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주인의 경종
서점 주인의 경종
  • 권대섭 기자
  • 승인 2008.12.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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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섭 논설위원

"일본은 두 집 건너 서점이 있지만 한국은 두 집 건너 약국이 있습니다. 일본 직장인은 시간만 나면 서점에 가지만 한국 직장인은 시간만 나면 당구장 노래방, 고스톱방으로 갑니다. 일본인은 책읽기로 유명하지만 한국인은 책 안 읽기로 유명합니다. 책 읽지 않는 국민은 책 읽는 이웃 국민에게 다시 먹히고 맙니다"
인사동 사거리 낙원동 방향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이화문고 대표 김일동씨가 하는 말이다.

98년 이곳에 약 20여평의 공간을 세내어 서점을 운영 중인 그는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서예서적 전문백화점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년간 서점을 운영하느라 젊은 시절 회사 다니며 모은 돈 거의를 털어 넣은 것으로 전한다.

치솟는 임대료와 운영비를 감당하느라 그랬던 것이다. 이젠 억울해서 그만 두지도 못하겠다고 한다. 견디다 못해 문방사우를 갖다 놓았더니 단번에 세금이 붙어 나왔다. 일반 서점엔 없는 미술도록과 서예 그림책도 진열했지만 거의가 일본인 관광객이 싸 갔다.

그는 오래전 문 닫은 종로서적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서 서점을 하면 100% 망한다고 단언한다. 그는 현재의 계약기간이 지나 다시 임대료가 오르면 문을 닫던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갈 곳도 마땅찮음을 걱정한다. 인근 국악로(창덕궁 돈화문앞 거리)가 있지만 그곳에 가도 얼마나 버틸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인사동 사람들 중 필방 골동품 등 이른바 문화업소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국악로 쪽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많은 문화업소들이 사간동 삼청동 가회동으로 빠져 나갔다. 이제 또다시 빠져나간다면 인사동은 그때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다시 국악로의 임대료가 오른다면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인사동의 위기가 도를 넘어섰다. 대로변을 수놓았던 필방 미술품 골동품 상가들이 옷가게 음식점 악세사리점으로 바뀐 지는 오래됐다. 그런데 이제 뒷골목으로 밀려난 문화업소들이 다시 비명이다. 아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화방을 해왔다는 한 업소는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저리 융자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실토했다. 돈을 빌리려 해도 은행에선 노우한다는 것이다.

인사동을 이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당국은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말로만 문화지구가 아닌 실제적 정책적 지원을 강구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자존심을 걸고, 국가 정책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도 인사동이라며 관광객에게 소개하고, 자랑하려면 이대로 둬선 안된다.

인사동 최후의 보루로 버티고 있다는 한 서점 주인의 이야기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자각하며 처절하게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