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공중파 파업에도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공중파 파업에도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 승인 2017.10.2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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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추석연휴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승패의 장이다. 올해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는 파일럿 프로그램 전쟁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2개의 공중파 방송사 KBS와 MBC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불꽃 튀는 전쟁이 예상되었던 추석 연휴가 이렇다 할 화재성을 일으키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성공작을 내 놓지 못한 아쉬움보다 더 많이 회자 되고 있는 이야기가 공중파 방송의 타 방송 베끼기 문제였다. 추석 연휴 파일럿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인기 높은 이른바 광고가 많이 붙을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오히려 독을 부른 것일까?

KBS 파일럿 중 상당수의 작품이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가진 예능이 대부분이었다. 시청자의 조롱이 이어졌고, 각 방송 연출자들은 자기들만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표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KBS만 해도 이미 세 작품이상이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혼자 왔어요>는 청춘남녀의 서로에 대한 호감과 감정을 스튜디오에서 토그 형식으로 분석하는 포맷의 예능인데, 채널A의 <하트시그널>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하룻밤만 재워줘>는 출연자가 계획 없이 해외를 돌며 하룻밤 잠자리를 요청하는 형식으로 Jtbc <한끼 줍쇼>를 연상케 했다.

또 <줄을 서시오>는 서울 대표 맛집을 출연진들이 대중들과 함께 줄을 서며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으로 Jtbc <밤도깨비>와 유사성을 드러내었다. 사실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 표절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물론 <불후의 명곡>까지 이미 폐지 수순을 밟은 타 방송사와는 달리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치 첫 방송 시기만 시청자들에게 뭇매를 맞으면 그만이라는 듯 표절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죄책감 또한 없어 보인다.

중국의 tvN <윤식당>부터 Jtbc <효리네 민박>까지 최근 저작권료나 판권판매 없이 무분별한 표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비난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정도이다. 물론 콘텐츠의 경향과 인기, 또 비슷한 소재가 이용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나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최근 KBS 새 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칭찬 받는 이유도 재미도 재미이지만, 내용과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KBS스럽지(?) 않다는 것이 주요한 평가이다. 이는 그만큼 공중파 방송사의 권위와 믿음이 얼마나 추락하였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기에 기뻐하기 전에 신랄한 평가에 오히려 반성과 자각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어쩌면 2대 공중파 방송사가 파업을 하고 있음에도 시청자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공중파를 대체할 유료 채널이 넘쳐나고, 더욱 참신하고 볼만한 방송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공중파 바라기는 이제 끝났다.

더욱 재미있고 신선한 콘텐츠를 직접 찾아서 보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재미없는 콘텐츠를 지켜봐줄 시청자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방송사 파업 때문에 참신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간의 행보가 잘 말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