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천년의 유산, 보원사지에서 내포춤문화유산 재발견”
제4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천년의 유산, 보원사지에서 내포춤문화유산 재발견”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7.09.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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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의 명무 한성준 · 심화영 춤유산 재발견,서울· 서산지역의 예술인, 스님이 함께한 이색적인 무대

불교문화의 성지, 충남 서산 가야산 보원사지에서 펼친 춤의 대향연

지난 25일 저녁 6시, 불교문화의 성지, 천년의 유산이 간직된 충남 서산 가야산 보원사지에서 전통춤의 대향연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회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주최, 2017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의 일환으로 열린“천년의 유산, 보원사지에서 춤을 만나다”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무대였다.

▲보원사 주지 정경스님의 ‘불타고(佛打鼓)’ 공연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은 근대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韓成俊, 1874∼1941) 탄생 140주년을 맞아 한성준 춤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창조적 자산화를 위해 지난 2014년에 창설됐으며 올해로 4회를 맞이했다. ‘한성준의 춤, 거장의 숨결’을 타이틀로 지난 9월 1~3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중견무용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고품격의 전통춤 대향연이 펼쳐졌다.

성기숙 한예종 교수의 해설로 진행된 25일 공연은 보원사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60여 분간 이어졌다. 해질 무렵 시작된 무대는 초승달이 떠있는 가운데 펼쳐져 장면 장면이 한 편의 시와 그림을 연상케 했다. 국내 최고의 법고실력을 자랑하는 보원사 주지 정경스님의 ‘불타고(佛打鼓)’를 시작으로 김복희 한양대 명예교수 안무의 ‘삶꽃, 바람꽃’이 이어졌다. 삶의 허무와 윤회를 주제로, 여섯 명의 무용수가 흰 천을 활용한 작품은 유서 깊은 보원사지 야외무대인 자연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김복희 한양대 명예교수 안무의 ‘삶꽃, 바람꽃’.

이어 백학과 청학 2인무로 추어진 ‘한성준 학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학의 형상을 움직임으로 표현한 ‘학춤’은 우리 춤의 시조로 불리는 홍성 출신 한성준이 1930년대 말 창작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재구성으로 이지은, 정민근이 출연해 학춤의 정수를 선사했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재구성으로 이지은, 정민근이 출연한 학춤.

공연은 불교문화의 정수로 손꼽히는 ‘승무’와 ‘바라춤’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 이애리가 선보인 승무는 유서 깊은 보원사 절터와 잘 어우러졌다. 근대 전통가무악의 거장 서산 심정순가(家)의 명무 고(故) 심화영의 예맥을 잇는 이애리의 승무는 다른 지역의 승무와 달리 담백하고 소박미가 돋보이는 고형의 춤으로서, 이번 무대에서 중고제 고유의 향토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 이애리의 승무.

불가의 대표적 작법(作法·불교무용)의 하나인 ‘바라춤’을 선보인 김용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바라춤’도 눈길을 끌었다. 이권희 서산국악협회장이 이끄는 뜬쇠예술단(출연 이권희, 서승연, 김동학, 김호, 편도승, 노길호)의 ‘마딧길(대북&모듬북)’은 대북과 모듬북이 조화를 이룬가운데, 다채로운 북가락으로 가야산 천년의 고요를 일깨웠다. 

이번 보원사지 공연은 충남 내포지역을 근간으로 한 한성준-심화영 전통춤을 새롭게 조명한 무대로, 지역민들에게 불교문화와 매개된 내포 전통춤문화유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선보인 소중한 기회였다.

▲김용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바라춤’.

한성준은 충남 홍성의 세습무가 출신으로 8세 때 춤과 장단, 줄타기 등 민속예능을 익히고 내포 일대에서 활동하다가 서울무대에 입성하여 당대 최고의 명고수로 명성을 얻었다. 또한 조선음악무용연구소를 창립해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무대양식화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의 문하에서 손녀딸 한영숙을 비롯 기라성 같은 전통춤꾼들이 배출됐으며, 신무용가 최승희·조택원에게 영향을 끼쳐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자양분을 제공했다.

근대 전통가무악의 명가인 서산의 심정순 집안은 5대에 걸쳐 7명의 예인을 배출한 최고의 국악명문가이자 중고제 판소리 맥을 이어온 종가(宗家)로서 홍성 출신의 한성준과 깊은 교유를 맺으며 일제강점기 조선의 전통예술을 보존 계승하는데 큰 업적을 남겼다. 국민가수 심수봉이 심정순가(家)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 이권희 서산국악협회장이 이끄는 뜬쇠예술단(출연 이권희, 서승연, 김동학, 김호, 편도승, 노길호)의 ‘마딧길(대북&모듬북)’.

천년의 유산, 불교문화가 살아 숨쉬는 서산 가야산 보원사지 야외무대 공연은 유서 깊은 절터라는 유형문화유산과 우리시대 명인들이 펼치는 무형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품격 무대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중앙의 기라성같은 무용가들과 지역의 전통예인들이 함께 꾸민 무대로 이색적인 문화체험의 장이 되었다.

앞서, 오후 2시부터 서산시 주최로 보원사지 국보승격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에는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의 기조 강연을 비롯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최병삼 숙명여대 교수, 소재구 전 국립고궁박물관장,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실장, 미즈노 사야 일본 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교 교수 등 한국과 일본의 미술사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보원사지 내 보물문화재의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보 승격을 위한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주요 출연진과 참석자들.

이날 공연에는 서울에서는 국수호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복희 한양대 명예교수, 박전열 중앙대 명예교수, 배상복 전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 남도현 성균관대 겸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지역에서는 박만진 전 서산문화발전연구원장, 임진번 서산문화도시사업단장, 이은우 서산중고제판소리보존회장, 백승일 닻개문화재추진위원장, 서승희 소리짓발전소 대표, 정수정 극단서산 대표, 최정숙 당진국악협회장, 수덕사 본·말사 스님, 언론인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정·관계에서는 충청남도 도의회 정정희 문화복지위원장, 맹정호 안전건설해양발전위원장을 비롯 서산시의회 김기욱 의원, 서산시청 김세철 문화예술과장, 박상길 문화예술팀장, 김동구 문화재팀장, 충남도청 조성권 문화예술팀장, 조윤희 문화예술 주무관 등이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