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성공한 오일장 박람회에 장터박물관도 건립하자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성공한 오일장 박람회에 장터박물관도 건립하자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7.07.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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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사진가

우리 고유의 장터문화가 현대화의 물결에 휩싸여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몇 일전 경주 건천장에 갔더니, 그 멋진 장옥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미 건천장 뿐 아니라 성주장은 물론, 전라도에 있는 나산장까지도 장옥이 없어졌다. 들창이 달린 7-80년 된 장옥들이 몇몇 남아있었으나, 2008년부터 시작한 문화관광형시장에 밀려 하나하나 사라지더니, 이제 전멸 상태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전통시장에 고유문화를 더해 관광명소로 육성하려는 취지로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 의해 추진되었지만, 그기에 쏟아 부은 국고나 노력에 비해 실패작이나 마찬가지다. ‘정선아리랑시장’ 같이 성공한 장도 간혹 있으나, 대부분 돈만 날렸다. 특히 그 지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장의 특성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화관광형시장’ 상인들의 대체적인 불만은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했다는 거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장옥들을 깡그리 없앴다는 점이다. 일단 토목공사부터 벌여야 가시적인 효과도 있지만, 업자들에게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것 아닌가? 역사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는가?

강원도 정선군에서 올해 처음으로 ‘전국 오일장 박람회’를 열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5만 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여 오일장 박람회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지난 달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박람회에는 전국 각 지역 대표 전통시장 87곳이 참여하였고, 각종 문화공연과 향수어린 오일장 사진전, 토속음식 체험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으나 앞으로 보완할 문제도 여럿 보였다.

시장상품의 전국 평준화로 지역을 대변할 특산물이 다양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매장의 상품들이 대개 비슷비슷했다. 강경 젓갈시장과 성주 참외시장, 고창 복분자시장 등 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었으나, 그 지역 특산품과 관련 없는 일상적인 품목들을 판매하는 곳이 더 많았다. 그리고 오일장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선시대 저잣거리 재현이나 다양한 설치와 전시 이벤트도 절실했다.

일단, '전국 오일장박람회‘는 맛있는 음식 먹고 재미있게 놀며, 상품을 구입하는 잔치마당으로서는 자리 잡았으나, 정선아리랑시장을 아시아 글로벌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박람회를 기획했던 첫 제안처럼 전통 장옥을 재현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했다.

그 실행되지 못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관광객들의 오일장에 대한 향수 충족은 물론이거니와 문화적 가치에서 오는 여러 가지 이득은 예산의 부담을 감내하고도 남는 장사다. 지역 행사 때 마다 임시 텐트를 설치하는 것보다, 기존의 만들어진 장옥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평소에도 그 장옥을 상용하여 대표 오일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에 다양한 박물관이 있는데, 장터 박물관은 왜 없는지 모르겠다. 장터는 우리민족의 삶의 근거지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이 오고가는 장소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 소식을 전하고 전해 듣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고, 다양한 생활 문화를 접하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었다.

역사적으로 삼국시대에도 장이 있었다. 그러나 장시가 본격적으로 발달한 것은 조선 후기였는데, 그 때는 장시의 수가 크게 늘어나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농민들은 자신이 먹을 곡식 외에 장시에 내다 팔기 위한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수공업의 확산으로 여러 가지 공산품이 만들어졌다. 화폐가 널리 쓰이면서 물건을 사고팔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19세기 초에는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은 장시가 섰다고 한다.

지금은 대형마트에 밀려나긴 했으나, 도회지의 상설시장을 제외한 전국에 600여개의 오일장이 남아있다. 그리고 특수한 장도 더러 있다. 약령시장과 우시장, 어시장, 화문석시장, 죽물시장 등인데, 화문석시장을 비롯한 공예시장들은 이미 서서히 사라지거나 사라지기 직전에 있다.

더 늦기 전에 오일장에서 사용되었던 세월의 더께가 뭍은 집기들을 비롯하여, 장에서 만들어 진 오래된 공산품까지 수집해야한다. 그리고 오래된 장옥도 몇 채 옮겨와 장터의 역사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장터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

이번 ‘전국 오일장 박람회’에 불을 지핀 정선군에서 ‘장터박물관’까지 만들기를 제안한다. 전국 오일장을 대변하는 정선군이 아니고 어느 지자체에다 맡길 수 있겠는가? 정선의 ‘전국 오일장 박람회’에서 장터의 역사까지 한 눈에 돌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