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제도개선 방안에 주목한다
[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제도개선 방안에 주목한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7.09.2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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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국악계와 인연을 맺은 지 50년이 가까워 온다. 오랜 세월이다. 이러다 보니 수많은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들 중에는 평생을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무형문화재 전승을 위해 매진해온 분들이 적지 않다. 젊었던 시절에 만났는데 어느덧 환갑을 넘겨서 백발이 성성한데 아직도 이수자를 면치 못한 분들이 수두룩하다.

예능으로 치면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능보유자는커녕 전수교육조교도 못되어 지켜보는 것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저런 인간이 어떻게 예능보유자라가 됐지?”하고 나도 모르게 독백이 튀어 나올 정도로 예능도 시원찮은 사람이 전승자들 위에 문화 권력자로 군림하여 전승자들에게 이런 저런 고통을 주고,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하는 사람도 보았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떤 이는 현재의 예능보유자 보다 먼저 그 종목에 입문을 했고, 전수교육조교도 먼저 되었으나, 아직도 전수교육조교로 머물러 있다. 이해가 안 간다. 전수교육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었다. 전승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선대 예능보유자에게 찍혔던 것이다.

문제는 약지 못해서 충성도 경쟁에서 현재의 예능보유자에게 패하였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손 비비는데 약한 탓인지 예능보유자에게 찍혀 평생 핀잔만 듣다가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종목을 접고 국악계를 떠난 이들도 있다.  

이야기 방향을 바꿔보자. 우리나라도 이제는 국력이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정도 되었으면 무형문화재 보존 및 전승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주어야 한다.

문화재청 총예산 6,448억 중 무형문화재 예산은 불과 412억이다. 문화재청 총예산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예산이란다. 내년에는 10%가 삭감되어 380억 정도가 될 것이란다.  그 원인이 문화재청의 정책고객인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의 정책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족으로 나왔기 때문에 예산부처로부터 예산감액의 패널티가 주어진 것이란다.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니 만족할 수 있도록 예산을 더해주지는 못할망정 깎다니 뭐 이런 X같은 정책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400억이 뭐냐? 한 1,000억 정도는 지원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동안 무형문화재 예능종목 중 개인 종목은 복수 보유자를 인정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예능보유자를 인정하는 것을 관례로 하여왔다. 예산을 넉넉히 확보하여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하여 과감히 복수 보유자를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은 이번 제도 개선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지켜볼 일이며 그렇게 한다면 매우 잘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지금까지의 보유자 중심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전수교육조교나 이수자들에게도 지원을 확대해 줘야 한다. 보존도 중요하지만 활용도 중요하니만큼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보존은 물론 활용을 위한 공연지원 공모사업을 다양하게 펼쳐야 한다.

문화재청에서는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이 역시 지켜볼 일이며 역시 예산 확보가 관건이 될 것 같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에 문화재청에서는 지속적으로 무형문화재 제도 개선을 위하여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미완성이며, 진행 중이다. 무형문화재 종목지정 및 보유자 인정제도는 전승자들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예나 지금이나 늘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얼마 전 고궁박물관에서 전국 광역시·도 문화재위원 및 관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가 주관한 무형문화재 정책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설명회가 있어 참석하였다.

개선안을 살펴보니 보유자 인정에 있어 1회성 보유자 인정 기량평가 방식에서 주기별 절대평가식 조사 도입, 향후 단체종목은 보유자 불인정, 75세 이상 또는 25년 이상 경력의 전수교육조교를 명예보유자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 부여 등 문화재청의 획기적인 개선안이 마련되어 많은 고민을 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공무원들의 설명이 끝난 후 참석자들의 쏟아진 질의를 통하여 아직도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그러나 그동안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개선안들이 제시되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마련된 개선안을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보다 넓고 가깝게 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