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아쉬움을 남긴 ‘2017 전통연희 페스티벌’
[김승국의 국악담론]아쉬움을 남긴 ‘2017 전통연희 페스티벌’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7.06.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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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암벌에서 전통연희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역동성과 감성적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뛸판, 놀판, 살판’이라는 산뜻한 주제로 지난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상암 월드컵 평화의 공원 일원에서 2017 전통연희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주최를 맡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측은 올 페스티벌은 ‘창작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하여 전통 복원과 현대화 시도로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과 부대행사를 준비하였다’고 밝혔다.

국민참여 대동놀이로 기획된 개막행사인 대학연희 출연진의 길놀이, 영산줄다리기와 폐막행사인 ‘강강술래’ 등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개막행사와 폐막행사를 제외하고는 축제 기간 동안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너무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 축제라는 것이 민중성, 대동성의 성격을 갖느니 만큼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좀 더 풍성했어야했다.

또한 축제 기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으로서 전통문양 페이스페인팅, 먹물 캐리커처, 세계전통놀이체험, 형틀체험, 국궁체험, 한과체험, 비석치기 등 20여 가지의 상설 전통 민속체험 공간을 준비하기는 하였으나 그러한 체험프로그램은 이미 전통을 주제로 한 어느 축제에도 보편화된 것이기 때문에 ‘전통연희페스티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예를 들어 12발 상모돌리기 체험, 간단한 땅재주·접시돌리기·줄타기 체험 등과 같은 전통연희를 소재로 하는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야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전통연희가 시민들에게 더욱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며, 설사 체험에 참여한 시민들이 실수를 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흥미이고 재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역대 전통연희 축제보다도 전통연희 전문예인들의 프로그램이 풍성했다. 전통연희계를 대표하는 남원농악의 유명철 명인, 우도농악의 김동언 명인 등의 명인전과 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 좌수영어방놀이, 국가무형문화재 제61호 은율탈춤, 중요무형문화재 제6호 통영오광대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또한 박병천류 진도북춤, 밀양의 밀양북춤, 대구 남뫼북춤이 펼쳐져 3도 북춤 공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전통연희 창작 활성화를 위하여 젊은 전통연희 전문예인들의 창작연희 공연과 버스킹 무대가 펼쳐졌으며 세한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종합예술학교 등 대학연희 공연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신명나는 한마당 공연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그리고 전통연희의 현대적 재창작을 통해 전통연희가 보다 대중성을 갖춘 대표 야외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2017전통연희페스티벌 창작연희 작품공모’를 벌여 선정된 4개 팀이 축제 기간 중에 관람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쳐 보이는 등 이번 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주최 측이 제공한 ‘볼거리’가 풍성한 페스티벌이었다.

그러나 사물놀이 원년멤버인 거장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남기문이 출연하여 원조 사물놀이 공연을 풀버젼으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었으나 이들은 3~4분간 맛배기만 보여주고는 각자의 공연을 펼쳐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이렇게 주최 측이 마련한 전문예인 프로그램이 많아서인지 이번 축제가 시민들을 위한 축제인지 전통연희 전문예인들의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행사인지 그 정체성이 모호했다. ‘볼거리’는 풍성했지만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시민들이 전통연희를 즐기고 익숙한 것으로 받아드려야만 전통연희의 대중화도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연희를 소재로 한 ‘즐길거리’를 더욱 더 풍성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축제 판에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번 축제는 ‘볼거리’는 풍성했으나 ‘즐길거리’가 부족했으며 ‘먹을거리’는 더더욱 부족했다. 전통장터 비슷한 것이 마련되었더라면 더더욱 좋았을 텐데 그런 것은 찾아 볼 수가 없었으며, 매점에는 형편없는 먹거리와 바가지요금으로 관람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욱이 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무더운 날씨였다. 야외에 마련된 공연장 객석에 무더운 날씨에 축제장을 찾아준 고마운 관람객들을 위하여 내려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차양막을 설치해주는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가 없는 불친절한 축제였다.

본 축제가 주로 낮에 이루어지는 축제이기 때문에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은 시기로 축제시기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 페스티벌을 관람한 한 관객은 “이번 축제는 관객을 위한 축제라기보다는 전문예인들의 잔치”라는 따끔한 비판을 털어 놓았다. 한마디로 관객들을 배려하는 자상함이 아쉬운 축제였다는 것이다.

축제는 전문예인들의 예능을 펼쳐 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마음껏 신명풀이를 하는 시민들의 해방공간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