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새 정부의 국정과제 유감(遺憾)
[김승국의 국악담론]새 정부의 국정과제 유감(遺憾)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7.08.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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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시대,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국정운영의 기반으로 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초 취임을 하였다.

이제는 건국 후 쌓여 온 전통예술계의 적폐가 청산되고 전통예술의 진흥에 박차가 가해지겠구나하는 기대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전통예술계에 속한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전통예술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차가운 기류가 감돌기 시작하고 있다. 실망감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건국이 되고 국가가 전통예술의 진흥을 위하여 처음으로 정책적 지원을 시작한 것은 1953년 국립국악원이 설립되었을 때이다. 그 후 64년 동안 정부는 전통예술 진흥을 위하여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해주었다고는 하지만 전통예술계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잘 알다시피 특정인 혹은 특정 세력에 의해 문화 정책 전반이 출렁이고 농단이 되다보니 전통예술계 또한 직간접적으로 입은 피해가 컸다.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통예술발전의 저해 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그에 따른 개혁, 또한 전통예술의 활성화 방안과 같은 새로운 정책을 기대했었다. 당연히 그런 정부의 의지가 얼마 전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속에 잘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고 또 살펴봐도 ‘전통예술 창달’을 위한 구체적이고 개혁적인 세부계획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 박근혜 정권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문화정책 추진과제를 설정한 흔적은 보인다. 허나 ‘전통예술의 진흥’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 온 나로서는 아쉽고 허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숨기고 싶지 않다.

이번 국정과제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가비전으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설정하였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했던 촛불 정신을 구현하고,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국정운영의 기반으로 삼는 새로운 정부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와, 핵심가치를 ‘정의’에 두겠다는 것은 온 국민이 간절히 소망했던 일이다.

그러한 국가비전 달성을 위한 실천전략으로서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던 것이다. 나의 관심사는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문화정책을 구현할 것인가’이기 때문에 문화정책 과제 부분부터 살펴보았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부분만 보면 3가지로 압축되어 있다. 첫째,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둘째,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셋째,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 및 세계 속 한류 확산’ 이 세 가지이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살펴보면 첫째,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만들겠다는 것은 생활문화 정책 추진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를 확보하고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과 여부를 떠나 박근혜 정권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다.

둘째,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을 하겠다는 것은 예술가에 대한 예술지원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예술가 지위 및 권익 보장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도입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공정성 부문 면에 있어서는 진일보한 정책이지만 전 정권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다.

셋째,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 및 세계 속 한류 확산’ 부문에 있어서는 콘텐츠 주요 구성원 간 불공정 거래 개선을 추진하고 문화콘텐츠산업 선순환 생태계 조성 지원을 통해 유망 콘텐츠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공정성 부분에 있어서는 진일보한 정책이지만 전 정권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다.

이게 모두이다. 어디를 찾아봐도 ‘전통예술 진흥’과 ‘개혁’을 위한 세부계획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이라고 시작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전통을 기반으로 한 문화민족임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헌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 것은 국가가 전통문화예술의 계승·발전과 창달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인데,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쯤은 담겨 있어야 하지 않은가?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헌법 제 69조에 따라 취임 선서를 하였다.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라고 선서를 하였으면 그대로 해야 한다.

‘전통예술의 창달’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고 대통령의 책무이다. 갑자기 새 정부가 들어서느라 경황이 없었다는 것을 이해는 한다. 부랴부랴 100대 국정과제를 만들다보니 일부 엉성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그 국정 과제의 빈구석을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정부를 도와 채워야 한다.

또한 정부는 ‘전통예술의 창달’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100대 국정과제 중 전통예술에 관한 부분을 수정·보완하고 구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세부 실천계획을 국민들 앞에 내놓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