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갈라진 거창국제연극제, 수습위 통해 중재 나서겠다"
"둘로 갈라진 거창국제연극제, 수습위 통해 중재 나서겠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6.2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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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283명 성명 발표 "30년 역사 없어지면 안돼, 잘잘못 가리지 말고 갈등 봉합해야"

거창군과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의 갈등으로 분열 위기에 놓은 거창국제연극제를 지키기 위해 연극인들이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거창국제연극제를 지키기 위한 전국연극인 모임'은 27일 "하나의 '거창국제연극제'가 치러질 수 있도록 수습을 위한 '거창국제연극제 수습위원회' 구성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군과 진흥회의 갈등을 봉합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거창국제연극제를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는 283명의 연극인들이 참여했다.

▲ 기자회견에 나선 김삼일 연극연출가(왼쪽)와 최종원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30년의 역사를 거치며 거창은 물론 대한민국 연극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거창국제연극제는 올해 29회를 앞두고 그동안 연극제를 이끌었던 거창국제연극제육성진흥회와 거창군의 갈등으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따로 연극제를 치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위기에 처해 있다.

진흥회는 다음달 28일부터 8월 5일까지 위천면 모동리 거창연극학교 토성극장, 장미극장 등 거창읍 일원에서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를 열기로 했고 거창군은 같은날은 28일부터 8월 13일까지 그동안 연극제가 열렸던 수승대에서 '2017 거창한(韓) 거창국제연극제'라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는 현 거창군수인 양동인 군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거창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사실상 관 주도의 연극제다.

모임의 공동대표로 2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삼일 연극연출가와 최종원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성명을 통해 "(8억원의) 예산이 준비된 '거창한 거창국제연극제'에 참여하는 단체는 예술단체로서 마치 돈을 좇는 듯한 맘에 갈등에 젖고, 예산이 없는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안타까움에 연극단체들이 자진 참여하면서 열악한 환경의 단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형국이 오늘의 현실"이라면서 "제도개선 마련과 대표적인 대한민국 공연예술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헌신봉사할 수 있는 수습위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김삼일 연극연출가

김삼일 연출가는 "30년을 이어왔고 지금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어야하는데 이렇게 없어질 수 있는가"라면서 "누가 잘못했다, 나쁘다 식으로는 안되고 어떻게 하면 연극제를 살릴 수 있을 지 이런 시각으로 봐야할 것"이라면서 잘잘못을 떠나 연극제를 살리는 데 군과 진흥회가 함께 공감을 해야한다고말했다.

그는 이어 "군이 만약 진흥회의 예산 집행이 의심스럽다면 집행을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어 활동하게 하면 된다. 간섭을 하면 안되지만 지원과 그에 대한 감시는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한 단체가 개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최종원 전 이사장은 "서로가 자신들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지 않다보니 갈등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가 어렵다. 서로가 벌거벗고 나서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털어놓을 것은 털어놓아야하는 것"이라면서 "거창국제연극제는 7만 거창군민을 위한 것이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지금 봉합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고 분열이 이어진다면 결국 군민들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이사장은 "관이 주체까지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현 시류에도 맞지 않다. 군민들이 원하는 만큼 하려면 새로운 발돋움이 있어야한다. 지금까지의 자료도 '갈등의 자료'가 아닌 '발전의 자료'로 남기려한다. 군의 지도자로서 포용력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 최종원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이들은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양측이 공감대를 표하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게하고 연극인들이 직접 거창으로 내려가 중재에 나설 것이다. 군과 진흥회 모두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분열이 가중될수록 연극제는 앞으로 외면받게 될 것이라면서 거창 군민들을 위해서라도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하나의 연극제로 합치는 것을 서로가 추구해야한다고 밝혔다.

주체로 나서려는 관과 연극제를 계속 추진하려는 진흥회의 갈등으로 파행 일보 직전까지 가고 있는 거창국제연극제가 연극인들의 노력으로 파행을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진흥회를 대표해 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은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거창군 및 거창문화재단을 대표하는 이들은 이날 회견에 불참했다. 

모임 측은 "양측의 입장을 좁혀보자는 취지로 양측 대표와 마지막까지 연락을 했는데 거창군, 문화재단 측 대표가 오시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