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따분하다고? ‘정동극장’으로 한 번 가봐!
국악이 따분하다고? ‘정동극장’으로 한 번 가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8.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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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마루 시리즈’와 ‘청춘만발’이 선사하는 ‘젊은 국악’의 아름다움

'국악'이라고 하면 우리는 묘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 따분할 것 같고, 지금 우리 정서와 맞지 않고, 나이 든 사람들만 듣고, 공연을 보려 해도 대극장에서 비싼 돈을 주고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국악을 점점 멀리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국악을 보급하려는 젊은 국악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따분한 국악을 젊은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이들의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려는 곳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 바로 정동극장이다.

정동극장은 지난 4월 구 카페공간을 리모델링으로 마련해 신규 문화공간 '정동마루'를 오픈했다. 정동마루는 전통 한옥에서 집의 중심이 되는 공간 '마루'를 차용해 사람과 문화, 모든 만남이 거쳐가는 공간 정신을 지향하며 만들어졌다.

▲ 정동극장의 '정동마루' (사진제공=정동극장)

이곳에서는 한국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과 비즈니스 문화 행사, 소규모 창작 공연 등 문화와의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개관 직후부터 열린 창작공연 무대 '정동마루 시리즈'는 젊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창작 실험이 선보여지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국악을 통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예술가의 작업실’이 보여줬던 색다른 재미

정동마루 시리즈의 첫 프로그램으로 4월에 진행했던 '예술가의 작업실'은 창작자들이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작업담과 세계관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토크와 공연이 어우러진 소규모 콘서트였다. 말 그대로 한옥 마루에서 공연을 보는 느낌을 갖게하는 좌석과 함께 맨 앞자리는 방석에 앉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점이 눈길을 끌었고 음향 또한 국악의 원음을 한껏 살리도록 만들어졌다.

소리꾼 박인혜는 <춘향가>를 재해석한 '같거나 다르거나 춘향가'를 공연하며 실제 연습실 모습을 정동마루에 연출하고 지난해 부부가 된 소리꾼 김봉영과 소리꾼 권송희는 각각 <심청가>를 재해석한 '눈먼 사람'(김봉영)과 '모던 심청'(권송희)을 선보이며 같은 판소리 대목을 전혀 다른 장르로 해석해 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 소리꾼 김봉영 권송희 부부가 출연한 '예술가의 작업실' (사진제공=정동극장)

소리꾼 박민정은 <흥보가>에 지금의 시대성을 담아 '장태봉'이라는 인물로 그려내는데 판소리 가락에 '워킹맘'이자 '예술가 맘'인 자신의 모습과 고민을 담아내면서 관객들과 소통했고 '수궁가가 조아라'를 선보인 배우 겸 소리꾼 조아라는 원작 <수궁가>와 자신이 재창작한 <수궁가가 조아라>를 직접 비교 분석해 들려주면서 판소리와 수다가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진정한 국악의 미래가 여기 있다 ‘청춘만발’

국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천만의 말씀. 지금도 국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이 정동극장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하고 창작 작업을 지원하는 기회가 있다. 바로 '청춘만발(靑春滿發)'이다.

지난 5월 첫 무대를 마련한'청춘만발'은 단순 무료 공연, 혹은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되는 청년예술가 지원 무대와 달리 신청팀에 공연 판매까지 이어지는 '첫 무대'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앞으로의 활동에 바탕이 될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상시접수를 통한 공모 신청팀의 릴레이 공연 후에는 매달 '이달의 아티스트'가 선정되고 선정된 아티스트는 창작개발비와 함께 멘토링을 제공받고 하반기 '정동극장 청춘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청춘페스티벌에서 바로 '올해의 아티스트'가 선정되고 올해의 아티스트는 다음해 정동극장 기획공연 '창작ing' 공연 후보로 선정해 본격적인 프로무대 진출 지원을 받게 된다.

▲ 청춘만발 6월의 아티스트로 선정된 연희앙상블 '비단' (사진제공=정동극장)

5월의 아티스트는 재즈와 민요를 결합한 음악을 선보이는 '아포가토'가 선정됐다. 숭실대 피아노와 드럼 전공 졸업생, 중앙대 민요 전공 졸업생이 만나 결성한 아포가토는 민요 보컬과 피아노, 드럼의 조합으로 민요에 팝과 재즈를 편곡하며 민요의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6월에는 신인다운 재기발랄함으로 연희공연의 새 장을 연 연희앙상블 '비단'이 선정됐다. 평균연령 26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재학생 위주로 구성된 비단은 공간 구애 없는 '창작 연희 공연'을 지향하는 팀으로 젊은 이야기와 만난 '진짜 노는 무대, 젊은 연희'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청춘만발'은 국악을 새롭게 실험하고 국악을 즐기려는 젊은 국악인들의 신청이 이어지면서 이제 매주 화, 목요일 정동마루를 젊음의 광장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혹여나 '국악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꼭 한 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국악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전통시리즈 <련蓮, 다시 피는 꽃>

지난 4월 6일부터 시작된 정동극장 전통시리즈 <련蓮, 다시 피는 꽃>은 정동극장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완성도 높은 전통공연을 목표로 새로 제작한 창작 초연 공연으로 정동극장의 제작 콘텐츠의 장점을 총집결해 '정동극장의 브랜드 공연'으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공연이다.

이 공연은 전통 한국무용을 주 표현 기반으로 삼으면서,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 구성을 통해 극적 흐름을 갖췄다. 삼국시대의 '도미부인 설화'와 제주 서사 무가 이공본풀이의 '되살이꽃' 설화를 모티브로 창작한 <련, 다시 피는 꽃>은 가상의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설화 속 도미부인과 원강암이의 의연하고 결연한 태도를 여주인공 '서련'에 투영해 '극복'과 '소생'이라는 한국 전통의 정신과 사상을 이야기에 담아내 화려한 춤사위로 피워낸다.

▲ 전통시리즈 <련蓮, 다시 피는 꽃> (사진제공=정동극장)

박애리 소리꾼이 피쳐링한 '헌화가', '연담가'는 뮤지컬적 요소로 지루함을 떨치게 하고, 궁중 연희를 바탕으로 재창작한 한국 무용의 구성은 우리 춤의 화려함과 깊이를 선사한다. 제례 의식때 공연된 의식 무용 '일무', 나라의 태평성대와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춤으로 왕과 왕비가 직접 추는 무용 '태평무', 칼을 도구로 하는 전통 춤 '검무' 등이 한국무용의 아름다움과 박력을 보여준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 '원각사'를 복원하며 역사적 의의를 가지게 된 정동극장은 이제 국악을 느끼고 체험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국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젊은 국악인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정동극장에서 국악 공연을 보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 기회를 꼭 한 번 잡기 바란다.

그 기회가 어쩌면 국악을 좋아하게 될 계기가 될 수 있고, 국악도 이처럼 신나는 음악이며 젊음의 열기가 담긴 장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음의 열기는 이 곳에서도 느낄 수 있다.

<미니 인터뷰> '청춘만발' 참가팀 '일;곱'

“하면 할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는 팀과 음악 만들께요”

▲ '청춘만발'로 첫 무대를 가진 '일;곱' (사진제공=정동극장)

"팀명을 짓고 처음하는 공연이라 걱정도 많고 최대한 (관객들이) 즐거워하길 바랬는데 재미있게 봐준 것 같아 감사해요"

지난 17일 저녁 '청춘만발' 공연은 한양대 국악과 학생 7명으로 구성된 '일;곱'이 장식했다. 2년전 같은 대학을 다니는 선후배들이 '가곡'이라는 장르를 함께 연습하고 공부하기 위해 만들었던 '스터디 그룹'이 이제 어엿한 하나의 팀이 되어 정동극장 정동마루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정가'를 부르며 공연의 중심 역할을 한 김승란 단원과 "국악공연장이 소규모라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고 조명이 너무 훌륭해서 색깔과 잘 맞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한 최범수 단원(피리)에게 첫 공연을 무사히 마친 안도감이 느껴졌다. '감상 뽀인트'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박자가 바뀌는 부분을 알려주기 위해 옛날 악보까지 관객에게 나눠준 이들의 공연은 공연장을 메운 젊은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곱'은 '하나(1)와 곱(6)이 만나다'라는 뜻. 정가,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타악을 전공하는 이들이 '그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내자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가곡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은 '완전한 편성을 갖추고 하는 앙상블'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게 했고 마침내 가사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실험하는 자리가 바로 이 무대였던 것이다. 

"초수대엽(가곡에서 맨 처음 부르는 곡의 총칭-기자 주)을 보면 남창만 있지 여창이 없어요. 이것을 여창으로 부르면 어떨까해서 여창으로 변주해 불렀죠. 가사를 꼭 관악반주에 맞춰야하나라는 생각으로 거문고, 가야금과 같이 부르고 가사에 한자어가 많아 전달이 어려운 것인지 궁금해서 현대어로 바꿔서 부르기도 했죠"(김승란).

여창으로 시작하는 가곡 공연과 박자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곡, '어디니 언제오니 엄마 연락없이 하소서'라며 친한 친구와 이야기해야하니 밤이 오지말라는 뜻으로 바꿔 부른 현대어로 이뤄진 정가 등 실험적인 정가에 관객들의 귀가 세워졌다.

"감히 말하면 전통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올라가보면 지금 저희가 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요. 전통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왔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최범수).

"아무 말도 설명도 안하고 남녀가 노래만 부르고 끝나는 공연도 많은데 의미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잖아요. 재미있는 부분을 알려드리려했고 관객에게 다가가야한다는 공연으로 만들기 위해 중간중간 설명도 붙이면서 만들었어요 이런 시도를 알아주시고 충분히 즐기시기만 하셨어도 저희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요"(김승란)

▲ 일;곱의 공연 (사진제공=정동극장)

'일;곱'의 리더격인 김승란 단원이 명함을 건넨다. 그의 명함에는 정가의 뜻이 담겨 있었다. 그를 만나 명함만 받아도 상대방은 정가의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정가를 알리고 있었다.

"부모님이 '음악이 아는 학문의 가치가 있다'면서 열살 때부터 정가를 배우게 됐어요. 여섯살 때부터 민요 등을 배우다가 정가를 배웠는데 처음엔 매력을 모르니 고역이었죠(웃음). 계속 서 있어야하니까. 그런데 매력을 아니까 풍경 좋은 곳에 가게 되면 노래를 부르고 싶어질 정도였어요. 세밀한 부분까지 알게 되니 왜 학문의 가치가 있는지도 알게 됐죠".

그의 장점은 긴 호흡. 호흡이 길어 정가를 끝까지 부드럽게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긴 호흡이 악단에게는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대체적으로 다른 분들은 호흡이 모자르면 금방 끊기고 박자를 당기면서 맞추는데 이 친구는 호흡이 기니까 끝내기가 참 어려워요(웃음). 호흡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했죠".(최범수)

일:곱은 "우리가 즐기려고 하는 팀"(김승란), "하면 할 수록 재미있는 팀"(최범수)이란다. 그동안 공부한 것을 차분히 새기며 더 나은 음악을 만들고 관객들이 이를 듣고 재미있어 하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권유를 하고 그렇게 '매력적인 음악'으로 들어주길 바라는 것이 '일;곱'의 꿈이다.

"많은 분들이 듣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자신들이 부르고 즐기기를 바래요. 그러면 정가의 즐거움을 알 거에요". 일;곱의 첫 출발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