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역사왜곡’ 일본, 세계문화유산 ‘군함도’도 ‘나몰라 역사’로
[다시 보는 문화재] ‘역사왜곡’ 일본, 세계문화유산 ‘군함도’도 ‘나몰라 역사’로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7.07.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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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일제 강점기, 조선인 수백 명이 강제 징용됐던 지옥의 섬- 군함도. 이곳에서 한국인 6백여 명이 탄광 노역으로 끌려가 백여 명이 숨졌다. 2015년 일본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밀어붙이면서 강제 징용의 역사를 알리는 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전제조건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였으나, 등재가 확정된 이후부터 말을 또 바꾸기 시작했다.

군함도를 알리는 안내 책자와 현지 관광해설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선전만 바쁘지, 조선인을 강제 노역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는 커녕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 일본이기에 군함도 징용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 건립은 애초에 신뢰할 수 없는 약속이었지만, 이보다 더 한 것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의 여론몰이를 통한 일본의 역사 왜곡이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는 점에 있다. 최근 군함도와 관련된 영화와 책 등 관심이 집중되자, 일본 언론은 적반하장으로 “역사 날조”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단지 독도와 동해 영토 문제 등 일본의 역사왜곡과 관련된 광고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해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앞장섰다. 광고비 2억 원을 들여 6,000여 명 스토리펀딩을 모금해 영화 ‘군함도’를 후원하고,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가장 큰 전광판에 ‘디 아일랜드 오브 헬(The island of hell)’,  '지옥섬'에서 죽어간 조선인들의 모습을 알리는 광고를 내걸었다.

광고는 15초 분량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의 이면에는 강제징용과 수많은 사람의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과 이러한 이유로 이곳이 ‘지옥섬’으로 불리었다는 내용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지난 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의 전광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의  ‘군함도의 진실’을 고발하는 영상. /사진제공=서경덕 교수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8㎞ 떨어진 인공 섬으로,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이다. 일본의 해상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렸다. 섬 전체가 탄광인데, 갱도는 해저 1000m에 이른다. 석탄 매장이 확인된 뒤 1890년부터 미쓰비시 기업의 소유가 되어, 수많은 조선인들이 1940~1945년 이곳에 징용됐다. 일본 정부는 1938년 국가총동원령을 내세워 조선의 젊은이들을 끌고 갔다. 

조선의 젊은이들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여 군함도로 징용 된 것인데, 이곳의 탄광은 높이가 50㎝ 안 밖에 비좁은 막장에서 곡괭이를 들고 누운 채 탄을 캤다고 알려졌다. 10분도 안 돼 하반신이 저려오고 등뼈가 휠만큼 고된 중노동이었고, 낙반과 가스폭발 사고 위험이 큰데다 가스냄새가 심하고 온도가 높아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음은 물론이고 온갖 질병에 노출되었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측은 1940년대 군함도의 일부 시설에서 수  많은 조선인을 비롯해 강제 징용된 이들이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했음을 밝혔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징용정책에 대해 알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당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일본의 전략이었던 것을 알 수 있지만 유네스코에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군함도를 등재하였다. 

등재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고 강제징용 부분은 덮으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3일 우리 정부는 폴란드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주 유네스코 일본대사에게 당초 약속한 부분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였다. 약속을 지킬 줄 모르는 일본에 대해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노력이 절실하며- 민간 차원에서도 왜곡된 역사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세계유산협약은 인류의 유산을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평가하고 확인하여 이를 보존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한 보존과 관리는 등재 당시의 진정성 및 완전성에 대한 보호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군함도의 등재 당시 한국의 많은 연구자들이 일본의 역사 왜곡 근성을 우려하였으나 문화유산의 보편적 가치의 평가 기준을 이해하고 유네스코의 효과적인 관리 체계를 신뢰하였기에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존중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유산의 등재 기준과 진정성 및 완정성, 보호 및 관리 계획에 대해서도 다시금 정비가 필요하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한 나라의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관광 상품에 꼬리표 달아주기가 아니지 않은가.

‘세계문화유산’ 타이틀 달고 관광객 유치에 만전을 기하는 군함도의 변질된 세계문화유산을 바라보며- 문화유산 관리와 보존에 긴장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 세계문화유산에 대하여 2017년 12월 1일까지 센터 건립 등 당초 등재 당시 약속한 사실들을 이행해 그 결과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기로 하였으나 등재 이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군함도를 소유했던 미쓰비시 역시 강제 노역한 미국인 포로 및 중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사과하며 책임을 인정했으나 조선인에 대해서는 사과 및 보상이 없는 상황이다.

당초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를 위한 기본요건, 절차 및 주요 지침 등 문화유산의 조건들이 충족되는 세부요건과 각 기준의 변화 추이 등이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세계 각국의 민간인들의 참여와 관심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문화유산의 보호에 대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은 유네스코 등재가 아닌 문화유산의 보호와 활용에 균형 있는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역사 왜곡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군함도’를 사례로 세계문화유산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 국가의 저급한 처신에 대해 유네스코와 전 세계인이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