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 + 조선 양반문화= 동백꽃아가씨' 성공할 것인가?
'라 트라비아타 + 조선 양반문화= 동백꽃아가씨' 성공할 것인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8.0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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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 "한국적 정서에 편안함 느껴질 것"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야외오페라 <동백꽃아가씨>가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숨겨졌던 정보를 공개했다.

오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동백꽃아가씨>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조선 정조 시대의 양반문화와 의상, 풍경 등을 입혀 서양의 오페라와 한국의 전통을 교합한 작품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함과 동시에 오페라의 대중화를 꾀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야외오페라로 선을 보인다.

▲ (왼쪽부터) 최선식 사무국장, 김재승 안무가, 테너 김우경, 소프라노 이하영, 지휘자 파트릭 푸흐니에, 정구호 연출가, 배우 채시라, 소프라노 손지혜, 테너 신상근, 바리톤 양준모

특히 이 공연은 패션디자이너에서 국립무용단 <단>, <묵향>, <향연> 등을 통해 공연예술 연출가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정구호의 첫 오페라 연출작이라는 점과 소프라노 이하영, 손지혜(비올레타 역), 테너 김우경, 신상근(알프레도 역), 바리톤 양준모(제르몽 역) 등 극중 배역들이 모두 한국 가수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여기에 막과 막 사이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우 채시라가 변사로 등장해 작품과 관객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채시라는 "배우가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편하게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과 막 사이 '모노드라마'를 하는 듯한 역할이라 당혹스럽긴 했지만 오페라 가수들과 콜라보를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역할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정구호 연출가는 "정말 해보고 싶었던 오페라 연출을 한다는 것이 기뻤지만 첫 연출작이 어려운 야외오페라라 걱정도 많이 됐다"면서 "오페라 마니아가 아닌 분들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이 18세기 조선의 귀족문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의상을 맡았던) 영화 <황진이>의 황진이와 비올레타를 접목시켜 배경을 18세기 조선으로 바꿔 표현해봤다"고 밝혔다.

▲ 연출의 변을 밝히는 정구호 연출가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지휘를 맡은 파트릭 푸흐니에는 "처음으로 한국 성악가들과 작업을 하게 되는데 모든 성악가가 한국인으로 캐스팅됐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동백꽃아가씨는 흥겨운 축제, 기쁨을 나타내는 오케스트라와 비올레타의 고독, 외로움을 드러내는 어두운 음악, 이 상반된 느낌이 대비되는 것이 특성이다. 야외오페라가 무대 뒤에 오케스트라가 설치되어 제어가 어렵고 음향 문제가 장애물이 될 수 있지만 잘 극복하며 좋은 오페라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연한 성악가들은 그간에 했던 <라 트라이비아타>와는 달리 한국적인 정서에 편안함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17년만에 국내 무대에 선 소프라노 이하영은 "저도 비올레타와 황진이가 오버랩됐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시적인, 상류사회의 언어들이 많이 사용되는데 단순히 텍스트로 읽더라도 마음이 뜨겁고 아파지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비올레타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손지혜는 "연습할 때 서양식의 태도에 익숙해져있어 한국의 미가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서양의 열린 정서와 한국의 닫힌 정서를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섬세하고 세심한 표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프레도 역의 테너 김우경은 "서양 옷에 서양 가발을 쓰다가 상투를 쓰고 갓을 쓰니 마음이 편안하다. 한국의 것들을 많이 지켜야한다고 생각했고 한국 가곡을 많이 부르며 서양 음악처럼 부르는 것이 아닌 한국의 정서가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제가 그동안 많은 오페라를 거절했는데 <심청전>이나 <춘향전> 같은 것을 제의했다면 다른 작품 포기하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이 알프레도 역을 맡은 테너 신상근은 "준비기간이 넉넉치 않아 신경쓸 것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지난 프로덕션에서 연기할 때 친구가 '알프레도가 왜 팔자걸음을 걷냐'고 말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팔자걸음으로 걸으라고 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 비올레타 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하영, 손지혜와 변사 역으로 무대와 관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은 배우 채시라(왼쪽부터)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동백꽃아가씨>는 야외 원형무대를 토대로 대형 스크린으로 멀리서도 가수의 감정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고 음향을 정비해 극장에 가까운 음질을 선보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노래를 번안이 아닌 원곡 그대로를 부르는 등 부조화를 일으킬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구호 연출가는 이 부분을 인정하면서 "시간이 촉박해서 번안을 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쉽다. 그만큼 우리 정서를 잘 보여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꼭 번안을 해서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전했다.

최선식 사무국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공연'이 평창도 강원도도 아닌 서울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평창에서 공연을 하려 했지만 강원 알펜시아 쪽에서 난색을 표했고 지방 이동에 드는 비용이 많아 서울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내년 초에 강릉아트센터가 들어선다고 하니 그 때 다시 공연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기원과 오페라 대중화라는 목표로 올려지는 <동백꽃아가씨>가 그간의 우려를 딛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