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천경자 화백 딸 김정희 “위작 ‘미인도’, '어머니 작품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단독 인터뷰] 천경자 화백 딸 김정희 “위작 ‘미인도’, '어머니 작품관' 전혀 들어있지 않다”
  •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7.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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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뤼미에르 결과 인정한다면서 한달 동안 침묵 후, 뒤집어... 과학으로도 어머니 신념 증명됐다”

지난해 12월 19일, 검찰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 달 전,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가 ‘확실한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과거 1991년 <미인도> 논란이 처음 불거졌던 때와 똑같은 근거로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발표를 믿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특히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위작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어머니가 자신이 낳은 자식을 몰라볼 수 있겠느냐’는 논리로 검찰의 주장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이것이 검찰 발표를 전하는 인터넷 뉴스 댓글의 주내용이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까지도 <미인도>는 진품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진품 결론으로 사건을 종결시켰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족들의 반대에도 <미인도> 전시를 강행했다. “논란의 대상이 아닌 감상의 대상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설명이었지만 위작을 보여줄 수 없다는 유족들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 생전의 천경자 화백

그렇게 진품으로 결론이 나고, 조용히 사라진 줄 알았던 <미인도> 논란이 최근 서서히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 미술평론가가 언론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난 6월 유족으로부터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고 그동안 꾸준히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주장한 정준모 미술평론가의 재판 과정에서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주장의 허점들이 하나둘씩 나왔고 유족들도 재수사를 요청했다. 다시 <미인도> 이야기가 나올 타이밍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천경자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씨를 만났다. 그는 최근 이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배금자 변호사와 함께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했다.

그리고 국회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청문회에서 안민석 의원이 이 문제를 다시 재점화 시켰다. <미인도>는 이미 진품으로 결정난 것으로 끝난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천 화백의 홍대 교수시절 애제자인 홍상문 화백도 천 화백의 생전의 색채에 대한 강조점과 재료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작업과정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진술하고 나섰다.

위작 논란, 그로 인한 고통, 절필 선언과 미국 체류, 그리고 별세할 때까지 천 화백 속앓이를 함께 앓았던 천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교수(미국 몽고메리대)는 <미인도>의 진실이 꼭 밝혀지기를 누구보다 더 염원하고 있었다.  지난 6일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그에게 훼손된 어머니의 명예를 살려야한다는 그의 절규에 가까운 토로와  천경자 그림의 특징을 찾아내는 일명 ‘천경자 코드’를 만들어 스스로 작품이 위작임을 증명하겠다는 목표까지 들을 수 있었다.

김교수는 현재 <미인도>라 불리는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머니의 작품이 아니기에 일반적으로 '여인상'이라 불러야 맞다는 것이다.

▲ 천경자 화백의 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

지난해 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가 위작이 아닌 진품이라고 최종 결론내렸다. 여러 가지 이유는 전부터 밝혀왔지만 그 중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어머님을 아시는 분들은 그분의 작품관을 다 알고 계신다. 1년에 많이 그려야 10편 정도다. 정말 눈에 광이 나도록 그리기에 많은 공을 들이신다. <미인도> 속 미인은 자화상인 동시에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이기도 하다. 초월적인 존재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강렬한 표현을 해야하고 그렇기에 작업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뤼미에르에서 감정을 했을 때 바로 눈 흰자의 물감 밀도를 광학적으로 찾아 검증했다. 원래는 그 부분이 두꺼워야한다. 두껍다는 것은 그만큼 붓질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붓질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 것이다. 뤼미에르의 감정으로 어머님의 말씀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지금 나온 <미인도>는 그 부분이 얇다. 

또 머리의 켜라고 하나? 이 부분이 색깔을 칠한 것 같이 일직선으로 되어 있다. 색을 칠한다면 그런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그림을 국립현대미술관은 “인체 해부학적으로 뛰어난 그림”이라고 하는데 그런 천경자의 작품을 그렇게 터무니없는 위작으로 훼손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나? 비교감정이 뤼미에르에서 최초로 이뤄졌고 결과가 나왔는데 그 결과를 부정하고 계속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진짜로 진품이라고 생각해서 우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이 문제는 작가의 명예 를 훼손하는 것이다.

▲ 위작 논란이 여전히 되고 있는 <미인도>라 불리는 그림. 유족들은 천 화백의 작품이 아니므로 이 작품에 대해 <미인도>라고 붙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 기준으로 <여인상>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의 천화백의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이 그림이 얼마나 어색한 것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뤼미에르 감정 결과는 진품 가능성이 ‘0.000002%’라고 했다. 이는 명백히 위작이란 의미인데 어떻게 과정이 진행됐나

검찰에서 진위 판정을 위해 해외 감정을 하길 원했다. 우리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감정단을 부르려면 비용이 들어야하는데 검찰이 수사비가 없다는 이유로 경비를 못 대준다고 한다.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있지만 만약 우리가 돈을 내고 한다면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우려를 전하면서 ‘반만이라도 지원해 줄 수 있느냐’라고 제안했고 변호사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돈을 받지 못했다. 대신 검찰이 감정 결과를 인정해주겠다고 약속을 해서 감정이 가능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검찰을 믿고 있었다.

뤼미에르에서 감정단이 왔는데 어머니의 작품이 있고 공적인 장소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했어야하는데 검찰 측에서 서울옥션을 고집했다. 많은 그림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감정할 때도 변호인도, 유족도 못 들어오게 통제를 했다.

하지만 뤼미에르도 자존심이 있지 않은가. 의뢰인이 돈을 냈다고 해도 감정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없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치만을 분석해서 낸다고 하니 든든했다. 검찰과 뤼미에르를 모두 신뢰했기에 다 양보하고 진행했다. 검찰이 하도 간섭을 하니까 뤼미에르 측도 불안해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뤼미에르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9개 항목 모두 위작이라는 결론이 난 것이다. 정말 그 이메일 내용을 보고 감격했다. 아무도 이의를 달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뤼미에르가 위작임을 확인하는 모든 원본파일을 다 제출하고 갔다는데 검찰이 이를 통제했다. 유족들에게 결과를 보여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계약 위반이 아니냐라고 이야기했고 그 부분은 일단 사과를 받아내긴 했다. 

▲천경자_장미와 여인, 33.4 x 21.2 ,1981

감정 결과가 나온 게 지난해 11월 중순 경이었는데 그때부터 검찰이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검사에게 연락을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뤼미에르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모두 다 설명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넘게 아무 연락이 없다가 검찰이 12월 19일에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선언했다. 한 달 동안 검찰이 연락을 끊고 뤼미에르의 감정 결과를 가짜로 만드는 작업을 했던 것이다. 

뤼미에르로서도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셈인데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부패한 정부, 이익집단과 진실과의 싸움’이라고 말이다. 볼로냐 학술대회에서도 <미인도>를 놓고 이야기가 나왔다.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재규 집에서 나왔기에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김재규 동생에게 진품이라는 확인도 받아냈다고 한다. 배금자 변호사가 그 동생분과 통화한 내용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실제로 걸려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

그런 그림이 걸려있었다고 김재규씨 동생 김영규씨도 말했다. 본인은 '한번쯤이나 봤을까?'라고 했지만 짐작컨데 김재규씨 부인의 말을 듣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 하지만 그림이 그 댁에 걸려있었다고 진품인지 아닌 지는 자기들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고, 김재규씨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진품이라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도 박근혜 정권은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를 시해한 김재규를 부정축재범으로 몰아야 하기에 이 부분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거 아니냐 하는 일부의 추측들도 있다.

▲천경자_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43*36, 1977

91년도에 천경자 위조범들이 대대적으로 검거됐다는데, 최근 검찰은 권춘식 외에는 위조범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진품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권춘식이 자기가 그렸다, 안 그렸다하면서 계속 번복을 반복한 거지, 다른 사람은 나타난 사람이 없다는 뜻 아닌가. 그러니까 이상한 논리라는 거다. 위작을 자처하는 사람이 권춘식 밖에 없고 권춘식은 아닌 것 같으니 진품이라는 건가? 91년도에도 천 화백의 작품을 이곳 저곳에서 따다가 만들어 새로운 작품이라고 내놓는 위작 사기단이 검거된 바 있다. 당시 검사는 일부 화랑과 위조범들의 공생관계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천 화백이 가짜라고 주장해서 얻을 이익이 있었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이라면 오히려 영광 아닌가? 굳이 그 정도 논란을 일으켜가면서 가짜라고 끝까지 주장한 이유는?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동기가 없었고, 그것은 유족도 마찬가지다. 논란을 일으켜 그림값을 올릴려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가짜가 나오면 오히려 그림값이 떨어진다. 그리고 어머니는 자식들한테 그림을 안 남기셨고, 저나 오빠는 그림을 한 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머니는“양심을 속이고 내가 아닌 것을 '기다'라고 한다면, 지금이야 마음이 편할 지 몰라도 나는 죽을 때까지 괴로울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니니까 아니라고 했을 뿐이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다.

천경자_孤(고),40 x 26, 1974

<미인도> 논란을 겪으면서 천 화백이 결국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이후 다시 돌아와서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

한 언론 기자가 ‘절필선언’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그 때 어머니가 국과수 필적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계신 상황이었다. 작가를 무시하는 판국에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그래서 ‘세상을 향한 마지막 나의 항변’이라는 절필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생각은 바로 바뀌셨다. 어머니는 “작가가 그림을 안 그리면 죽으라는 것이다. 이건 나보고 목숨을 끊으라는 것 아니냐”라고 하셨다. 바로 해명하셨다. 그림은 그리되 화랑 등에 발표하지는 않겠다고. 

그리고 미국으로 가셨는데 미국에 계시면서 스케치 여행도 계속 하셨다.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어하셨다. 이런 어머니가 ‘절필’을 생각하실 정도면 얼마나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하셨겠는가. 그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실 정도니 말이다.

<인도의 무희>라는 작품도 위작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후 어떻게 됐는가?

끝까지 위작이라고 하셨다. 1991년 5월 여성동아 인터뷰를 비롯해 그 몇년후에도 인터뷰하신 자료가 있다. 당시 전시한 화랑주가 사과하고 팜플렛까지 폐기한 사건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당시 화랑주가 나중에 그 그림을 자기화랑에서 전시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를 근거로 내세워 진품이라고 고객에게 팔았고, 고객이 미심쩍어 몇년 후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 감정을 의뢰하자 감정위원회가 진품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는데 말이다. 감정위원회의 감정 제 1 수칙은 작가 의견 우선이다.
 
지난 봄에는 그 그림이 당시 사건 검사(91년도 위작단 검거 당시 검사)가 진품이라고 판단을 내려줬다는 가짜뉴스까지 퍼진 것을 알았다.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나간 어머니가 '인도의 무희'건에 대해 검사에게 언급했는데 고소나 별도의 수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당시 사건 검사는 <인도의 무희> 관련 수사자체가 없었고, 본인이 판정을 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91년도 <미인도>감정 당시 감정위원회에 어머니가 <인도의 무희>를 진짜라고 번복했다는 소문이 들어가 감정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천경자_막(幕)은 내리고, 41 x 31.5, 1989

정준모 평론가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면서 고소하셨는데

일련번호가 있다, 액자 뒷면에 천경자 이름이 있다, 포스터만 보고 가짜라고 한다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말들이 모두 허위라는 점도 문제지만 비평가라는 사람의 주장에 비평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다. 

고소인 진술서에 이렇게 썼다. ‘전문분야의 석사학위까지 딸 정도로 교육을 받고, 얼마든지 사실확인을 할 수 있는 위치의 현대미술관의 학예실장으로 오랜기간 공무원직을 수행한 사람이, 허위 사실 유포로 한 예술가를 돌아가신 후까지 인터뷰나 각종 언론을 통해 비난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에 맞는 처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고소를 했고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배금자 변호사와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했다

많은 분들이 검찰의 ‘진품선언’ 이후 이 사건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결론이 났다고 생각하기에 진품으로 굳어지는 분위기가 됐고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나오는 것도 간헐적으로 나오는 것에 불과한데 이 자리가 시간 제한 없이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변호사님이 이야기해서 하게 됐다. 이 방송을 계기로 다시 <미인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과 저작권까지 기증하셨다. 총 몇 점을 기증하셨고,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어느 정도 되는가? 그리고 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이유는?

기증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서 왜 시립미술관을 선택하셨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총 93점을 기증하셨고, 금액으로서 따질 수 있는 가치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머니 ‘그림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언제든지 가서 직접 보고 감동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무한하겠지’하고 생각하셨다. 어머니께서 직접 기증한 진짜 작품들이니까. 오히려 자기 안방에 걸어놓는 것보다 낫다고 저도 생각한다. 

<천경자 코드>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 저의 남편이 하고 있는 일인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남편이 관련 자료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은 ‘뤼미에르의 결과와는 다르다’는 논리로 진품임을 주장하는데 한 작가의 동시대 작품을 보면서 의혹이 있는 작품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감정이다. 그것을 알아내려면 결국 특징을 알아야한다. 특징을 찾아내기 시작한 거다. 

국립현대미술관도 그렇고 검찰도 그렇고 ‘특징을 가져와보라’며 우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틀리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거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자신이 하면 아무래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석좌교수에서 부탁해서 시작한 것이 <천경자 코드>다. 이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생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인도>는 천경자 화백의 1974년 완성된 그림 전에 습작 착색 스케치인 <바리의 처녀>와 위의 여러 작품들에서 차용해 작품을 만들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편 천경자 화백이 홍익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애제자였던 홍성문 화백은 이날 인터뷰에 참여해 <미인도>가 왜 위작인지를 세밀하게 전했다. 그가 제시한 <미인도> 위작 근거를 여기에 싣는다.

“저는 특히 <미인도>의 풀루메리아 꽃 부분에 관심이 많았다. 덕지덕지한 느낌의 투박한 처리에 가장 먼저 주목했고,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풀루메리아 꽃을 일부러 찾아 관찰하고 스케치해 돌아와 그 소재의 작품을 제작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지난 4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인도>를 실물로 접했을 때 저는 위작이라고 120% 확신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풀루메리아 처리의 미숙함이었다. 일단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이 꽃을 직접 사생해봤거나 연구하거나 한 적도 없고 제대로 테크닉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천 화백이 그린 풀루메리아와 비교해보면 우선 실루엣 형태부터 크게 다르다. 더구나 꽃잎의 고유 질감이 드러나지 않고 투박한 것은 이 꽃잎 구조에 대한 몰이해와 표현력 등 기법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