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김생민의 '스투핏'에 열광하는 이유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김생민의 '스투핏'에 열광하는 이유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7.09.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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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연예가중계' 터줏대감, '출발 비디오 여행' 23년차 등 김생민을 향한 수식어는 성실 그 자체이다. 굵고 짧게 보다는 가늘고 길게 연예계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그에게 데뷔 25년만에 제 1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늘 같은 자리에 있었던 그에게 대중들의 관심이 갑작스럽게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생민은 최근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이다. 25년차 방송인 김생민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영수증>은 송은이, 김숙의 팟캐스트에서 시작해 단독 팟캐스트를 진행 중이고, 그 인기에 힘입어 공중파까지 입성하였다.

프로그램의 구성은 간단하다. 시청자의 자기소개서와 구매 영수증을 살펴보고 김생민이 평가를 해주는 것이다. 단순한 포맷이지만 그간 김생민의 성실한 짠돌이(!) 이미지와 조금은 과장된 추임새가 대중들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연예인 가족들의 방송출현,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없는 방송 프로그램에 지친 대중들은 자신의 삶을 공감해주는 김생민에 열광하고 있다. 그의 추임새 “그뤠잇”과 “스투핏”은 무분별한 소비생활의 각성제가 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YOLO(욜로)가 상반기 국내 대중들에게 잠시 붐을 일으키는 듯했지만, 욜로에 공감하지 못하는 대중들이 더욱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 ‘욜로라이프’가 각광 받을수록 저축과 절약을 하는 내가 왠지 짠돌이같아 보이는 이상한 사회현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에 ‘욜로’ 할 수 없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김생민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빵은 사먹지 않는 것”, “커피는 얻어 마시는 것” 등 ‘김생민 어록’이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총론은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 없다는 일종의 제안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최근 김생민이 출연한 <라디오스타(이하 라스)>논란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생민의 출연에 기대감을 가지고 <라스>를 시청했던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함께 출연한 욜로 연예인들의 김생민을 무시하는 태도가 마치 절약하는 대중 전체를 조롱 하는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김생민의 삶에 얼마나 공감과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제작진과 김구라가 공식 사과를 하며 사태는 일단락 되었지만 달라진 김생민의 위상, 그보다 앞서 대중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비정상적인 정책이, 내수 진작을 위해 돈은 많이 쓸수록 좋다는 어불성설이 대중들의 반감을 산 것일까? “돈을 아끼고 모으자!”는 <영수증>의 모토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의 치솟는 인기비결이다.

대중들의 삶이 팍팍해질수록 미디어의 위안과 공감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다시 한 번 생각 해봐야 할 것이다. 드라마 <미생>, <혼술남녀> 등의 인기, <막돼먹은 영애씨>의 10년을 이어온 사랑. 이 모든 것의 중심은 역시 공감이었음을 많은 제작자들이 다시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단 15분의 예능이 일으킨 대중문화적 반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