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신비로운 설산의 기운 펼친, 명상 화가 강찬모
[전시리뷰]신비로운 설산의 기운 펼친, 명상 화가 강찬모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7.09.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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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초대전 열려

인사동에 신비로운 산의 정기가 충만한 특이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고고한 설산의 기운이 마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게 하는 한 줄기 빛 같은 전시다.

▲강찬모, 빛이가득하니 사랑이 끝이없어라,,,- meditation 2016  324x130cm한지에 천연물감및안료

선 굵은 산맥과 그 위를 시퍼렇게 물들이는 하늘은 극단적인 고독감으로 몰아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자연의 계시 같다. 하늘을 수놓은 휘황찬란한 별들로 꿈의 세계도 암시한다.

화가 강찬모씨는 극과 극의 세계에 집착한 남다른 작가이력을 갖고 있다. 중앙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나, 78년 대만작가 ‘장디첸’의 영향을 받아 동양화로 선회하였다. 81년부터 7년간 일본미술대와 쓰쿠바대에서 채색화를 공부했고, 1994년부터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연구했다.

▲강찬모, 빛의사랑The Light love- meditation한지에  한국전통채색 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7  40x160cm ▲강찬모, 선의사랑  Zen love- meditation 2017.42x150cm한지에한국전통채색및 천연물감Korea Traditional painting natural color on korea paper (좌,우)

젊은 날 실존철학에 빠져 그림 역시 실존적 인물화나 구상적인 그림도 그렸으나, ‘현대의 고독한 실존적 인간’이란 주제를 내세우며 대부분의 그림들이 크로데스크한 분위기로 흘렀다. 마치 지옥의 길목처럼 어두운 색으로 음침하게 그렸다. 그 당시는 사는 방식도 달랐다. 인사동에서 술 귀신으로 통했는데, 술 취한 강찬모씨가 나타나면 모두들 피할 정도였다.

▲강찬모, 빛의사랑The Light love- meditation한지에  한국전통채색 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7.  40x40cm

그러나 그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기 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에 일대 변화가 온 것은 2004년 불교 성지 순례 차 네팔을 방문할 때다. 5,000미터 히할라야 설산에서 큰 깨달음을 가진 것이다. 휘황찬란하게 별들이 수놓은 설산의 하늘을 접하며 큰 절을 몇 번이나 올렸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영적인 체험에 의해 그 때부터 근원으로 돌아가는 범신적 자연관을 가진 화가로 뒤바뀐 것이다.

▲강찬모, 빛이가득하니 사랑이 끝이없어라,,, Light is full,Love is endless- meditation 2017.80x95cm한지에한국전통채색및 천연물감Korea Traditional painting natural color on korea paper (2)

그는 히말라야 설산을 그린 이후 승승장구했다. 매년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프랑스 루브르 국립살롱전 같은 해외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해외 아트페어(Art Fair. 미술시장)에서는 전 작품을 ‘완판’했으며, 2013년에는 프랑스 보가드성 박물관 살롱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찬모, 무엇이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하는가,,,What should we make love to each other,,,-meditation 2016 한지에한국전통채색390x163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

강찬모의 설산은 얼핏 보면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산처럼 보인다. 그런데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뭉클함이 가슴 속으로 확 밀려든다. 뭔가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억겁세월 흘러온 신비로운 세계인 양, 보면 볼수록 눈과 마음이 맑아지고 심연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 된다. 겉모습이 아니라 본질적인 근원의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자연의 강력한 에너지와 혼연일체가 되는 짜릿함을 맛본다. 결코 예사 풍경화가 아니다.

▲강찬모, 무엇이 우리를서로 사랑하게 하는가What should we make love to each other,,,-meditation 한지에  한국전통채색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6 384x95cm 

해발500미터 고지의 짙푸른 청색 하늘에 펼쳐진 설산의 자태는 따뜻하고, 신비롭고, 눈물겹기까지 했단다. 그의 명상이 곧바로 물감으로 번지며 본색을 드러냈으니, 바로 감동자체다. 그가 그린 설산에서는 한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사랑의 빛에 휩싸이게 한다.

▲강찬모, 일월 성산도The Saint mountain-meditation한지에  한국전통채색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7 388x130cm

이제 작가의 작업은 노동에서 기도의 경지로 바뀌었다. 어느 경지에 달하면 어떤 틀이나 기술적인 것조차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그림이 파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는 기도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기에 어쩌면 화가가 아니라 스님일지도 모른다. 겉모습도 달마승을 닮았다.

▲ 작가 강찬모. (사진=조문호 사진가)

한지에 전통 채색으로 그린 대작들은 대자연을 찬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에 바탕을 두고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화려한 붓질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사랑과 평화, 기쁨과 행복에 빠져들게 된다. 심오한 산의 능선과 은하세계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영적에너지로 변신해 보는 이를 성찰하게 한다.

전시는 9월25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02-736-6346-7)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