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 우리가 지킨다" 낙안포럼 창립
"낙안읍성 우리가 지킨다" 낙안포럼 창립
  • 이은영 기자/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8.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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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낙안읍성 훼손 더이상 안 돼 발벗고 나서, 현대적 아닌 더 전통적으로 주민들 의견 반영해야”

낙안읍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낙안포럼(공동대표 김남태 송상수)이 지난 2일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전남 순천시 소재 낙안읍성 내 낙민관에서 열린 이번 창립식은 낙안읍성의 유네스코 등록을 앞두고 그동안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에서 수 차례 지적해 왔던, 관에 의해 자행되는 훼손 등을 막고 낙안읍성내 민속자료 보존과 계승을 위해 뜻있는 시민들이  자발적 참여로 열렸다. 

▲ 낙안포럼 창립식

포럼은 "낙안읍성은 국가문화재로 낙안읍성과 순천시만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며, 유네스코 등재도 앞두고 있어 세계인의 낙안읍성으로 나아가려하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낙안읍성이 관에 의해 원형이 훼손되는 상황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시민들이 직접 나서 낙안읍성을 지키고 가꿔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앞장서기로 했다"고 모임 결성 취지를 밝혔다.

창립식은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의 사회로 참석자들의 발표에 이어 송순섭 명창의 단가 '진국명산'과 박일중 시인의 시낭송 '자작나무 숲에서'가 축하무대로 꾸려졌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40여년간 자신의 사재를 털어 낙안읍성을 지키기 위해 서울과 대전 등을 오가며 끊임없이 정부기관과 지자체와 혼신을 다해 싸우며 투쟁해온 송상수 공동대표의 노고를 위로하고, 그의 노력에 대해 진심을 다해 치하하는 등 숙연하고도 감동적인 자리를 연출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서울과 경기도 여수, 순천시민, 낙안읍성 주민 등 50 여명이 참석했으며 특히 시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순천시의회 의원 등이 참석해 낙안포럼 창립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참석자들은 낙안읍성이 처한 현실과 문제 해결을 위해 낙안포럼이 앞장서 줄 것을 주문했다.

낙안 주인은 주민, 후손에게 우리 것 제대로 물려주는 것 과제

이 자리에서 송상수 공동대표(낙안읍성전통문화협동조합 이사장)는 인사말을 통해 "(낙안읍성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신 것을 보며)희망이 보인다. 낙안읍성 성곽 안팎의 풀을 매며 성을 볼 때마다 애통한 마음에 많이 울었다. 서울을 오가며 낙안읍성을 알리려고 숱한 고생을 했고 돈 벌러 간다는 일부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느꼈지만 낙안읍성을 지키는 것이 내가 태어나서 소신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다"라며 잠시 울먹였다. 

송 대표는 "지금 순천만이 들어서면서 낙안읍성마저 순천만처럼 바꾸려하고 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상들이 무섭지 않느냐"면서 "낙안읍성은 주인인 주민이 지켜야한다. 말살될 문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많은 힘을 모아 달라. 지금이라도 잘 보존하면 아주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희망이 보이고 있다. 이럴 때 후손들에게 우리 것을 제대로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 인사말을 하는 송상수 공동대표

김오연 전 코레일네트워크 대표이사는 "오늘 낙안포럼을 계기로 여기 계신 분들만 잘 단합을 한다면 송상수 회장이 추구하는 가치를 살리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 나갈 것인가 하나의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것을 믿는다. 낙안의 전통문화를 계승보전해서 후손에게 물려주길 위해 보존회와 같은 민간이 함께하고 조합도 함께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30년 전 낙안을 보고 감동을 하고 낙안읍성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해온 송상수 회장을 보고, 그 변치 않는 소신에 또 다시 감동했다는 박일중 광성중 교사(시인)는 "관이라는 것이 주민들을 도와주는 입장에 서야하는데 훼손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이 조그만 돈에 영혼을 뺏기지 말고 권리를 찾아 누리고, 관이 도와주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우리는 다시 관람객의 입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낙안읍성을 위해 더더욱 발전하는 낙안포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의회 허유인· 박계수 의원 등 “읍성이 가진 좋은 가치 훼손시키지 않도록 하겠다” 

박계수 순천시의원은 “의정활동을 문화위원회에서 하면서 낙안읍성에 관심 갖게 됐다. 송회장 때문에 그동안 관심 가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도 많이 봤고, 창립식에서 좋은 얘기를 많이 듣고 반영하러 왔다”고 밝혔다.

허유인 순천시의원은 “원근각지에서 이렇게 낙안을 생각하고 모이신 분들에게 순천시민과 의회를 대표해 감사 인사 드리겠다”고 운을 뗀후 “낙안은 국내 민속마을 중 사람이 사는 유일한 곳이다. 지금 대부분 순천만 국가정원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외국인들은 낙안읍성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더라. 낙안은 점점 더 어떤 더 보상을 해 주더라도 더 전통적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개발 위주의 시 정책과는 부딪침이 있기도 하다. 낙안이 지금 갖고 있는 좋은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보존하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순천, 낙안을 더 사랑해 줄 것을 주문했다. 

▲ 발언하는 허유인 순천시의원

허석 한국설화연구소장은 “송상수 회장을 보면 작은 거인이라 할 정도로 다들 인정할 것이다. 얼마전 찾아 뵀는데 사진을 보여주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했던 낙안이 아니었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순천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모든 힘을 총동원해서 낙안이 원상복원해서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낙안은 송만갑 선생 출생지, ‘순천국악전당’(가칭) 만드는데도 힘을 모아달라

송순섭 명창(무형문화재 제5호 적벽가 보유자)은 “멋도 모르고 왔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인줄 몰랐다. 와서보니 낙안이 우리 송씨터가 아닌가 싶다.(웃음) 우리 우리나라 판소리계의 최고봉인 국창 송만갑 선생이 낙안출신이고 묘지가 여기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더라. 내가 순천에 들어와서 송만갑 선생이 여기서 나고 자라고 소리공부를 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 동편제 판소리가 낙안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여러분이 다같이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송 명창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허유인 의원은 “올해 시에 140억 검토보고서를 주면서 '순천 국악전당'(가칭)을 만들자 했다. 지금은 광양으로 갔지만 서부권에 예술중고등학교가 있고 동부권에 판소리 중심의 예술중고등학교를 만들어 그곳을 국악전당으로 하면 낙안 쪽에 큰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낙안포럼이 낙안읍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한편 가칭 '동편제 국악전당' 건립을 안건으로 네트워크해서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순천대 퇴임후 낙안읍성에 들어와 살고 있다는 류연석 전 순천대 교수는 “낙안은 옛날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버려졌다. 문화재 보전이 하나도 안 되고 있고 순천만에 먹거리 찾는다고 그곳에만 올인해서 낙안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길도 닦지 않고 유네스코가 순천시에서 오는 길도 안 만들어놓고 유네스코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류 교수는 순천만 정원을 거론하며 "정원을 잘 만드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지만 그에 앞서 정말로 가치있고 중요한 낙안읍성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다. 정원은 전세계 어디나 수없이 많지만 낙안은 전세계에 유일하다. 잘 지키고 그동안 문제됐던 것들은 (관에서 나서서)복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불편 감내하며 낙안읍성 지키며 사는 주민들도 문화재”

▲ 송순섭 명창의 축하공연

유명자 50플러스코리안 이사는 “양극화 시대에 우리는 미래시대에 아날로그가 아니면 숨쉬기 어렵겠구나 생각한다. 낙안읍성은 상징적으로 지구의 허파같은 곳이 될 것이다. 낙안을 옛 모습대로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이 소중한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것이 영광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최하경 전통문화진흥원 회장 “현대그룹 30년 근무후 퇴직한 이래 10년간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가꾸고 알리고 해석하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민관이 같이 가야한다. 서울시는 민간과 협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낙안읍성의 가치라는 것은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기에 민관이 힘을 모아 문화재로서 가치를 갖는 방향으로 협치해 주면 우리는 국민들에게 열심히 알리겠다. 특히 판소리부분까지도 겹치면 낙안읍성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임실 여수시 여성회장은 “여수에도 이순신 장군이 있었던 좌수영 성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다 무너져버렸다. 성곽 복원을 위해 시내 비싼 땅을 사서 옛날 본영을 복원하기 위해 작업했는데 예산 문제로 제대로 복원을 못하고 '이순신 광장'으로 조성됐다. 그런데 낙안읍성은 이렇게 보존이 잘 돼있어 여수에 놓고 싶다는 욕심이 날 정도다. 이렇게 좋은 곳을 잘 보존해주시고 이웃에서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순옥 (주)광우 부대표는“낙안읍성을 10년 전에 왔을 때 집이 참 이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번 기회에 내가 생각하는 문화재에 대한 생각을 실현시킬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면서 "여기 문화재를 지켜오신 분들도 문화재다. 건물과 돌과 풀포기 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오신 주민분들도 유네스코에 등재돼야 할 문화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에서 주민들의 노고를 이해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더 현대적인 것이 아니라 좀 더 옛날스럽게 주민들의 의견과 고증을 반영하면 정말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읍성으로 잘 보존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입장료 수입 일부 지급은 보상 아닌 사유재산 사용료, 착각하지 마라” 일갈

이낙훈 운산판소리보존회장은 "시에서 주는 돈을 받으며 낙안읍성에 국악인이라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소리를 들으면 낙안은 물론 순천시까지 다 버려버린다고 외지인들로부터 수없이 전화를 받고 있다. 송만갑 선생이 태어난 고장이라면 예산을 들여 국창같은 분을 모셔서 후배도 양성하고 국악도 양성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경모 낙안읍성보존회 감사는 “오늘 여기서 토의를 해서 결과가 도출되면 정책을 문화재청이나 어느 기관에 실행이 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주민들 의사가 반영된 방향으로 나아가 달라. 앞으로 포럼을 할 때 앞으로 어떤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길 바란다"는 건의를 했다. 그는 또 순천시에서 주는 입장료 수입의 33%는 주민들에 대한 사유재산에 대한 보상이지 생할보조비, 즉 지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상호 낙안읍성보존회 이사는 "교통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시는) 교통량이 적어서 길을 넓히지 않는다고 하는데 길이 좁으니 관광버스가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낙안읍성이 좋다고 해도 사는 주민들은 정말 힘들다.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봉식 낙안읍성전통문화협동조합 이사는 “오늘 거론된 중요한 내용들은 주민들도 많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안포럼 통해 관의 횡포 적극 대응, 주민자치권 보장 앞장설 것

이에 포럼 측은 "오늘 나온 애기들을 추려서 관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단체 행동에 나설 때 나서겠다. 주민들 의견도 반영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려고 한다. 문화재청에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포럼 측은 "낙안에 대한 하드웨어 문제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야한다는 것이 포럼의 취지"라면서 주민들이 제기한 재산권 제약에 대한 미약한 보상 문제와 입장료 수입의 문제 등에 대해 입장을 같이하며 ‘입장료 수입의 불투명화’ 부분을 함께 지적했다.

▲ 낙안읍성 전경

낙안포럼은 앞으로 ▲낙안읍성 내 관에서 훼손한 문화재 원형 복원 ▲문화재청을 비롯 순천시 등의 관의 정책 대응 ▲주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합당한 지불 및 주민들의 불편에 대한 충분한 보상 확보 ▲주민 자치권 보장을 위한 협력 ▲낙안읍성 문제에 대한 토론회 개최▲보고서 발간▲교육지원 등을 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발기인으로는 김남태 여수MBC국장(공동 대표), 김오연 전 코레일네트웍스 대표, 송상수 낙안읍성협동조합 이사장(공동대표), 박일중 시인(서울 광성중 교사),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대표(간사)를 비롯해, 최하경 한국전통문화진흥원 회장, 김순옥 (주)광우 부사장, 유명자 50플러스코리안 이사, 황순자 한국매듭공예연합회장, 이봉식 낙안읍성전통문화협동조합 이사등이 참여했으며, 김임실 여수시 여성회장, 김화신 좋은효소 여수본부장, 주미경 새봄농장 대표, 송순섭 명창, 류연석 전 순천대 교수, 허유인· 박계수 순천시의원,  허석 한국설화연구소장, 이낙훈 운산판소리보존회 원장, 여수 금호관광 김영규 대표, 남도일보 백충하 국장, 강경모 낙안읍성보존회 감사, 김도수 낙안읍성보존회이사, 송상호 낙안읍성보존회 이사, 송효종, 김욱배 낙안전통문화협동조합이사, 임흥재 나이스케어 대표, 정향자씨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