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특정 작가 띄운’ 주영한국문화원, 상처 입은 ‘아방가르드 선구자’김구림
②‘특정 작가 띄운’ 주영한국문화원, 상처 입은 ‘아방가르드 선구자’김구림
  • 이은영 기자/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7.1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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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750

용호성 “책자 최종 편집 빅터 왕 잘못" VS 빅터 왕 "나는 관련없다. 모르는 내용 들어가"

문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한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할 용호성 원장이 자기 해명에만 급급해한다는 것이었다. 김구림 화백의 소식이 전해진 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용호성 원장에게 문제에 대한 상황들을 여러 질문을 통해 알려줄 것을 요청했고 용 원장은 답을 보내왔다.

▲김구림 화백이 기자회견에서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아방가르드 리허설' 전시를 위해 만든 안내 소책자를 들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왜곡된 글을 실을 부분을 가르키고 있다.

용 원장은 앞서 "김미경 교수도 저작권은 김구림 화백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최종 편집과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는 부분을 명확히 밝혔다"라고 한 뒤  "빅터 왕 큐레이터가 김 교수와 김 화백의 갈등이 있었다는, 사적인 관계에 관한 부분까지 감안하지 않고 그 글을 실었다고 추정한다. 문화원장의 입장에서 전시를 위해 오랜 기간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온 이 분야 전문 큐레이터가 싣기로 판단한 글을 임의로 삭제하라고 하는 것은 큐레이터의 편집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구림 화백 약력 소개가 제대로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 전시에서는 영문 소책자만 배포했다. 소책자는 분량이 제한되어 있어 작가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싣지 못한다. 그럼에도 김 화백과 관련해서는 상세히 언급을 했다. 특정 작가를 넣거나 빼지 않고 작가별 역할에 관해 필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부족한 부분은 사후 도록에 실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역시 그 책임을 최종 편집자인 빅터 왕 큐레이터에게 넘겼다.

용 원장은 "이 전시는 전통적인 전시가 아닌 '아카이브' 전시"라면서 "김구림 화백의 제4집단에 관한 전시로 시작해 <1/24초의 의미>를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공간배치와 동선을 구성했다. 김 화백이 전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관객들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아방가르드 퍼포먼스에서 김 화백의 위상과 중요성, 그리고 그 역할에 관해 인지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성한 것"이라며 '김구림을 들러리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소책자 1권의 표지에 실린 특정 작가의 퍼포먼스 소개 내용이 내지 2,3페이지에 잇달아 실려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김구림 화백은 이미 지난 2014년 문화원의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해 문화원과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행사에 참여해 영국의 미술관계자 및 관련 전문가들에게 이미 소개가 됐고, 따라서 문화원의 입장에서는 같은 작가를 연이어 초청하기보다 아직 런던 미술계에 직접 소개된 적시 없는 작가를 초청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보도자료, 혹은 책자가 약력을 모두 담기에 부족한 분량이라는 것도 이해가 가고, 전혀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작가를 소개시켜준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그것은 이른바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와 그의 작품을 뒷벽 귀퉁이에 밀어두고 특정 작가들에게 퍼포먼스 기회와 더 많은 작품 전시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결코 정당하게 만들 수 없다.

"아방가르드 역사 무시한 아카이브 전시는 전시 가치 없어, 특정 작가 띄우려면 개인전 열었어야"

한국 아방가르드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그 계보의 선두에 있어야 할 작가를 무시하고 특정 작가에 치중하고 약력을 무성의하게 쓰는 것도 모자라 허위 사실까지 유포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김구림 화백을 잘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에는 파급력이 너무 크다. 관객들이 이런 '가위질 역사'로 한국 아방가르드의 잣대를 평가한다고 생각해보라. 이 파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영국 한국문화원이다.

   
▲소책자 표지와 퍼포먼스를 2회나 진행시키며 편파성 논란을 일으킨 특정작가의 작품 전시 공간. 대형 화면을 띄워 작가의 홍보 영상을 상영하는 한편 전시된 작품 수도 상당하다. 스크린 앞쪽과 옆 뒷쪽까지 이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사진제공=김구림 화백)

한 관계자는 "차라리 그 특정 작가의 개인전을 열어서 그가 보여준 작품 세계를 통해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소개하는 것이 의도와 맞다고 본다. 작가들을 초대한다면서 특정 작가로 도배를 하고, 선구자인 김구림 화백을 내친 상황에서 한국의 아방가르드 역사를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정 작가 띄우기’로 한국 아방가르드 ‘가위질’한 문화원

김구림 화백은 "완전히 왜곡된 한국 전위미술사를 보여주고 있다. 용호성 원장 등 이번 전시 관계자를 명예훼손과 저작권 위반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발 대상은 런던 영국문화원장인 용호성과 전시팀장인 문지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이아영 큐레이터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분명히 했다.

김 화백은 전시 개막 이후 용 원장을 만난 상황을 설명했다. "용 원장을 다음날 바로 만나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항의하자 일단 그는 사과를 했다. 문제를 일으킨  큐레이터에게 사표를 내도록 하라고 했더니 그것은 자신의 권한 밖이라고 했다. 작품 이미지도 다 떼라고 했는데 아무 말도 못했고 리플렛을 폐기한다는 말은 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이 훼손됐다. 내 명예가 훼손됐고 국격도 훼손됐다. 테이트모던 측이 '어떻게 된 거냐'고 나에게 묻는다. 그들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국격이 떨어진 거다"

   
▲위의 특정작가의 공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좁은 한쪽 벽면 앞에 설치된 김구림 화백의 <1/24초의 의미>영상.(사진제공=김구림 화백)

김구림 화백은 그의 작품이 문제가 되어 체포되기도 했고 <1/24초의 의미>를 만든 후 영화인들의 질시와 조롱을 받고 심지어 충무로 영화인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남대문경찰서 에 끌려가 유치장에 갇히기까지 한 김구림 화백.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어려운 외국 생활을 해야했고, 돌아오면 다시 문제가 생기고, 결국 또 외국으로 나가야했던 고단한 인생. 이제 8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의 조국에서 정말 편안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자 했던 그에게 대한민국 미술계는 다시 상처를 입혔다.

"선생님, 그래도 마음 굳게 잡수시고 건강하셔야합니다"... "내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회견 참석자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김 화백은 "다시 만날 지 모르겠지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상처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미 훼손된 명예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벌을 준다고 해도 풀 수 없는 이 문제, 그렇게 또 하나의 숙제가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