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정감사①] 국정감사 통해 드러난 문화재청의 적나라한 민낯
[문화재청 국정감사①] 국정감사 통해 드러난 문화재청의 적나라한 민낯
  • 이은영 편집국장/이가온 기자
  • 승인 2017.10.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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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도 훼손의 뒤에는 문화재청과 자문위원, 업자 간의 부패사슬

지난 12일부터 시작됐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는 국정교과서 갈등,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파행을 빚기도 했지만 출판계 블랙리스트 의혹, 축구협회와 KBO 문제 해부 등으로 국민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주목된 것은 지난 16일에 있었던 문화재청 국정감사였다. 이날 감사에서는 문화재청의 총체적인 부실행정이 연이어 드러났고 이 문제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었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사이에 우리 문화재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고 있었고 문화재청은 그런 문제들을 숨기기에만 집착했을 뿐 문제 해결 의지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문화재위원과 심의위원 등의 부적격자 선정, 용역사업 수주,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었다.

▲ 16일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이번에 문화재청 국정감사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재를 수리한다면서 본드로 싸구려 종이를 붙이는 것으로 모면하고 경복궁 건물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는데도 1년 반이 넘도록 방치하며 우리나라 등록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문화재 수리하라고 준 예산을 부속건물 수리하는 것에 쓰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보고도 과연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는 자괴감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황사 천불도 훼손, 문화재청과 자문위원, 업자들이 결탁한 적폐”

미황사 천불도. 전남 해남 미황사 대웅전에 있는 천 명의 부처를 그려놓은 벽화로 18세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황사 천불도는 유일하게 벽화로 그려진 천불도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10월 수리업체인 영산문화재연구소가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대나무칼로 그림을 벽에서 떼어내 보존 작업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원본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문화재청 설계자문위원은 “벽체가 뒤틀리는 등 상태가 열악해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으로 상황을 해명한 바 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고 이 사건이 결국 ‘부패’와 연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천불도 훼손의 뒤에는 문화재청과 자문위원, 업자 간의 부패사슬이 있다”고 주장했다.

▲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 의원은 "천불도 그림을 억지로 떼어내 다시 무리하게 붙이는 과정에서 사이사이에 줄이 생기는 등 심각하게 손상됐다"면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앞서 2006년에 천불도 모사를 위한 국비가 나왔는데 이를 이번 보존업자의 부인이 맡아서 했다. 부인이 예산을 받아서 모사 그림을 그리고, 몇 년 뒤에 남편이 수리를 한다면서 부인의 그림으로 원본을 대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부부가 전국을 돌면서 수의계약으로 각 사찰마다 다니며 돈을 버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설계·승인·기술지도 단계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김모씨가 모두 같은 인물이다. 이 분은 문화재청에서 20~30년간 근무한 분으로, 업체들과 함께 이런 무리한 일을 벌이는 것"이라면서 문화재청 자문위원이 특정 업체를 비호하며 문화재 훼손을 막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손 의원은 "고성 옥천사 지장보살의 수리한 부분을 뜯었더니 중국산 한지를 본드로 붙인 싸구려 종이가 나왔다"고 지적하면서 "문화재 자문위원들이 석조, 금속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있어 지류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국정감사에 참석한 한국화가 김호석은 “동남아산 저질 포장지를 보물에 붙였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는 예산보다는 전문성의 문제다. 싸구려 포장지에 본드를 칠해 붙였다는 것은 문화재 보존 철학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김종진 청장에게 질의하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화재 아닌 주변건물 공사에 533억원, 국가 등록문화재 30% 이상 방치”

현재 문화재 보수사업은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12조에 의해 총액계상사업(예산심사시 세부사업내역을 확정하지 않고 총액으로 계상)으로 분류돼, 집행 이전에 세부사업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되어있는데 이 법이 오히려 문화재 관리 여부를 알 수 없게 만들고 다른 곳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막지 못해 ‘깜깜이 예산’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은 “문화재청은 2015년 건조물문화재 정기조사를 통해 국보 및 보물 14건을 ‘보존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지난 8월까지 해당 문화재에 대한 수리와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문화재청이 문화재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국보 제47호인 경남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의 경우 탑비 수리가 아닌 (부속건물인) 도원암 극락보전 수리에 예산이 집행됐다”면서 “문화재청은 문화재의 보존가치와 보수의 시급성을 반영하지 않고 주차장, 탐방로, 인근 건물 보수, 화장실 건립공사 등 주변시설 공사에 3년간 533억원을 투입하는 등 해당 문화재보다 우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라는 분야의 특수성으로 인해 예산심사에서 특례를 인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깜깜이 예산으로 변질돼버렸다"며 "문화재청은 수리사업 목적에 맞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료를 통해 문화재청이 지난 4월 총 700건의 등록문화재 중 128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상시·정기 모니터링이 필요한 등록문화재가 8건(6.2%), 보수정비 필요 28건(21.9%), 긴급조치 필요 6건(4.7%), 주의관찰 필요 18건(14.1%)으로 나와 절반에 가까운 등록문화재가 관리 소홀로 훼손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을 밝혔다.

나 의원은 “2001년 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이후 4월 특별점검을 제외하고 단 한번도 정기적으로 점검한 적이 없었다”면서 “등록문화재는 소유자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상시 관리 체계를 만들고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인 문화재위원 알박기, 국립대 총장은 대기업 자문위원 겸직 등 부적절”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79건, 57억원 용역사업이 수의계약 형태로 문화재위원 및 전문위원과 관련된 기관에 돌아갔다. 문화재위원 임기가 2년인데 20년 가까이 직업처럼 갖고 있는 위원들도 있다"고 밝혔다.

몇 몇 문화재 자문위원들이 오랜 기간 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화재위원회의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문화재심의위원이 자신의 연구소에서 용역을 수주받는 실태, 설립 1달도 안된 회사에 3년간 수의계약으로 일감 몰아주기가 온당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특히 노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직전에 문화재위원들을 무더기 선정한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문화재청의 공모사업수주현황을 허위로 보고한 점 거듭 지적했다.

그러나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예산이 많지 않고 문화재 특성상 한 번 보존 수리가 이뤄지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개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종진 문화재청장

“도난문화재 관리 전혀 안 돼 있어, 안중근 의사 유묵 반드시 찾으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재청은 도난문화재 2만8260점 중 0.3%에 불과한 96점만 인터폴에 등재했고 우리나라 도난문화재 정보를 유일하게 제공하는 도난문화재정보 홈페이지도 매우 부실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난문화재가 국제시장에서 불법 거래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인 인터폴 등재가 미비해 도난을 당해도 불법 거래를 막을 수가 없고, 도난문화재가 총 35건, 283점이 있으나 이 중 총 17건, 204점은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없어 문화재청의 도난문화재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특히 조 의원은 문화재청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안 의사의 유묵은 1976년 청와대로 소유권이 변경된 뒤 현재까지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1983년 문화재 보존 관리 실태조사에서 청와대에 유묵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2005년 실태조사에서도 역시 청와대에 유묵이 없다는 것을 구두로 확인한 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2011년 한 언론사가 안중근 의사 유묵 실종을 보도하자 그제서야 탐문조사, 도난문화재 목록 등재 신청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어 조 의원은 "현재 국내 문화재 112건이 일본의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면서 ”반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여 불법 반출된 문화재는 환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국내 문화재 2건을 국보로, 110건을 중요문화재로 등재했으며 1900년전 이전부터 2000년 이후까지 국내문화재가 꾸준하게 일본 국가문화재로 등재되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사업가 오구라가 우리나라에서 약 1천여점의 유물울 수집한, 국내 대표 약탈 문화재로 여기고 있는 ‘오구라컬렉션’ 8점이 일본문화재로 등재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조 의원은 “국내에서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가 일본문화재로 지정됐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일본에 반환을 요청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해당 문화재들의 불법 반출 경로를 확인해 우리가 반환을 요구할 근거자료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처럼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문화재가 일본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면,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일본측의 반환을 요청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탈당한 문화재가 다른 나라의 국가 문화재로 둔갑한다면, 참으로 서글프고 억울한 일”이라며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해당 문화재들의 불법 반출 경로를 확인하여 우리가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국외반출문화재 환수 실적이 지난 4년간 직접매입 1건, 타기관 예산으로 환수협력 4건 등 총 5건에 그쳤다”면서 정부가 문화재 환수에 의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외소재문화재는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20개국 16만 8천여점이며 드러나지 않은 문화재 수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화재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등 혼란기에 유출되어 불법반출임을 입증할 수 있는 관련기록이 없어 환수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가 간 협상에 의존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의 국외 소장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적극적인 발굴과 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예산은 51억 원이며 그 중 문화재환수 사업 예산은 18억원이다.  나머지는 사실상 재단운영에 사용되고 국외문화재 긴급매입비용도 기존 20억원에서 내년 12억 원으로 삭감되어 문화재 매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예산 부족과 문화재 환수 노력 미흡을 지적했는데 개선되지 않고 있다. 10억 남짓한 문화재 매입비로는 해외 경매에서 국보급 문화재를 발견해도 매입 시도조차 할 수 없다”면서 조속한 환수를 위해서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예산을 대폭 늘려야한다고 밝혔다.

<2편에 계속>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