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능소화/김동석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능소화/김동석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7.10.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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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김동석


옥비단 치마에 간들어진
춤사위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

눈부신 주홍빛 얼굴
새초롬한 꽃잎술에 숫벌의 진한 입맞춤
부풀어 오른 샛노란 유두

유혹의 바람결에 혼미한 몸을 던져
붉게 파고드는 아찔한 포옹

주홍빛 물들고 싶은 
꽃등 켜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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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여름과 가을 사이에 아마 가장 농염한 꽃이 능소화일 것이다. 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는 등 설화가 따라다니는 꽃. 이런 눈을 다치게 하는 치명적인 아름다운 꽃은 함부로 보지 말라고 하는 역설일지 모르겠다.

화자 역시 능소화를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움을 가진 꽃으로 본다. 능소화에서 진한 입맞춤과 유두를 상상하고 몸을 던지는 혼미한 아찔한 포옹을 상상한다. 이런 주홍빛 물이 들고 싶은 꽃등 켜지는 위험한 밤을 시인들은 가끔 갈망한다. (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