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장호항 보름달/오현정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장호항 보름달/오현정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7.07.2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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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항 보름달
                     오현정
 

어스름 땅거미 꺼지고
저 멀리 수면에 발을 담고 불빛 가물가물한 등대
들꽃 한 송이 피우러 거친 바위섬에 앞자락 여민다

들숨을 길게 들이켜 단전에 호흡 멈추고
날숨에 짧은 문장이 긴 문장으로
휘청이며 다시 일으키는 오카리나 멜로디

비릿하게 날개 접고 바닷새도 잠들었나
밤하늘에 북두칠성 보듯 히포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겠지

곰치국물에 해송이 수제비로 쓰고
타오르는 달덩이 하나 장호항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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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최근에 낸 시인의 신간 ‘몽상가의 턱’에 나오는 시다. 등대가 수면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항구의 저녁 풍경이다. 바위섬 들꽃은 가물가물한 불빛이 모여서 핀 것인지도 모른다. 바닷새가 잠든 저녁의 항구에 북두칠성도 떴고, 곰치국물에 해송이 수제비로도 떴다. 이런 장호항 달밤 풍경이 아름답다. (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