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문화정치적 관점에서 지역축제에 대한 제언
[독자기고]문화정치적 관점에서 지역축제에 대한 제언
  • 최윤정 독립큐레이터
  • 승인 2017.07.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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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정 독립큐레이터

아마도 90년대 중후반 무렵부터 지역활성화의 대표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축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로 문화관광축제로서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맥락이었달까.

아마도 20여년을 거치면서 각 지역축제들은 축제의 기능을 확인한 탓에 운영의 효율성을 위하여 축제를 위한 조직위원회 등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지역축제 20년사, 개인적으로 새천년(2000년)을 맞이하며 학생시절 나 역시도 축제기획에 참여한다는 그 사실 하나로 신명나서 열정페이 스태프로 뛰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풍토와 민속에 기반한 정체성, 전통문화의 계승, 지역민들의 여가활동 및 일상성의 탈주, 관광객들의 유입 유도 등 다양한 지점에서 기능을 검증받고 있다. 또한 정치사회적으로 선거를 통해 뽑힌 각 단체장들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적 서비스 제공과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축제 이벤트를 문화정책의 핵심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구조적 독해

때로는 이것이 지역의 특성과 무관하게 왠지 명분없이 치러지는 전시행정의 단편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언제부턴가 우리는 지역축제들이 ‘다양하다’는 말보다 ‘남발한다’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술어를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축제란 기본적으로 ‘일상성의 탈주’에 서있다. 고대 제의에서 출발한 축제개념의 형성은 계급사회에서는 민중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허락된 날이자, 귀족주체의 효율적 통치를 위한 정치적 제스추어이기도 하였고(비판과 조롱에 기반한 풍자가 축제에서 용인되었던 지점), 시민 주체의 사회에서는 연대와 대동의 장으로서(공동체 정서와 의식을 긍정하고 고취하는 방향) 광장의 의미를 밝히는 노력들까지도 그 과정으로 품어온 맥락들을 포함한다. 

현재도 마을과 소규모 동리 주체로 펼쳐지는 축제는 풍토를 기반으로 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적 요소들을 전승하고 있기도 하고, 풍물이나 전통공연을 지역정체성의 모티브로 삼은 축제들은 여전히 그 안에서 ‘풍자’적 요소들을 공연의 입담으로 주목하기도 한다.

아마도 2002년 월드컵은 축제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사건이 아니었을는지. 집단의 신명과 현재까지도 이어져오는 사람들의 광장문화에 대한 의식제고에 흥겨운 발화점이었으니 말이다.  

재생산된 콘텐츠

90년대 이후 각 자치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개발에 대한 화두를 정립해간다. 지자체의 공적기금으로 운용되는 축제는 지역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거나, 더 많은 산업기반 및 기업들을 유치하여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에 서있다.

이에 따라 축제는 지자체 정책 안에서 지역활성화에 대한 일종의 매개이자 저비용 고효율로 지배할 수 있는, 지역을 마케팅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고안되어 왔다. 지역이미지 제고를 목표로 문화역사적 특성을 활용하여 역사나 공동체 안에서 공유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지역정체성을 담은 것. 이것은 장소마케팅을 통해 지역을 ‘관광상품화’하는 것으로서 지역의 스토리 발굴을 통해 재생산된 콘텐츠, 바로 ‘축제’이다.  

수요관람자 입장에서 축제에 대한 경험을 떠올려본다. 아마도 지역축제 중에서 나에게 가장 밀착했던 것은 ‘바우덕이축제’(경기도 안성, 인구 17만 정도의 도농복합도시)가 아닐까 한다. 가족이 살고 있는 고향이기도 하고, 가족들과 이 기간에 동네마실 나가듯 축제를 즐기는 재미가 솔솔했다. 이 축제는 남사당패 여성최초의 꼭두쇠였던 ‘바우덕이’의 이름을 딴 것이며, 남사당 전통문화의 예술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2001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행사에는 기본 축이 있다. 바우덕이 사당 추모제, 시민들이 직접 공연자이자 관람자로 참여하는 길놀이가 전야제로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남사당공연장과 태평무전수관 등이 자리한 안성맞춤랜드를 중심으로, 며칠간 허생전의 안성장을 모티브로 한 옛장터를 재현하기도(판매하는 물품들은 크게 차별성은 없고 부스설치를 통한 전통체험 내지는 마켓형성)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기간 중 남사당패의 특별공연을 상설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무형문화재인 태평무도 관람할 수 있다. 실은 남사당패의 상설공연은 주말마다 펼쳐지지만, 이 기간만큼의 남사당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전통공연 및 기예의 전문성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연출기법들이 결합된 방식들은 민속자원의 동시대적 구현을 꾸준히 모색하는 고민과 과정들을 엿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 축제와 함께 안성시립 남사당패의 실력들이 유지되고 명성 등이 더욱 전파되면서 외부 경쟁력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남사당’에 대해 과거 구태라는 무관심에서(심지어 공연정보도 빈약했었다), 전승되어온 자원으로서 자기 고장의 것이 중심이 된 콘텐츠를 제대로 향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너무도 익숙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추임새를 보고 있자면, 과거 한때 구태라 인식했던 전통문화자원이 오히려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방문하는 외부 관람객들 또한 이 기간에 맞춰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기간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벤트공연이며, 맥락없는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어찌됐든 이 축제의 명분과 의의의 핵심에는 남사당패의 공연이 확고히 주제로 자리하고 있다.

과거 산업시설 유치 등 주변 도시들과 경쟁하는 다양한 공약들이 있어왔지만, 현재는 오히려 전승되어온 문화적 자산을 부각하고 농업도시이자 전원도시로서 맥락을 강화함으로써 ‘힐링’라이프에 관한 도시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통영

▲ 통영한산대첩축제 개막 축하 불꽃놀이 (사진제공=통영한산대첩축제)

대부분의 지역축제들은 위의 사례와 같이 전통과 문화적 자원에 의거하여 내용들을 만들어가거나, 혹은 주로 음식과 풍토에 기반한 농산물 및 특산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편이다. 또한 자연환경(산, 바다, 강)을 기초로 한 지역축제도 즐비하다. 

인구 13만의 도시이자 대한민국 3대 미항으로 꼽는 통영에서 축제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음을 안다. 바다라는 자연환경을 활용한 바다축제, 통영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을 모티브로 한 국제음악제, 그리고 한산대첩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하는 한산대첩축제 등이 그것이다.

통영은 작은 도시이지만, 아름다운 경관과 문화적 토양이 깊기 때문에 국내관광객들의 다수가 반드시 방문하길 원하는, 또한 나에게도 늘 상상을 자극하는 일종의 ‘문학’과도 같은 도시이다. 

‘통영한산대첩축제’, ‘한산대첩’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축제의 출발이자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이 대단히 흥미로운데, 그 육중한 역사성과 장소성에 대해 탐구하려는 노력들이 프로그램으로 구현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유적지 답사는 물론 강연프로그램이 있고 심지어 충무공의 후예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해군과 연관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독특하고 궁금하다. 축제라는 틀에서 논해지지만 내용적으로 집중된 문화제 혹은 열려있는 포럼과도 같은 인상을 받았다. 역사의 장면을 재현하는 체험프로그램,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공연프로그램과 이벤트 부스들이 함께 한다. 물론 이것들은 주인공은 아니다.

결국 역사적 서사가 축제의 모티브가 되었을 때, 각 서사들에 대한 조명 및 역사적 성찰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지금의 대중성과 일탈, 소비성,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주로 논구되는 종류의 지역축제들에게 축제기획에 있어 인문학적 틀과 역사적 성찰 측면까지도 포함할 수 있음을 실천하고 입증하는 역할을 하면서, 또한 ‘남발’이라는 지역축제에 대한 부정적인 술어에 대해서도 극복하게끔 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임은 물론 다른 모든 지역축제들에 대해서까지도 어떤 자극적인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투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큰 줄기에 몰입하는 축제, 부담을 안기는 마음 이토록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