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이젠 사물놀이 전용 극장 하나쯤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김승국의 국악담론] 이젠 사물놀이 전용 극장 하나쯤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7.07.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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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사물놀이의 원년 멤버 김덕수 선생이 종로구 사직동 ‘광화문 아트홀’에서 10여년의 공연 거점 활동을 끝내고 얼마 전 종로구 관훈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인사아트플라자’ 지하극장인 ‘인사아트홀’에 새 터를 잡았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7월 19일, 무더위를 무릅쓰고 그의 새 터 이전과 개관 기념공연을 축하해 주기 위하여 참석하였다.

왜냐하면 나와 김덕수 선생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의 인연은 1978년 사물놀이가 만들어진 ‘공간사랑’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공간사랑’을 운영하고 있는 ‘공간그룹’의 문화예술 전문지 ‘월간 공간’의 편집부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 인연이 벌써 40년이 흘렀다. 

개관식에 막상 참석하고 보니 축하한다는 말을 선뜻 건네기가 내키지 않았다. 지난 번 ‘광화문 아트홀’도 종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위탁 운영 형식으로 임대한 공간이었고, 이번에 옮긴 ‘인사아트홀’도 건물주인 ‘인사아트플라자’ 박복신 회장의 배려로 마련된 위탁 운영 임대 공간으로서 또 언제 ‘인사아트홀’을 떠나야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 사물놀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진 전통 타악 장르가 되었다. 사물놀이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70년대 대학에 불었던 탈춤 부흥 운동에 부응해 과거의 풍물 가락을 기반으로 음악적으로 무대화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였다.

그 중심에는 사물놀이 원년멤버들과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 그리고 문화기획자 강준혁 선생 등이 있었다. ‘사물놀이’라는 이름은 원로 민속학자인 심우성 선생이 지어주었다. 

사물놀이는 과거 농경 사회에서 마당에서 연행되던 풍물 가락 중에서 예술성과 기교가 뛰어난 가락을 풍물의 가장 기본적인 악기인 북, 장구, 꽹과리, 징으로 실내 연주에 적합하게 재구성하여 무대화한 전통 창작 타악곡이다.

사물놀이패는 1978년 2월 28일 서울 원서동에 소재한 ‘공간사랑’에서 김덕수(장구), 최태현(징), 이종대(북), 최종실(꽹과리)로 창단되었다가, 남사당패 출신으로 구성된 김덕수(장구), 최종실(징), 이광수(북), 김용배(꽹과리) 4인으로 본격적인 연주활동을 시작한 것이 ‘사물놀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놀이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2년 6월 일본 순회공연부터였다. 같은 해 10월 23일과 24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World Showcase Festival’에 사물놀이패가 참가하고 한 달 후, 댈러스 시에서 개최한 ‘1982년 세계타악인협회 대회(PASIC-82)’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우리나라에 사물놀이를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이며, 사물놀이가 생긴 이래로 수많은 사물놀이 전문 연주가들이 배출되었다. 전문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사물놀이는 국민의 생활예술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가 전국적으로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물놀이 동아리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도 인종에 관계없이 수많은 세계인들이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고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30년 전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북미,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 지역의 사물놀이 연주자 및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세계사물놀이겨루기대회’가 만들어져 27년간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되었으나,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끊겨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사물놀이겨루기대회’가 사물놀이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였는데 지원이 끊겨 중단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물놀이는 태권도 못지않게 세계화되었으며, 사물놀이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 곳곳에 알린 공로는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사물놀이가 국악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5대양 6대주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생지인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단 하나의 사물놀이 전용극장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 이곳저곳에 서양 예술인 오페라 전용극장과 클래식 연주 전용극장이 지어졌고, 지어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사물놀이’는 전용 극장 하나 없이 지금까지 셋방 신세를 전전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사물놀이 전용극장 하나쯤은 건립해주고 안정된 운영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을 만큼 국력이 성장하였지 않은가? 이러고도 우리나라가 헌법 전문에 쓰여 있듯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라고 당당하게 천명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