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손안에 피는 꽃/정민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손안에 피는 꽃/정민호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7.08.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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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에 피는 꽃
                   정민호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한 번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니다
그래서 꽃 피는 날은
위대한 신의창조를 찬미하는 날이다
생명 없는 꽃은 그림의 떡
결국 그것은 꽃이 아니다
신의 손이 아니고선 꽃을 피우지 못하고
인간의 손아귀에서 피어난 꽃은 
꽃을 흉내 내는 죽은 꽃이다
그것은 결국 아트 플라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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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꽃은 반드시 진다. 져야 꽃이다.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지지 않는 꽃은 당연히 꽃이 아니다. 그런데 지지 않는 꽃이 있다. 사람이 만든 꽃이다. 조화이다. 신이 만드는 꽃은 지는데, 사람이 만든 꽃은 지지 않는다. 이게 신과 사람의 차이일 것이다. 사람이 만든 조화는 꽃을 흉내 내는 가짜다. 결국 피었다가 지는 신이 만든 꽃만이 살아있는 꽃이다. 지면 살고, 지지 않으면 죽은 것이라는 역설이 시에 있다.(공광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