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예술가 주인되는 ‘예술 주권시대’로 나아가자”
[이슈기획]“예술가 주인되는 ‘예술 주권시대’로 나아가자”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7.08.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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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주최 'Hope와 함께하는-취중진담(就中眞談)담 새정부 문화정책 Hope'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관한 부담없는 토론을 위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한 'Hope와 함께하는-취중진담(就中眞談) 새정부 문화정책 Hope'(이하 '취중진담')가 지난 17일 대학로 비어할레에서 개최됐다.

'취중진담'은 새 정부 수립 후 '더불어 함께 가야할 우리 문화의 장래'를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한 서울문화투데이의 정책포럼으로 딱딱한 분위기의 토론회가 아닌, 호프 한 잔을 곁들이며 문화예술계의 애환을 토로하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술취할 취(醉)'가 아닌 '나아갈 취(就)'자를 앞세웠다.

▲ '취중진담' 참석자들이 문화 발전을 위한 파이팅을 하고 있다 (사진=정영신 사진가)

행사 시작에 앞서 이은영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대표는 "오늘,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되는 날에 이 모임을 가지게 됐다"면서 “여전히 문화계의 적폐가 남아있고 최근까지도 개선된 내용은 없고 우울한 소식들만 많이 들려온다”고 지적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심중의 얘기들을 기탄없이 쏟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이야기하도록 하자"며 건배를 제안했다.

탁계석 평론가는 "지금은 우리가 새로 출범된 문화부를 도와야한다. 청와대, 관료들, 언론에서 공론화가 되면 우리의 꿈이 실현될 것이라 본다"면서 "이제는 '예술가 주권시대'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문화 인사들은 그간 겪었던 문화계의 문제를 짚어내면서 새로운 장래를 위해 전진해야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현장 목소리 듣지 않고 똑같은 인선으로 수장 뽑는 것 문제“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내년이 한국오페라 70년이자 예술의전당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된다"면서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국립오페라단장이 4명 연속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똑같은 인선 방식으로 사람을 뽑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지금 거의 모든 단체장이 공석인 상태고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생각이 바뀌지 않고 있다. 오늘 100일 기자회견에 문화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면서 "인선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뒤에서 조종하는 이가 되는 풍토는 이제 바뀌어야한다. 인선이 투명성을 갖게 되면 적재적소에 여러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고 이는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김구림 화백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정영신 사진가)

최근 영국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미술 전시에서 문화원의 '특정 작가 띄우기'와 잘못된 정보 제공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던 김구림 화백은 "문화원은 특정 화랑 소속 작가를 부각시키면서 사리사욕을 드러내고 있고 거짓말로 계속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아직 대답이 없다"며 풀리지 않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구림 화백의 상황을 들은 뒤 탁계석 평론가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지 않는 갯벌도 바다의 생태를 알고 이치를 알면 갯벌도 살아나면서 누구나 사랑받는 곳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관료가 바뀌지는 않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우리가 나서야하고 예술가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한다"고 다시 한 번 '예술인 주권시대'를 만들 것을 밝혔다.

“전통 무관심, 문화융성기금은 어디로 갔는가?”

최창주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문화융성기금 2%는 어디로 갔나?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다. 전통문화 예술인에 대한 대우가 안 좋다. 보유자는 130만원, 전수조교는 66만원을 받으며 생활한다. 우리 문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문화융성예산을 조금만 할당받아도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전 교수는 "담당공무원이 1~2년이면 다른 부서로 가는 일이 다반사다. 낙하산이 아닌 제대로 된 사람들이 와야한다. 문체부도 '공연전통예술과'만 있다. 전통과가 아예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건배 (사진=정영신 사진가)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은 "시립무용단 단장의 경우 실력을 가지고 뽑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내 표를 찍어줄 사람'을 뽑는다. 국가가 관여를 하지 않으니까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지방 예술자치가 달라진다"면서 국립 단체나 정부가 어느 정도는 관여를 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 이사장은 "창작산실을 위해 써야할 예산이 청년실업기금으로 가는 현실에서 돈을 받지 못하니 작품 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창작 의욕을 잃다보니 개성도 없고 특징도 없다. 결국 침체되는 거다. 내 춤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젊은이들에게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이사장은 지난 해 5월 국립극장에서 <심청>을 3개월 연습기간을 주기로 했으나 국립극장이 갑작스럽게 <향연> 공연을 이유로 1개월 동안 작품 연습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향연>이 국가 브랜드라고 하는데 그렇기에는 믿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런 가운데 <심청>을 공연의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단원들이 향연과 또 다른 해외 작품 연습을 해야 했었고 심지어 <심청>공연 바로 다음 날에 해외공연을 위해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김 이사장은 “단원들이 마치 사람이 아닌 기계가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단원들이 불쌍했다. 예술가를 키우지 않는 시스템이 지금 국립무용단의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이 거론한 <향연>은 지난해 국감에서 민간 예술가들에게 지원돼야 할 문예진흥기금 창작산실지원금 6억여원을 국립극장으로 돌려 공연을 올려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낙하산 인사 내정 반대했더니 학교에서 해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낸 바리톤 최현수는 "2014년 국립오페라단장 물망에 올랐을 때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고 했는지 저를 구원파 신도로 몰아갔고 결국 그것이 탈락의 원인이 됐다고 들었다. 진취적으로 교육했던 부분이 윗선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것이 시련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페라와 무관한 김학민 국립오페라단장의 내정을 반대한다고 주장했고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겠다고 하니 전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화가 와서 가지 말라고 압력이 들어왔고 이로 인해 '입시비리'를 이유로 교수직에서 해임됐다"면서 '낙하산 인사'에 반발하며 소신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블랙리스트'로 몰리며 학교에서 해임됐던 상황을 설명했다.

▲ 바리톤 최현수 (사진=정영신 사진가)

이제훈 한국미술정책연구원 회장은 “한 해에 미술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 3만 5천명이다. 문화적 DNA가 풍부함에도 정부에서 인큐베이팅이 되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세계로 진출할 때 환영해주는 것이 문화강국의 모습이며 이는 곧 일자리 창출과도 관련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를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문화예술인을 내세우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라면서 “문화예술인의 공간을 만들고 문화예술인을 예우할 때 정권 재창출도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앞으로 이런 자리를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문화예술계의 산적한 문제들을 드러내고, 문체부의 개선방향과 정책 제안을 계속해 나가는데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취중진담’에는 김구림 화백, 최창주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바리톤 최현수 전 한예종 교수,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을 비롯해 모지선 화백, 이돈웅 서울대 교수, 문영철 한양대 교수, 이은주 갤러리 와트 대표, 이제훈 한국미술정책연구원 회장, 정영신 사진가, 탁계석 평론가, 이은영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대표 등이 참석해 현재까지 진행돼 온 문화권력의 문제와 우리 문화의 장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심도깊게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