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기와 김계선, 음악극으로 만나는 두 국악 명인의 존재감
박종기와 김계선, 음악극으로 만나는 두 국악 명인의 존재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0.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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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돈화문국악당 자체 제작 브랜드공연 음악극 '적로', 11월 공연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자체 제작 브랜드공연 음악극 <적로>를 오는 11월 공연한다.

<적로>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 두 실존 인물울 소재로 두 예술가의 만남과 교류, 그리고 허구의 인물인 기생 '산월'과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던 두 명인의 존재를 관객들에게 새롭게 전할 예정이다.

▲ 서울돈화문국악당 첫 브랜드공연 <적로>

대금 산조의 창시자로 알려진 박종기는 저 유명한 '진도아리랑'의 창작자이기도 하며 조선성악연구회에서 당대 최고의 명인, 명창들과 함께 활동하며 창극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또 한양합주(국악기와 서양악기의 합주)의 원조로 불리는 김계선은 이왕직아악부의 간판스타였으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 '이단아'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훌륭한 인품과 따뜻한 인간성으로 주위의 인정을 받은 인물이다.

김정승 예술감독은 16일 열린 <적로> 기자간담회에서 "관객과 친숙하게 다가가는, 품격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공연을 하겠다는 돈화문국악당 개관 당시의 약속을 떠올리며 돈화문 일대에서 활동했던, 위대한 유산을 남겼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는 예술가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명인의 예술혼을 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있는 삶을 더 보여주려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배삼식 극작가가 박종기와 김계선을 극적 인물로 재창조하면서 음악같은 대사에 따뜻한 인간애를 담아내며 안무가 출신의 정영두 연출가는 소리와 음악 연주에 따른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을 표현하게 된다.

또한 최우정 작곡가가 맡은 음악은 전통 창은 물론 스윙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데 특히 재즈음악과 국악 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부분은 이질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즈와 국악의 비슷한 음계를 활용한 곡들이 전통적인 음악에 다소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관객에게도 부담없이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영두 연출가, 김정승 예술감독, 배삼식 극작가, 최우정 작곡가, 안이호, 하윤주, 정윤형

소리극 <서편제>를 비롯해 <금시조>, <공무도하> 등에서 다양한 연기와 소리를 보여줬고 <별주부전 이야기 아니오> 등 창작 판소리 작업을 하고 있는 소리꾼 안이호가 박종기로 출연하며 동아국악콩쿠르, 임방울국악제, 전주대사습 전국대회 판소리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젊은 소리꾼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윤형이 김계선 역을 맡아 처음으로 극 연기에 도전한다.

또한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로 국립국악원 정가극 <이생규장전>, 음악극 <황진이> 등에서 주인공으로 두각을 나타낸 하윤주가 기생 '산월'로 출연해 '정가 가객'의 멋을 보여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박종기 명인의 고손자인 박명규가 대금을 연주하며 한림(아쟁), 김준수(타악), 이승훈(클라리넷), 황경은(건반)이 연주자로 출연한다. 대금과 클라리넷의 조화 또한 <적로>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라고 할 만하다.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하는 정윤형은 "이번 기회를 통해 박종기 선생과 김계선 선생을 잘 알려야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고 안이호 소리꾼은 "박종기라는 대단한 분을 맡았다는 점이 무서웠지만 충실함을 관객들에게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로>는 11월 3일부터 24일까지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연장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