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항 보름달
오현정
어스름 땅거미 꺼지고
저 멀리 수면에 발을 담고 불빛 가물가물한 등대
들꽃 한 송이 피우러 거친 바위섬에 앞자락 여민다
들숨을 길게 들이켜 단전에 호흡 멈추고
날숨에 짧은 문장이 긴 문장으로
휘청이며 다시 일으키는 오카리나 멜로디
비릿하게 날개 접고 바닷새도 잠들었나
밤하늘에 북두칠성 보듯 히포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겠지
곰치국물에 해송이 수제비로 쓰고
타오르는 달덩이 하나 장호항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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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낸 시인의 신간 ‘몽상가의 턱’에 나오는 시다. 등대가 수면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항구의 저녁 풍경이다. 바위섬 들꽃은 가물가물한 불빛이 모여서 핀 것인지도 모른다. 바닷새가 잠든 저녁의 항구에 북두칠성도 떴고, 곰치국물에 해송이 수제비로도 떴다. 이런 장호항 달밤 풍경이 아름답다. (공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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