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들여다 보는 도시조명 이야기] 그대 이름은 엘.이.디
[문화로 들여다 보는 도시조명 이야기] 그대 이름은 엘.이.디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7.09.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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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요즘 대세는 엘이디다. 집의 조명도 엘이디로 바꾸면 전기값이 줄어들고 골목길도 갑자기 눈이 부실정도로 환해져 물어보니 엘이디란다.

한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반포대교 분수쇼의 주인공도 엘이디요 세빛 둥둥섬의 다이나믹한 이미지연출도 엘이디라는 것쯤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조명설계를 의뢰하면서 “엘이디로 해주세요~” 라는 요구를 한다. 

엘이디가 갖는 장점은 정말 많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듯이 에너지 소모량이 적다. 즉 전기값을 덜 내도 된다.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도 적고, 만드는 과정에서 공해물질을 덜 쓰고 폐기 되는 과정에서도 친환경적이다. 그리고 수명이 길다.

백열등이 2천 시간, 형광등이 8천시간인데 LED는 3만시간, 5만시간이라고 한다. 램프의 수명에 대하여는 각자의 경험치가 있을 것이다.

더 오래 쓴 경우 금방 못쓰게 된 경우.. 일반적으로 백열등 할로겐은 열심히 갈아주어야 하는 반면 형광등은 제법 오래쓴 경험은 있을 것이다. 하물며 엘이디는 형광등의 3배의 수명을 자랑한다.

특히 수녀님들이 계신 수녀원에 엘이디는 필수다. 마땅히 등을 갈아줄 사람이 없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종교인들을 위한 시설에 전기값 조금 나오고 램프 갈아낄 일이 적은 엘이디는 그야말로 엄지척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엘이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너무 파란빛이 나서...’ 라는 이유를 말한다. 또 조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눈이 부셔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파란 빛이 나는 것은 엘이디가 일반 광원의 빛(하얀빛이라 표현하겠다)을 내기 위하여 파란빛 위에 형광물질을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 파란빛으로부터 출발한다. 형광물질을 많이 입히면 따뜻한 -호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색의- 빛을 내게 된다.

즉 원하면 파란, 창백한 색이 아닌 따뜻한 색의 빛의 엘이디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창백한-색온도가 높은-빛이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도시의 야간경관을 구성하는 조명으로서 아주 차가운 빛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도 한다. 

도시의 야간경관을 구성하는 빛요소는 크게 두가지를 이야기 한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남산타워의 조명, 남대문의 조명과 같은 건축물이나 조형물의 조명은 장식조명이라 하고 도로나 보행로, 공원 등의 조명을 공간조명이라고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도시 야간경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요소는 공간조명인데 이들에 대하여는 안전을 위한 조도, 균제도에 대한 기준이 전부다. 장식조명의 경우 조도, 휘도, 설치 방법 등 꽤 다양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가끔 공원에서 도로에서 본 듯한 가로등 미니어처를 만난다. 형태만 비호감이 아니라 칼같이 컷오프된 빛은 주위의 나무에 한 치의 밝음도 나누어 주지 않아 나무의 실루엣은 공포 그자체가 되고 길에 쏟아진 밝기는 오히려 과해서 불편하다. 

골목길이 환해져 어두웠을 때 보다는 안전해졌다고는 하나, 시간이 쌓임을 전부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골목길은 창백한 조명에 더 이상 숨길 것 없이 생얼이 드러나 부끄럽기까지 하다. 

서울의 몇몇 유서 깊은 동네의 보안등만큼은 엘이디로 바꾸더라도, 효율이 좀 낮더라도, 따뜻한 빛의 -색온도가 낮은-것으로 하자는 제안은 여러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허영인 것이다. 

 LED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조명도구이나 훨씬 형편없게 쓰이고 있다. 말하자면, 기존의 모든 광원들-백열등, 형광등, 메탈 할라이드 기타 등등의 좋은 빛의 질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나 효율, 수명에만 치중하여 퍼런빛을 내는 조명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여러 지자체에서 도로조명, 보안등, 공원 등을 엘이디로 교체하고 있다. 밝기 개선과 동시에 에너지 절감이라는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고효율이라는 명제 앞에서 도시가 창백해져 가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 포기하는 것이 안타깝다.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을 위하여 그리고 사람들의 건강을 위하여 보행로와 공원의 조명 만큼은고효율을 포기해보는 건 어떨지 감히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