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질’ 나쁜 일자리, 그 ‘수’만 늘어나 … “먹고 살기 어려운 문화예술”
[다시 보는 문화재] ‘질’ 나쁜 일자리, 그 ‘수’만 늘어나 … “먹고 살기 어려운 문화예술”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7.06.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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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취업난 해결을 위한 일자리 늘리기에 정부와 기업 모두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100여개의 직업이 생겨나고 10여 년 전에 비해 1,300여개의 직업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미국의 직업은 30,600여개, 일본의 직업은 17,200여개, 우리나라는 약 11,400여개라고 하니 우리나라보다 직업군이 세분화 되어 있음은 짐작할 수 있지만, 그들의 삶은 우리와 무엇이 다르기에 삶의 만족도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새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1조2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올해 1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의 공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업난 해소를 위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고- 이에 민간의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계획인데, 문화예술계의 일자리는 어떨까 우려가 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필자의 우려와 같이 ‘숫자 늘리기 일자리 창출’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는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일자리 ‘질’에 문제를 지적한 것.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실질 임금은 OECD 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여기에 남녀 간 임금격차는 크고, 한 달 생활비로도 빠듯한 임금에 두 잡, 쓰리 잡을 알아봐야 하는 것이 현실인데-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샘이다.

우리가 관광지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문화관광해설사’라는 직업을 한 예로 들어보자. ‘문화관광해설사’는 전문성을 갖고 사적이나 특정 지역의 역사와 가치, 문화를 알리고 방문객의 이해를 돕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해설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제는 관광지 곳곳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역사를 근거로 문화재를 설명하는 문화 해설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2011년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마련된 ‘문화관광해설사제도’는 제도가 도입될 때만 하더라도 특정 문화재를 대상으로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재가 아닌 여러 지역이나 코스를 대상으로 해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화해설사라는 명칭 역시 대상이나 주관 기관에 따라 달라졌고, 문화재청의 경우 제도 시행 초창기에는 문화해설사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문화재안내해설사’, ‘문화해설사’, ‘역사문화해설사’, ‘문화교류해설사’라고도 부른다. 제도 도입시와는 확연히 다른 현실이다.

‘문화관광해설사’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위탁 교육기관에서 100시간 일정 교육과 3개월 이상의 실무수습을 마친 후에 문화관광해설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자격시험은 없다하더라도 정부의 문화관광해설사 취득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설사 스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실무자 중심의 직업교육을 기반으로 자격이 주어졌으나 - 최근에는 소규모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해설사가 생겨나며 지자체별 해설사 운영방식 또한 개별적이라 선발과 운영 등 관리 전반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지 못하는 해설사 직업군의 현실도 문제지만 정작 직업으로서 현실적으로 보탬이 되는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안내해설사’는 급여가 보장되어 있어 조금은 안정적이지만, 기간제나 계약직은 업무성과 평가 후에 1년 단위 계약이 갱신되고 모집 인원도 문화재마다 1-2명만 선발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 문화재를 대상으로 고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설 문화재에 대한 해설사의 지속적인 연구가 지원되어야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자발적인 문화재 애착과 함께 직업의 자부심도 커지는 법인데, 이 또한 해설사의 자발적인 봉사정신으로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10개월 계약직이라도 좋다고 말하는 해설사도 있다. 지자체 문화관광해설사는 교통비와 활동비 지원이 전부이다. 회당 3만원에서 4만원 내 인건비 수준이기도 하고 이 또한 매일 할 수 없어 열정 없이는 힘든 일이라고들 말한다.

관광지 해설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사람을 도슨트(Docent) 또한 마찬가지이다. 도슨트는 관련 지식과 3~4개월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활동할 수 있다. 다만 공간해설사로 구분할 만큼 박물관과 미술관의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충분해야 한다. 1845년에 도슨트가 영국에서 처음 생기고 1907년 미국에 이어 1955년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소개되면서 확산된 학예인력 제도 중 하나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정한 교육을 받고 일반 관람객들에게 안내하면서 전시물 및 작가 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도슨트도 박물관 미술관에서의 한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은 자원봉사자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도슨트는 일종의 안내인으로,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안목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익힌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임은 분명한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원봉사자를 ‘도슨트’라 부르기도 할 만큼 관련 직종의 재능기부 또는 학예인력이 되고자 하는 젊은 층의 ‘열정패이’로 직무가 꾸려지는 경우가 많다. ‘열정패이’는 어려운 취업현실 속에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일컫는 말이다.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시급, 차비와 간식 제공 같은 최소한의 경비만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때문에, 기관에서의 도슨트 교육과 활동의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꼼꼼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상 개개인 도슨트 활동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긴 어려운 구조 속에 있다.

단순 직업체험을 하는 청소년 체험교실의 잘못된 운영체계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 모든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에 허덕이는 것 또한 아니겠지만- 대학 4년에 대학원까지 고학력을 원하는 직업군에서의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자기시간을 투자해온 예비전문가들이 먹고 사는 것조차 고민하며 노동현장에서의 외로운 삶을 지탱해가는 이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필요는 있다.

노인들의 일자리와 소외계층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직업을 통해 자존감을 잃지 않길 바라면서 조금이나마 보람된 일자리 속에 꿈을 상실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