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데 없는 이 달래주는 조문호의 ‘동자동 사람들’ 빨래줄 사진전
오갈 데 없는 이 달래주는 조문호의 ‘동자동 사람들’ 빨래줄 사진전
  • 정영신 기자
  • 승인 2017.10.07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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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버이날 이어 두 번째 빨랫줄 전시 추석날에도 열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명절날이면 모처럼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온 집안이 시끌벅적 웃음소리가 나지만 명절이지만 더 외롭고 쓸쓸히 보내는 이웃들이 있다.

다행히 이번 추석은 서울시가 쪽방주민에게 고향방문을 지원해 일부는 고향을 찾아갔지만, 쪽방촌에 남아 있는 사람은 이른 아침부터 공원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 동자동을 기록하고 있는 조문호 사진가 Ⓒ 정영신

다큐멘터리 사진가 조문호씨가 오갈 데 없는 쪽방 사람들을 위한 두 번째 위안의 자리인 '동자동 사람들' 사진 나눔전을 지난 4일 동자동 새빛공원에서 열었다.

지난 5월 어버이날에 처음 시도한 빨랫줄전시는 주민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는데, 이날도 그들에게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다.

▲ 빨래줄 전시를 구경하는 주민의 모습 Ⓒ 정영신

동자동 사람들은 빨래줄에 걸린 사진을 보면서 “어! 여기 용성이 사진 있네, 라면 먹고 있잖아”, “준기 썬그라스 죽이는데!” 등 사진을 들여다보며 마치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듯 이야기꽃이 피우기 시작했다.

또한 동자동 ‘나눔의 집’에는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추석한가위 합동제례가 열리고 있었는데, 한 사람 두 사람 차례대로 들려 술을 올리며 조상에게 큰 절을 올렸다. 고향을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조상을 찾아뵙지 못한 불효 때문인지 침울해 보였다.

▲ 추석한가위 합동제례에 함께한 주민이 절을 하고 있다 Ⓒ정영신

쪽방은 도시 빈민 주거형태로 1997년 IMF 이후 저임금 단순일용직 도시빈민이 발생하면서 노숙의 위기에 처한 빈곤 계층의 마지막 숙소다. 쪽방하나에 대락 15만원에서 23만원에 이르지만 돈만 있으면 곧바로 입주가 가능한데, 서울에만 다섯 군데의 쪽방촌이 있다.

▲ 도시락을 받아와 딸과 밥을 먹는 엄마의 모습 Ⓒ정영신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점심시간에 맞춰 주민들에게 도시락과 붉은 사과 한 알씩 나눠 주기도 했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뒤에는 도시락과 사과를 안고 흐뭇해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쪽방에서 일년남짓 살았다는 김모씨(65)는 처음에는 먹는 것 때문에 줄서는게 부끄러워 굶는 쪽을 택했다가 옆방의 동생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선 후로는 일상처럼 편해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세번까지는 부끄럽던게 나중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 했다.

▲ 점심시간에 맞추어 도시락을 받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정영신

한쪽에서 한 여인이 도시락을 펼쳐 딸아이 입에 밥을 넣어주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빨래줄 사진전에서 이변이 생겼다. 작은 남자 한 분이 나타나 전시된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몇 장을 골라  '도끼로 목을 친다'는 등 끔찍한 욕설을 입에 담아가며 박박 찢고 있었다.

그런데 그 현장을 지켜보던 김원호 어르신이 화를 내며 사진을 찢는 사람더러 나무라기도 했으나 조문호 사진가는 제지시키기는 커녕 빙그레 웃고 있었다.

▲ 본인의 사진을 들고 좋아하는 김용만씨 Ⓒ 정영신

사진가 조문호는 쪽방사람이다. 일년 전부터 동자동쪽방촌으로 이주에 살면서 사진작업을 해오고 있다. 일년이라는 시간을 그들과 함께 했는데도 불구하고 초상권을 빌미로 시비 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한참 소동을 부리던 사람이 떠나자, 또 다른 사진 주인공들이 나타나 싱글벙글 자기 사진을 골라갔다. 동자동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조문호 사진가에게 앞으로 작업에 대해 물어보았다.

▲ 본인의 사진을 들고 있는 이기영씨 Ⓒ 정영신

그는 “일년으로 동자동기록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솔직히 사진쟁이로서 욕심도 생겼다. 빈민들이 사는 쪽방촌이 서울에만 5군데라고 하는데 동자동을 거점으로 다섯 군데 다 기록하고 싶다. 한 지역을 2년만 잡아도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지만 쪽방촌을 기록하고 싶다. 또한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빨래줄 전시도 매년 어버이날과 추석날로 정해, 앞으로도 전시를 계속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쪽방에 들어앉아 책만 본다는 조장섭씨 Ⓒ 정영신

쪽방촌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친구삼아 살아간다. 제아무리 멀쩡한 사람도 쪽방에서 일년만 지내면 반쯤은 미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이 쪽방촌이라며 외로움을 이기지못해 자살도 시도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차별없이 존중받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