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건축 운동사 10년 '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한국 현대건축 운동사 10년 '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9.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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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태동된 건축 운동 담긴 자료들 전시, 일반인 이해 어려운 점은 아쉬워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동적으로 움직인 한국 현대건축 운동사를 느낄 수 있는 <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이하 <종이와 콘크리트>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린다. 

1987년의 민주화는 한국 건축사에도 중요한 영향을 줬다. 이 때를 전후해 진보적인 건축가 집단이 등장했고 건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작됐다. '청년건축인협의회', '건축운동연구회', '민족건축인협의회', '4.3그룹' 등이 등장했고 '서울건축학교',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등 교육 집단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 건축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지만 IMF를 맞은 1997년을 지나면서 활동이 지속되지 못했다.

▲ 전시장 중심에 선보인 8,90년대 시대상을 담은 영상
▲ 산업보건 종합센터 모형 이미지

이번 전시는 바로 한국 건축사를 이끌었던 이들 집단의 10년사를 기록한다. <종이와 콘크리트>라는 제목에 대해 미술관 측은 "'콘크리트가 민주화 이후 건설과 소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폭발적인 성장과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시장 개방, 그리고 IMF로 이어진 짧은 영화의 급속한 붕괴를 상징한다면, '종이'는 그에 대응한 우리 건축계의 각성과 이를 토대로 한 건축운동이 남긴 결과물이지 건축 집단이 추구했던 이념을 뜻한다"고 밝히고 있다.

1987-1997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영상과 더불어 진보적인 건축운동단체인 청년건축인협의회가 발간한 '청년건축'과 산업보건 종합센터 모형 이미지, 수도권지역건축학도협의회가 발간한 '건축학도', 포스트모더니즘과 러시아 구성주의를 연구한 건축운동연구회,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을 개최했던 4.3그룹의 설치 사진, 서울건축학교의 강의 영상 등 1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 건축운동연구회의 자료, '러시아 구성주의'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의 눈에는 전시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특색있는 건축물이나 이미지보다는 서적 위주의 자료가 대부분이기에 이 자료들만으로 8,90년대의 건축 운동사를 명확하게 이해하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이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구도로 건축을 생각했는지를 담아낸 영상이 펼쳐지는데 이 영상을 봐야 의미 파악이 가능할 듯하다.

특히 80년대 말이 '건축의 부흥기'인 것도 맞지만 '철거의 시대'이기도 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역으로 들어가면서 건축인의 연대와 시민과의 실천을 강조한 '민족건축인협의회'가 있기는 했지만 철거로 인한 '도시의 두 얼굴'과 그 속에서 건축가들이 활동했던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미진함으로 남는다.

▲ 서울건축학교의 강의 영상

미술관 관계자는 "건축가들이 철거 현장에 직접 들어가 몸으로 철거를 막는 등의 활동을 했는데 그 부분을 살리지 못한 것은 우리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 "시대상을 다룬 영상을 전시장 중심에 놓으면서 분위기를 알리고 자료들을 통해 흐름을 알아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