일수록 예술의 감수성이 요청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말이 그 뜻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그 뜻으로 이 말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 노순택, 비상국가 State of Emergency #CDM2802, 잉크젯 안료프린트, 가변크기, 2013

노순택 사진전 <비상국가 II - 제4의 벽>은 2008년 독일 슈튜트가르트 쿤스트페어라인에서 연 개인전 <비상국가 I>의 문제의식을 따르면서 지난 10년 사이 새롭게 벌어진 사태들의 그늘을 비추는 200여점의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개인전이 열리기까지 9년의 시간 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통치기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서 보면 좋을 것이다.

전시는 오는 8월 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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