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대봉감/최영욱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대봉감/최영욱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7.09.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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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감
        최영욱


지난여름의 무더위가 키웠을까
지리산 푸른 바람이 달았을까
저리도 달고 붉게 매달려
지리산 푸른 달빛이 
개치나루로 하동포구로 흘러드는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가
악양골 인심 좋은 농부들 웃음이었다가
더러는 허공을 두리번거리는
까치들 밥이었다가
이 가을을 내 손 안에 통째로 얹히고 마는

아직 달이 뜨지 않은 악양골 어느 누마루에서
보았네 온 골을 밝히는 저 따뜻한 호롱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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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하동의 특산물은 대봉감이고, 이런 감나무 밭은 시인이 일과를 보내는 평사리 최참판댁 주변에 아주 많다. 시인은 감나무 밭에 매달리고 익어가는 대봉감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편의 시로 형상하고 있다.

그러니까 대봉감은 여름 무더위가 키우고 지리산 푸른 바람이 단맛을 넣은 것이라고 한다. 대봉감은 개치나루와 하동포구로 가는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가 농부들 웃음이었다가 까치밥이었다가 따뜻한 호롱불이라고 비유한다. 대봉감이 호롱불로 전환되기 까지 과정을 연쇄적 비유로 아름답게 형상하고 있는 시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