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변호인’이 전하는 10.26의 ‘팩트체크’
‘김재규 변호인’이 전하는 10.26의 ‘팩트체크’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7.07.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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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변호사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 “사실 알아야 정확한 판단 가능”
 

1979년 10월 26일 저녁의 총소리는 박정희의 유신 독재를 한순간에 끝냈다.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다음해 5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왜 김재규는 박정희를 저격했을까?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김재규는 권력에 눈이 먼 반역자'라는 비판은 합당한 것일까? 사건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어가지만 사건의 원인부터 결과, 영향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당시 김재규의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가 김재규의 주요 진술과 개인적 고백 등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김영사)를 펴냈다. '메모광'이었다는 그는 '김재규 재평가' 논의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그의 이야기를 담은 메모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김재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세간의 소문대로 김재규를 '주군을 살해한 패륜아' 정도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차 생각이 바뀌어갔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책에 담아냈다. 

사실 이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 이 책의 초판격인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야당 대표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었다. 보수 측에서는 그를 '좌파'라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12년만에 이 책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이제는 당당하게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라고 선언하면서 말이다.

10.26 사건 후 합동수사본부의 발표와 언론 보도, 재판부와 검찰의 입장은 그의 시해가 차지철 경호실장과의 권력 다툼으로 야기된 '우발적 살인' 혹은 집권 야욕을 위한 '내란 목적 살인'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김재규는 유신독재 체제가 영구 집권의 흐름을 띠고 있기에 국민의 희생을 줄이고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재규가 일찌기 유신헌법에 회의를 느끼고 여러 차례 박정희를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발적 살인이 아님을 강조했고 '내란'은 법이 규정하는 내용에 조금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 쌍방의 입장은 지금도 논란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는 김재규와 10.26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팩트를 찾아내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중점을 뒀다. 10.26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또 5공과 6공을 지나면서 은폐되거나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저자는 진실에 10.26과 김재규에 대한 진실에 다가가려면 그 모든 정황과 자료, 증언을 다층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말한다. 그가 보여주는 각종 증거자료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다. 결론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기록자라는 것을 자랑한다"고 출판기념회에서 밝힌 안동일 변호사. 지금도 김재규가 사형당한 5월 24일이 되면 그의 묘소를 찾는다는 저자가 전달하는 '팩트체크'를 살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독자는 현대사의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탐정의 심정으로 이 책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독자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면 바로 그것이 이 책의 결론이 될 것이다. 이 책의 힘은 '객관'에 있기 때문이다.

사족: 안동일 변호사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고 KAL기 폭파 사건의 주범인 김현희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그는 2004년 <나는 김현희의 실체를 보았다>라는 책을 내는데 '안기부 앞잡이', '수구꼴통'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해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를 냈을 때는 '좌파'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 때문일까? 그는 "진영 논리는 정말 싫다"고 했다. 객관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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