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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체부 장관 취임 "부당한 명령 아닌 대한민국 살리는 명령 내릴 것"[취임사 전문 수록]
"문체부 공무원이야말로 '영혼 있는 공무원' 되야, 금주내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2017년 06월 19일 (월) 18:07:45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일 장관직에 취임했다.

도종환 장관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오후에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강당에서 취임식을 치르고 장관 업무를 시작했다.

   
▲ 19일 열린 도종환 문체부 장관 취임식 (사진제공=문화관광체육부)

도 장관은 취임사에서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자신의 자리가 '기쁨이자 자랑의 자리'였는데 2015년 지원배제리스트가 시작된 이후 '고통이자 슬픔의 자리'로 변했다. 개인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러한 현실의 대한민국이 너무 슬프다. 지난 1년간 제가 받은 유일한 지시는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였다. 문화 활성화 방안 지시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 장모 부장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그의 증언을 길게 인용한 이유는 우리가 해야할 일이 이 말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라면서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더 나은 계획, 국민들이 쉼표가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라고 명령할 것이다. 대신 부당한 명령이 아닌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문체부에서 일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어야한다. 여러분 자신부터 정서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되시라. 여러분부터 시를 읽고, 연극을 보고, 음악을 즐겨듣고, 스포츠를 즐기고, 자주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되라. 문화예술인, 체육인, 관광인들과 자주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 자주 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고 예술인들의 재정지원을 배제하고 사회적으로 배재하는 일을 했던 분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면서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금주안에 구성하겠다. 다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문체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도종환 장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이와 함께 도 장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 체육활동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 국민의 쉼표 있는 삶과 관광의 균형 발전, 지역문화의 고른 발전, 공정한 예술 생태계 조성 등을 강조한 뒤 다음과 같은 싯구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너는 비로소/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러디어드 키플링, <만일>

한편 도 장관은 취임 직후 지난 5월 사직서를 제출한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두 위원장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지만 감사원 감사가 남아있어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도종환입니다.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초록으로 반짝이는 유월입니다.
 저 한 장의 나뭇잎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생명과 생동하는 힘과 나뭇잎을 나뭇잎이게 하는 녹색의 자기 정체성이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나뭇잎처럼 푸르게 살아 있기를 소망합니다.

처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업무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저는 기쁘기보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 무거움의 실체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재판의 증언대에 선 장 아무개 부장은 자신의 자리가 “기쁨이자 자랑의 자리”였는데 2015년 지원배제리스트가 시작된 이후 “고통이자 슬픔의 자리”로 변했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러한 현실의 대한민국이 너무너무 슬펐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새 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을 내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했습니다. “배제리스트가 한창일 때, 근 1년간, 제가 받은 유일한 지시는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였습니다.

한국문학 활성화 방안이나, 연극계 활성화 방안, 창작음악 활성화 방안과 같은 지시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무척 슬픈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이라면 밤새워서라도, 아니 목숨을 바쳐서라도 할 텐데, 지난날 지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습니다.

제가 장 아무개 부장의 증언을 길게 인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이 말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연극, 문학, 창작음악 등 문화예술 활성화 방안을 요구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더 나은 계획을 만들자고 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쉼표가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오라고 명령할 것입니다.

대신 저는 여러분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리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있는 자리가 다시 기쁨의 자리, 자랑의 자리가 되게 하겠습니다. 여러분 내면의 들어 있는 생명력과 생동하는 힘이 푸르게 분출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 안에 들어 있는 빛나는 능력과 지혜를 다시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는 일은 여러분 안에 들어 있는 영혼의 촛불이 밝고 환하게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십시오.
 “공무원이 무슨 영혼이 있느냐.”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문체부에서 일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사유, 여러분의 감수성, 여러분의 상상력, 여러분의 행동이 그대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분 자신부터 정서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부터 시를 읽고 연극을 보고 음악을 즐겨듣고 스포츠를 즐기고 자주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되십시오.

버트런드 러셀은 “사랑에 대한 열정, 지식에 대한 탐구, 고통에 대한 연민”이 자기 인생을 끌고 온 힘이었다고 했습니다. 고통에 대한 연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어려운 예술인, 체육인들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문화예술인, 체육인, 관광인들과 자주 만나십시오, 그들과 소통하십시오.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 자주 가십시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십시오.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예술, 그들이 보여주는 체육의 능력은 오롯하게 국민들에게 삶의 활력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의 문화자유권, 문화창작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문화향유권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행정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에서 배제하고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일을 했던 분들에게는 책임을 묻겠습니다. 국정농단에 관여한 문화행정에도 책임을 묻겠습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인데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을 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조직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쇄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 안에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 검열받지 않을 권리,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예술인들도 그렇습니다. 블랙리스트는 직권남용이면서 형법위반입니다. 동시에 헌법위반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다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이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경기가 매끄럽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올림픽이 한반도에 평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문화올림픽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올림픽이 되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야 하고 국민들의 협조와 다른 부처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러분들의 심기일전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각오로 일어서야 합니다. 저도 올림픽 성공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 대회의 성공을 위해 함께 손잡고 노력합시다.

국민들이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야 합니다.

올림픽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건강한 삶입니다.
어디서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 또한 중요합니다. 누구나 집 근처에서 쉽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것이 선진국의 척도입니다. 지역 스포츠클럽 등 자생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체육활동이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쉼표가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신적 여유가 있는 삶을 살아야 오래 행복합니다. 낡은 반복으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은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며,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기회입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더 늘어나야 하지만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하는 관광의 길을 모색합시다.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며 문화적으로도 균형 있게 발전하는 관광이 되도록 합시다.

모든 지역의 문화가 고르게 발전해야 합니다. 나라 곳곳이 특색 있는 지역문화를 가진 문화의 고장이 되어야 합니다. 문화격차가 해소되어야 하고 문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문화를 생활 속에서 향유하는 사회가 되어야 진정한 지역문화가 꽃피고 문화 분권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어도 여전히 감성과 상상력과 창의성은 중요합니다.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집니다.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분야가 정서입니다. 콘텐츠의 성공을 결정짓는 10%가 기술이라면 90%가 문화입니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재미와 감동 창의성과 스토리가 좌우합니다.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나 창조력을 보호하고 창작의 가치를 인정받는 공정한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문화는 공감입니다.  공감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체부가 됩시다. 문화는 깊이가 있어야 문화입니다. 여러분도 깊어지셔야 합니다. 감각이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됩시다. 들어야 소통이 가능합니다.

문화・체육・관광의 진흥은 나라 전체의 품격을 높이고 삶의 질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자긍과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되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지치고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지나온 여러분께 시 한 구절을 들려드리며 첫인사로 대신하겠습니다.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만일> 이라는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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