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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종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예술에는 동정이 필요없어, 장애인이 실력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세상으로”
“장애인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파, 국립장애인오케스트라 장애인전용극장 생기길”
2017년 09월 18일 (월) 16:11:04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신종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지체 1급). 사실 그는 직함보다는 ‘베데스트 현악4중주’ 비올리스트라는 역할이 더 어울려보였다. 시설에서 취미로 배운 바이올린, 장애인이 먹고 살려면 기술을 배워야했던 시기에 그는 취미로 배웠던 바이올린을 잡았고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는 이제 장애인 예술가를 지원하는 예술원의 이사장이 됐다. 장애인예술은 여전히 불모지다. 예술원의 존재, ‘이음센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장애인들도 많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사실 이제 막 시작이다. ‘장애인 스타’를 만들려는 그의 꿈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 신종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사진=정영신 사진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설립취지가 궁금하다

그동안 여러 장애인 단체들이 풀뿌리같이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커갔다. 음악, 미술, 문학 등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여러 장애인 예술가들이 노력을 했고 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예술도 체계적으로 지원을 해야겠다는 여러 장애인단체장이나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2015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비장애인도 많은 시간과 열정을 가지고 공을 들여 공부해도 정작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어려운데 장애인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기에 더욱 어렵다. 다른 나라에 비해 서포트가 안 된다는 점이 역시 문제였다. 

예술원의 가장 큰 목적은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과 정책개발, 장애인복지, 그리고 지방 예술가들도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예술가가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도 내야한다. 지금 의외로 모든 분야에 많은 장애인예술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부터는 문화예술위원회 장애인 지원사업을 가져왔다. 미술의 경우 많은 전시회를 하고 작품이 팔릴 수 있도록 도와야하고 홍보도 중요하고 예산도 늘리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해보자면

‘문화가 있는 날’에 이음가요제를 열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전시' 등을 진행했다. 장애인뮤지컬도 준비하고 있다. 11월에 공연 예정이다. 문화예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광범위한가. 그 하나하나를 육성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여전히 이음센터라는 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라에서 하는 장애인 기관들도 많지 않고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꽤 많다. 우리가 솔직히 홍보가 미진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장애인 중에서 스타를 발굴해야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클래식의 경우 발달, 지적 장애인들의 실력이 세계 수준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스타가 되어준다면 홍보 효과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많이 노력을 해야겠지.

초대 이사장을 맡은 지 2년이 되고 있다.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백지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리면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무엇으로 채워야하는지가 문제였다. 저도 장애를 겪으며 현장을 뛰는 사람으로서 초대 이사장을 맡았을 때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나왔는데 아티스트가 아닌 행정가, 관리자가 되다 보니 자유로운 영혼이 시스템화되고 규정화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더라(웃음). 

예술가의 행정과 예술가의 발상은 뭔가가 달라야한다. 일반 기관들과 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독특한 나름대로의 향기가 다 있어야한다. 나름대로 창의성과 색깔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장애인들의 노력으로 길이 닦여졌고 그 길을 이용하니 편하고 좋고 유익하다. 그것을 피부로 느끼는 예술원이 되야겠다고 봤다. 장애인 문화의 르네상스가 예술원을 통해 나왔으면 좋겠다.

장애는 ‘조금 다른 세상’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예술원의 역할이라고 본다. 예술원이 안정되게 시작되서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해야한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과도 같이 어울리는, 센터 이름처럼 ‘이음’으로 같이 있는 예술원이 되어야하고 이음센터가 되어야한다. 

장애예술인들을 위한 이음센터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건물이 이전 예총이 있던 곳이다. 비장애인의 예총이 장애인문화예술의 메카가 됐다는 것이 상당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부근에 마로니에 공원이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장애인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이들이 모든 것을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갤러리, 커뮤니티룸이 있고 5층에 있는 이음아트홀은 공연이 가능하다. 장애인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각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모든 층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갖추는데 이 많은 곳을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적은 게 사실이다.

장애인이 문화활동을 하기가 참 어렵다. 특히 대학로의 경우 연극 극장이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이 연극을 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장애인전용극장이 꼭 필요하다. 장애인 전용이라고 장애인만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극장이다.

장애인이 편해야 비장애인이 편하다. 계단이 아닌 비탈길이 만들어지니 비장애인들도 힘들이지 않고 지나갈 수 있지 않나. 또 모든 인간은 다 예비장애인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고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운 때가 온다. 장애인이 편해야 비장애인도 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길 바란다.

앞에서 장애인 중에 스타가 나와야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육성을 할 예정인지

지방이 참 열악하다. 반드시 지방은 육성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예술에서 그나마 가장 앞선 것이 미술이다. 음악 쪽에서도 실력있는 장애인들이 많다. 우리나라에 국립장애인예술단, 국립장애인오케스트라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중국과 북한에는 국립장애인예술단이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국립장애인예술단이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특히 국립장애인오케스트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만들어지려면 세계적인 큰 이슈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가 만든 ‘조금 다른 밴드’가 있다. 장애인 3명, 비장애인 3명으로 구성한 밴드다. CD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씩 야외 공연도 하고 연주도 한다. 월급도 받는다. 이들 모두 월급을 받으며 활동한다.

올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멋진 뮤지컬이 만들어질 것이다. 주연배우는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할 것이다. 집중적으로 가요제나 K-POP 등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 클래식이나 국악도 하고 있지만 이들은 단번에 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은 대중문화 쪽에서 스타 발굴을 하려하고 있다. 

스타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노력없이 되는 것이 없다. 예술에는 동정이 필요없다. 공부도 해야하고 노력도 해야한다. 장애인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최선의 노력으로 인정받아야지 장애를 겪고 있는 자체만 가지고 시혜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자체가 장애인 국가다. 허리가 잘려있지 않나.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로 화해했듯이 장애인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장애인문화교류로 통일의 다리를 놓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에는 ‘조선장애자보호연맹’이라고 있다. 북한에 장애인이 없다는 말이 떠돈 적이 있는데 오히려 국가예술단체가 있다.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도 북한 대표팀이 오지 않았나.

3년 전에 아산문화재단에서 퇴임한 후 피아니스트 이희야와 호주에 간 적이 있다. 당시 북한 농아 축구팀이 호주 농아 축구팀과 제3국에서 친선경기를 하기로 했는데 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희야와 함께 연주를 하면서 모금운동을 했다. 그 무렵에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북한 단장으로 있던 리분희를 만난 것이다. 탁구선수 리분희 말이다.

이분이 ‘조선장애인스포츠연맹 서기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데 아들이 지적 장애를 겼고 있어 장애인 체육에 관심을 보였다고 하더라. 3박 4일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울에서 휠체어를 타고 먼 호주까지 모금 활동을 벌인 것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리분희에게 “정치적인 것을 다 떠나 스포츠로 순수하게 교류하자”고 하더니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해야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때부터 남북관계가 완전히 악화됐다. 정권이 바뀌면 풀릴까 했는데 지난 시간동안 북한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밑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물꼬가 트일 것 같다. 

지난 8월 예술의전당에서 장애인들이 연주를 했다. 사상 최초라고 하는데

우리가 주최한 음악회는 아니고 서울오케스트라와 5명의 시각장애인 연주자가 협연을 했다.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게 참 까다롭다. 장애인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대에 오를 수가 없었지만 예술회가 힘을 보태면서 처음으로 이들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안내견이 무대에 오른 것도 사상 최초일 것이다. 이번 첫 연주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 

연주회는 성공이었다. 그 달의 최고 관객을 모았고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 연주회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굉장히 드문데 관객들이 많이 호응을 해주셨다. 예술회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했다.

   
▲ 장애인 문화진흥을 꿈꾸고 있는 신종호 이사장 (사진=정영신 사진가)

장애인예술가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무섭고 멸시하고 폄하하던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장애인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남도 바뀌지 않는다. 당당함을 잃지 말아야한다.

장애를 겪고 있으면 물론 노력이 더 돋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게 곧 약점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벗어나야한다. 동정으로 시작하기에 일단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곧 핸디캡이고 그 핸디캡을 벗어나야한다. 그래야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받고 내가 홀로 살 수 있다. 

모든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에게 지고 나에게 너그럽고 하면 문제가 된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한다. 

많은 장애인들이 교육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신 이사장은 어땠는지

많은 장애인들이 겪었던 일들을 저도 똑같이 겪었다. 할머니 등에 업혀 일반학교 갔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업어줄 사람이 없어 시설로 들어갔고 시설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하고 기술을 배우려고 일본에 갔는데 다녀와서 보니 한국에서 써먹을 수 없었다. 차이가 많이 났다.

‘나는 다르다’ 이것이 제 모토였다. 결국 시설에서 취미로 배웠던 바이올린을 잡았고 피눈물나게 연습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베데스트 현악4중주에 들어왔고 아산문화재단으로, 예술원으로 가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운도 나의 노력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단체나 예술원을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하고 구색 맞추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동등하게 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꼭 필요한 요소고 표본이 된 곳이기에 누구도 그런 생각으로 보면 안된다.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앞서 말한대로 장애인들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한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임기 중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앞서 말한 장애인오케스트라, 장애인예술단, 장애인전용극장 설립이다. 그리고 지금 제가 꿈꾸는 것이 있는데 힐링센터다. 제주도가 국제도시잖나. 제주도에 장애인과 모든 예비장애인들에게 좋은 힐링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곳에 장애인미술관, 장애인전용극장 등을 만들고 국제도시 명성에 맞게 세계의 모든 장애인의 순례 코스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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