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정감사②]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다만 숨겼을 뿐이다'
[문화재청 국정감사②]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다만 숨겼을 뿐이다'
  • 이은영 편집국장/이가온 기자
  • 승인 2017.10.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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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21


“이순신 장군 모신 현충사에 일왕 상징 ‘금송’이라니”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에 일왕을 상징하는 나무인 금송이 자리잡고 있다. 왜적을 상대로 전쟁을 한 충무공 사당에 금송이 심어져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신동근 의원은 “현충사뿐만 아니라 칠백의총과 도산서원에도 금송이 심어져 있다. 충무공 후손들의 이전 요청 안건이 문화재위원회에 의해 잇달아 부결됐는데 모두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충사 현판. 숙종의 현판이 있음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일왕을 상징하는 수종으로 도쿄 메이지 신사에도 심어져 있는 금송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현충사에 기념식수를 하면서 심어졌고 임진왜란 때 전사한 조선 의병 700인의 혼을 모신 칠백의총의 금송은 역시 박 전 대통령이 1971년 4월 대한민국 예비군 창설 기념행사 후 기념식수를 한 것이다.

또 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을 가르쳤던 도산서원 경내의 금송은 박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를 했지만 말라 죽으면서 안동시가 동일한 수종으로 다시 심은 것이다. 

문화재위원회는 2000년 이후 금송 이전에 관한 안건을 세 차례 심의했지만 역사성과 시대성을 근거로 이전을 결정하지 않았고 지난 8월 이순신 장군의 후손과 시민단체는 현충사 내 금송을 경외로 이전해달라며 문화재청에 진정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동근 의원은 “일왕을 상징하는 금송이 민족의 역사가 담긴 사적지 경내에 있는 것은 선조들 앞에 죄를 짓는 일”이라며 금송 이전을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안민석 의원은 현충사 현판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안 의원은 “조선 19대 임금 숙종이 충무공의 공적을 기려 현충사에 직접 현판을 사액했는데 현재 현충사에는 숙종이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적폐다. 청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숙종의 현판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진 청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0년대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하며 새로 지었던 현판”이라면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안 의원이 질의를 지속하자 “전문가 의견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입장을 밝혔다.

4대강 마구 파헤쳐, 문화재 훼손 심각, 문화재청 방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의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8,9년에 시민단체에서 4대강 문화재 훼손에 대해 여러번 지적했는데 당사 지표(수중)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문화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도 무자격자인 동방문화재연구소에 여러 곳의 수중지표조사를 맡긴 이유가 무엇인지, 진상 파악해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 또한 “여의도 면적의 860배가 되는 4대강의 문화재 훼손 문제에 대해 감사원 감사 결과 33건의 위반 사항이 나왔고 국무조정실 등에서도 277건을 적발했지만 대부분 당시에 기소됐던 사람들은 기소유예와 각하, 혐의없음 등으로 단 1명도 구속된 사례가 없다”며 “이 문제를 다시 짚어서 재고발 등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경복궁 균열 확인됐는데 왜 아무런 조치도 없는가?”

문화재 안전 문제도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추석 연휴 경복궁에 직접 가서 근정전 기둥이 활처럼 휘고, 천장 반자가 들떠있고, 상부 대들보에 균열이 있고, 단청이 탈락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문화재청이 이미 1년 6개월 전에 알았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종진 청장은 "(경복궁에) 정밀 계측기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석굴암 관리가 시급해져 설치하지 못했다. 올해 예산으로 빨리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년에 4번 육안으로 모니터링은 지속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리·보수가 필요한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문화재청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유지관리 대책을 많이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관광객에 의한 첨성대 무단 침입사건이 있었다. 목조문화재는 화재가 나면 영원히 복구하기 힘든데 전국 목조문화재 330개 중 65개소에 CCTV 설치가 안 돼 있다”면서 목조문화재 안전 관리와 감시를 주문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 경복궁 내 고종의 서재에서 운영 중인 북카페에 커피포트가 있고, 외소주방에도 인덕션 같은 화기를 설치하기 위해 전기승압공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화재위험이 상당한 인덕션을 5개나 설치해 놓고도 소방기구가 하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청장은 "소주방 활용은 건물을 복원하고 그대로 두는 것보다 본래 공간의 기능을 살려서 방문객들에게 보다 의미있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1년에 몇 차례만 운영한다"면서 "인덕션 문제는 소방관련법으로 매주 점검하고 있고 직원들을 배치했다. 더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처럼 엄청난 문제들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김종진 청장은 “검토해보겠다”는 말과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혀 문화재 관리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 주사기를 이용한 풀칠만으로 문화재를 보수하고 있다

특히 ‘적폐’로 분류되고 있는 이른바 ‘담합 논란’과 ‘본드 수리’, 문화재위원회 개혁 등에서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에 안민석 의원은 “적폐를 청산하라고 (대통령이) 청장으로 임명한 것이 아니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화재청의 심각한 문제는 단순하게 ‘문화재청이 우리 문화재에 이렇게 무관심하다니’라고 놀라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재가 누더기로 변하고 해외로 간 문화재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되고 우리 후손들이 입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문화재청이 ‘적폐’의 오명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보여야만이 다시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