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프리에이티브 2017:언캐니 밸리', 관객이 참여하는 미디어아트
'다빈치 프리에이티브 2017:언캐니 밸리', 관객이 참여하는 미디어아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0.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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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진예술가와 국제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 선보여, 11월 5일까지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국내 미디어아트 분야 신진예술가들의 데뷔 무대이자 국제 미디어아트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아트X테크놀로지 페스티벌 '다빈치 프리에이티브 2017:언캐니 밸리'(이하 '다빈치 프리에이티브')가 오는 11월 5일까지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다.

금천예술공장은 지난 8년간 미디어아트 창작지원사업 '다빈치 아이디어 공모'에서 신진예술가들의 아이디어를 선발해 창작, 기술, 전시, 기업과 협업,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해왔으며 2014년부터는 미디어아트의 세계적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로 확대해 해외작가 초청, 강연, 퍼포먼스와 콘서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주제인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는 지난 1970년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이론을 인용한 것이다.

▲ 빌 본&루이-필립 데메르 <인페르노>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모리는 로봇이 점점 사람과 흡사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되지만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한 정도가 되면 호감도가 다시 증가하여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의 수준까지 접근한다고 밝혔다.

이때 '인간과 흡사한' 로봇과 '인간과 거의 똑같은'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로봇의 모습과 행동에 의해 느껴지는 거부감이 존재하는 영역이 바로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인 것이다.  

최두은 예술감독은 "아직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있는 '언캐니 밸리'의 마지막 지점에서 이 페스티벌을 통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증강될 가까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인간다움'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는 '페스티벌 나잇:오프닝 퍼포먼스, EDM 콘서트', '전시:다빈치 아이디어 공모 선정작 및 초청작 13점', '강연: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다', '라운드 패턴 아트 워크숍' 등으로 구성됐다.

20일 페스티벌 나잇은 로보틱 퍼포먼스 <인페르노>와 AV 퍼포먼스 <임팍트>가 선보이고 키라라와 히치하이커의 EDM 콘서트가 열린다.

빌 본&루이-필립 데메르의 <인페르노>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관객이 20kg이 넘는 로봇을 어깨에 착용한 채 움직임을 제어당하며 춤을 추게 되는 퍼포먼스를 통해 로봇에 의해 통제되는 인간을 보여주는 '관객 참여형 로보틱 퍼포먼스'다.

허만 콜겐의 <임팍트>는 무대에 설치된 발사체가 기괴한 외모와 신체의 가상 인물의 신체를 타격하고, 실재의 탄환에 맞은 가상의 인물은 엄청난 충격에 반응하며 무중력 상태와 같은 허공에 부유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잔인한 충격을 관객의 눈앞에서 확장시키고 이를 통해 폭력을 통한 숭고미를 구현한다.

▲ JF말루엥 <미의 세 여신>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관객이 직접 오큘러스(가상현실 체험용 VR기기)를 쓰고 참여해야 작품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전시들이 흥미를 끈다. JF말루앵의 <미의 세 여신>은 라파엘로의 <미의 세 여신>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관객이 조이스틱을 움직여 여성들의 포즈를 바꿀 수 있고 얽혀있는 여자들을 빼낼 수 있다. 가상현실에 자신이 개입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우리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하며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이성은 이승민의 <에테리얼>은 3미터 크기의 등신상 로봇과 오큘러스 고글로 구성된다. 관객이 고글을 쓰면 관객은 현재 자신의 뒷모습을 보게 되고 관객이 팔을 움직이며 로봇의 팔도 같이 움직인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이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타자가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인지하게 된다.

또 놀리의 <공간을 만지다>는 건물 모형을 만지면 그 건물의 내부가 보이도록 하면서 시각을 넘어선 공간 인지를 보여준다. 손이 닿으면 풀이 자라고 서대문 형무소를 형상화한 작은 모형을 만지면 또 다른 공간이 보여지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 팀보이드 <빛결 연작>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이밖에 알파벳이 몸짓을 하며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을 담은 김은진의 <배우가 된 텍스트>, 오선이 그려진 어항에서 물고기가 우연하게 만들어내는 악보에 따라 피아노가 연주되는 이재형 박정민의 <기계 즉흥곡>, 다양한 박테리아의 모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눈으로 보여주는 탈 다니노의 <마이크로유니버스>, 가까이에서 봐야 작품의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는 팀보이드의 <빛결 연작> 등 관객의 참여와 상상을 유도하는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