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마녀사냥의 장으로 변질된 개인 SNS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마녀사냥의 장으로 변질된 개인 SNS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7.09.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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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최근 논란이 된 “240번 버스사건”은 상처뿐인 결론이 났다.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여론 공방전과 마녀사냥만 남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어찌 보면 아이엄마는 큰 실수를 저질렀고, 버스기사는 버스 운행 매뉴얼을 준수했으며, 최초 유포자는 긴박한 상황을 가감 없이 전했다. 어느 누구의 책임을 묻고, 그 사람을 비난하기보다는 아이와 승객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더 이상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로 주의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은 일파만파 퍼져 전국을 강타했고, 버스 운전기사, 아기엄마, 최초 유포자 순차적으로 마녀사냥을 당하며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SNS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SNS 속 개인의 이야기가 검증의 과정도 없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거나, 신문기사화 되고 있다. 기사 클릭수와 ‘좋아요’에 사활을 건 사람들의 도 넘은 SNS정보 경쟁은 상당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SNS 짜깁기식 검증되지 않은 뉴스가 가장 큰 문제인데, 기사 말미에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라는 멘트 한 줄로 기자의 사명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어떤 후속취재도 없이 또 다른 논란을 재생산하기만 급급한 모양새이다. 이렇게 생산된 기사의 당사자는 어느 순간 마녀 사냥의 표적이 되는데, 대중들은 사건의 단면,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호도되어 누군가를 비난하기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제는 화이트 리스트까지 SNS상에 유포되고, 이를 향한 무차별적 비난이 확산될 조짐이다. 또 방송사 파업으로 발생한 ‘김성주 사건’도 마녀 사냥식, 인민재판식 비난이 일면서 김성주는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이처럼 SNS는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하는 사회참여적 활용을 넘어, 일상의 무료함과 고통을 해소시켜줄 그 무엇으로 전락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우려된다. 마녀사냥에 호도된 대중들이 SNS를 특정 인물의 신상을 털거나, 욕설, 비난의 창구로 활용하며 개인적 분노를 정의감으로 포장하고 있다. 

마녀 사냥은 그야말로 군중 심리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희생의 대상을 만들어 공격하고 신상을 털어 사회적 매장을 유도하는 악질적 행위이다. 마녀사냥의 타깃되면 전후 사정 고려 없이 타도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충격적인 현상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위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더 큰 우려가 된다. 부산·천안·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의 저변에도 잘못된 SNS 활용법, 과시욕이 문제로 제기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개인의 일상을 나누고 많은 대중과의 소통 창구였던 SNS가 자기과시, 광고, 음란, 마녀 사냥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각성이 요구되는 바이다.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사생활이 뉴스의 소재로 활용되는 점, 몰카와 도촬 등의 검증을 가장한 사생활 침해, 유해 음란물에 쉽게 노출되는 청소년 피해까지 무분별한 SNS 활용이 상당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