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영상 세계 최초 발굴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영상 세계 최초 발굴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7.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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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중국 송산에서 연합군 포로로 잡힌 모습 영상에 잡혀, 미군 사진병 촬영 후 소장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혀있던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를 촬영한 흑백 영상이 세계 최초로 발굴, 공개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5일 "2년여간의 끈질긴 발굴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관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했다"고 밝히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에 대한 증언, 문서, 사진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제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 세계 최초로 발굴 공개된 위안부 영상 (출처:서울시, 서울대 인권센터)

1944년 6월 미‧중연합군은 '버마 로드' 상의 일본군이 점령한 송산, 등충, 용릉 등을 공격했고 9월 7일 송산을 점령했다. 이때 일본군 위안부로 있던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연합군의 포로로 잡혔고, 14명은 일본군에 의해 학살되거나 전투 과정에서 사망했다.

이 당시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세상에 공개돼 한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됐고 특히 피해자 박영심 할머니(2006년 별세)는 지난 2000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준비 과정에서 사진 속 만삭의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히며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당시 미‧중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배속 사진병이 1944년 9월 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이다. 

18초짜리 영상 속에는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7명의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중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 신 카이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은 한 명의 위안부 여성과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나머지 여성들은 초조하거나 두려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다.  

영상 속 장소는 미‧중연합군 제8군 사령부가 위안부 포로 심문을 위해 임시로 사용한 민가 건물이며 포로로 잡혔을 당시 만삭이었던 故 박영심 할머니는 탈출 과정에서 사산해 중국군의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영상에는 보이지 않는다. 

연구팀은 영상 속 인물들이 한국인 위안부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故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하고,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연합군이 이후 심문과정에서 내놓은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군 위안소로 활용됐던 건물을 촬영한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건물은 용릉(Lung-ling)에 위치한 그랜드 호텔(Grand Hotel, 중국어명은 미확인)이라 불리던 곳으로, 미‧중연합군이 용릉을 점령한 직후인 1944년 11월 4일 53초 길이로 촬영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이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은 후 2년 전부터 기발굴된 문서와 사진 등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적하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필름 릴(reel) 가운데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해 이번 영상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발굴 조사는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기록물로 관리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서울시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하나로 이뤄진 것이다.

서울시와 연구팀은 "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초 증언한 이후 그동안은 239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위주로 연구가 이뤄졌지만 이제 생존 피해자가 38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기록물 조사 발굴이 중요해졌다"면서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일본 정부‧군의 공문서가 압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국내 연구자들의 문서 접근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태국 등에서의 조사‧발굴 활동을 통한 자료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굴한 문서, 증언, 사진, 영상 자료 등을 시민 참여 강연회 교육자료 등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오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공모전, 학술대회, 전시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