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전통의 의미를 바로 알면 전통음악이 보인다
[김승국의 국악담론]전통의 의미를 바로 알면 전통음악이 보인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7.10.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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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형이며, 미래에도 진행되는 것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얼마 전 평택포럼으로부터 평택시가 국제 전통음악도시로 가기 위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 세미나를 열고자 하는데 그 발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만 가지 일을 벌려 놓고 지내는 지라 몇 번의 망설임이 있었으나 평택과 여러 인연 때문에 끝내 수락을 하고 발제 원고를 보냈다.

평택시는 근대 경기음악의 명인으로서 한국음악사에 혁혁한 업적을 남긴 고 지영희 선생의 고향이다. 경기 전통음악의 불세출로 불리는 지영희(1909~1979) 선생은 경기남부 지역인 평택의 세습무 가계 출신으로서 피리, 대금, 호적, 단소, 해금, 북, 장고 등 거의 모든 전통악기 연주에서 명인의 경지에 이르렀던 탁월한 재인이었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2호 ‘시나위’의 예능보유자로서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에도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또한 참된 교육자이기도 했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통적인 가락들을 채보․정리하여 전통음악의 체계를 세웠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하였고, 지영희류 해금산조와 범범훈류 피리산조의 모체가 된 지영희류 피리산조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평택이 낳은 훌륭한 전통음악가이다.

세미나에 참석하여 나는  평택은 불세출의 전통음악 명인 지영희를 낳은 도시로서 국제 전통음악도시로 갈 수 있는 명분을 갖춘 도시라는 데 동의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기반 구축이 필요하므로, 우선 기초 문화재단 설립과 문화공간 구축, 정규 교육과정과 생활예술교육 측면에서 전통음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구축을 한 후에 타시도의 국제음악축제와는 확연히 차별화, 특성화된 국제적 규모의 전통음악 축제인 가칭 ‘지영희 국제전통음악제’를 개최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제안을 하였다.

그런데 발제가 끝나고 토론 순서로 들어가면서 ‘전통’이라는 용어에 혼선이 드러났다. 토론자로서는 평택시청 문화관광 과장, 지역 언론인 대표, 평택학(平澤學) 연구자, 지역 국악협회 지부장 및 모 무형문화재보존회 사무국장, 시민 대표, 서양음악 전문가 등이 참석하였는데 서양음악 전문가께서 “과연 과거의 음악인 전통음악이 현 시대의 주민들과 교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국제적인 축제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반론을 제기하였다. 국제 전통음악도시로 가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대다수의 포럼관계자들의 표정이 얼음이 되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통’이란 용어가 과거의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갖고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ㆍ관습ㆍ행동 따위의 양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를 살펴보면 전통이란 ‘전(傳)’과 ‘통(統)’의 합성어이고,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전달(傳達)과 계통(系統)의 합성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이란 사상과 관습과 행동 따위의 양식이 시대를 따라 전달되면서 모양이 달라져도, 그 속에는 변하지 않는 속성과 특성, 즉 불변의 유전인자가 그대로 내재되어 전달되어, 현재에도 그것은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진행되어 가는 것을 통칭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전통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형이며, 미래에도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전통음악은 우리 민족이 이 땅에 정착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진화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조선조 말이나 일제강점기 초기에 생성된 판소리, 민요, 선소리산타령, 시나위, 산조 등 전통음악은 그러한 진화의 산물이었으며 당대의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악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그 진화가 중단된 점이다.

전통음악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사랑받는 음악이어야 한다. 과거에 만들어진 전통음악은 애호가들이 있으니 과거의 음악대로 보존, 계승, 재현하면 된다. 허지만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창작국악, 혹은 퓨전국악 혹은 크로스오버 국악이라고 내놓은 음악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따져보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음악이 진화의 산물인 이 시대의 전통음악인지, 아니면 그저 실험 음악인지, 국악의 탈을 쓴 서양음악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통의 의미를 바로 알면 전통음악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