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되찾으며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진짜 시작은 지금이다
명성 되찾으며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진짜 시작은 지금이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10.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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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모두 공석, 부산시로부터 독립된 영화제로 거듭나느냐에 따라 운명 갈린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21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폐막식과 폐막작 <상애상친> 상영을 끝으로 10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을 시작으로 몇년간 각종 내홍과 영화인들의 보이콧으로 험난한 길을 걸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후 사퇴'를 선언하면서 변화를 추구했고 이에 국내외 영화인들이 영화제 참여로 화답하면서 이전의 화려함을 조금씩 찾는 모습을 보여줬다.

▲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지난해와 달리 국내외 스타들이 오픈 토크, 무대인사 등을 통해 부산 시민들과 만나면서 영화제의 분위기를 이끌었고 올리버 스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오우삼, 대런 아로노프스키, 바흐만 고하디 등 거장들이 부산을 찾으면서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침체된 것이 가슴 아팠다. 힘내라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왔다"면서 "과거의 위상으로 영화제를 되살리기 위해 최대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영화제 측은 결산을 통해 "지난해 대비 관객수가 17% 증가했고 아시아를 포함한 많은 영화인들이 방문해 영화제의 회복 성장세를 확인했다"고 밝히고 아시아독립영화인들의 공동성장 방안을 제공하고자 신설된 '플랫폼부산'의 안정적인 출발, 아시아 최고의 VR 시네마 전용관 운영과 관련 컨퍼런스 개최 등 산업적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그램 운영, 아시아필름마켓의 성장 등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신인감독들을 발굴하는 '뉴 커런츠상'은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와 모흐센 가라에이 감독의 <폐색>(이란)이 받았으며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하는 섹션인 '아시아의 창' 초청작 중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공개)로 상영되는 작품 중에서 선정되는 '지석상'은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의 <마릴라:이별의 꽃>(태국)과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금구모궐>(일본)이 수상했다.

또한 비프메세나상은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와 하라 카즈오 감독의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일본)이, 선재상은 곽은미 감독의 <대자보>와 시눙 위나요코 감독의 <마돈나>(인도네시아)가 수상했으며 <밤치기>의 박종환과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은 각각 '올해의 남녀배우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이 시민평론가상을 받았으며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가 CGV 아트하우스상, 안드레아스 하트만 감독의 <자유인>(독일, 일본)이 부산시네필상, <이월>의 김중현 감독과 <밤치기>의 정가영 감독이 비전감독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명성을 회복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후의 상황이 안갯속이다. 영화제 집행부들이 모두 공석이 된 상황에서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해야한다는 과제가 있고 무엇보다 진실로 부산시로부터 독립된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영화인들이 직접적으로 비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여전히 '소 귀의 경읽기'로 치부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행보도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 여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는 내년 영화제가 열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를 보이느냐에 따라 갈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일단 '정상화'를 외쳤기에 영화제가 순항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지만 그러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그 장애물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느냐에 영화제의 미래가 달렸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부산국제영화제 2기'의 시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