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혁신이냐 교란이냐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혁신이냐 교란이냐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7.06.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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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문화계의 플랫폼 전쟁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음반과 영화시장, 문화계 거대 시장에서 발생한 플랫폼 전쟁은 앞으로 맞이하게 될 4차산업 혁명의 신호탄처럼 보인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프랑스 영화계는 물론 한국에까지 상영 방식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옥자>는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로 디지털 플랫폼 방식의 영화 배급을 목표로하고 있다. 기존의 극장 개봉 방식이 아닌 인터넷 영상 재생 방식만으로 배급을 한다는 뜻이다.

오는 28일 190개국 넷플릭스 유통망을 통해 일제히 공개 될 예정의 <옥자>는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는 예외적으로 극장 동시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극장 관계자들은 <옥자>의 상영 방식이 영화 생태계를 교란 시킬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형 극장 체인들은 <옥자>의 상영을 보이콧하며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음반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4년만에 솔로앨범으로 컴백한 지드래곤(이하 GD)은 자신의 음반을 기존 CD형식이 아닌 USB로 제작하였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대중들은 GD의 또 한 번의 혁신이라며 놀라워하였다. 하지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측에서는 GD의 USB를 음반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음이 유형물에 고정되지 않은 저작물을 음반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옥자>에 대해 극장 측에서는 상업 영화의 선극장 원칙을 내세워 넷플렉스의 관객 나눠먹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극장 측이 이제껏 대중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영화 생태계를 논한다기엔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아보인다. 투자·배급사 영화의 상영관 몰아주기, 작은 영화의 상영관 제한, 극장 좌석 차등요금제 등의 행보가 그들이 주장하는 영화 생태계인지 의심스럽다.

음반계에서도 음반 수입과 수량의 책정 가능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어 음악을 평가하려한다. 언제부턴가 CD가 팬들의 소장적 소비재로 전락해버린 상황에서 변화를 위한 하나의 시도가 그저 상업논리로만 해석된 것 같아 안타깝다.      

음악과 영화는 문화산업이기 이전에 예술이다. 영화 <옥자>와 GD의 솔로 앨범에 대한 예술적 평가 이전에 상업적 논란만 증폭되어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이다. 또 기존의 틀만이 맞고, 새로운 것은 용납할 수 없이 잘못 된 것이라 주장한다면 변화 할 수 없다. 영화도 비디오에서 DVD를 넘어 VOD(주문형비디오서비스)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생태계 변화를 체험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극장을 찾으며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음반도 LP에서 카세트 테이프, CD에서 음원 다운로드까지 끝없는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꽉 막힌 사고는 혁신과 변화의 시대에 도태만을 가져올 뿐이다.

변화가 질서를 교란 시킨다면 그에 맞는 유연한 대응책을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막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또한 그들이 우려를 표하는 시장질서가 진정 영화와 음반계의 질서인지 아니면 시장 논리에 체계화된 유통질서인지도 스스로 내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