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들여다보는 도시조명 이야기] "매의 눈으로 빛을 감독하라!”
[문화로 들여다보는 도시조명 이야기] "매의 눈으로 빛을 감독하라!”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7.10.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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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 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의 야간경관이 매우 많은 법과 가이드라인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짐작컨대 관련업계에 있는 사람들도 수많은 법규를 모두 다 알고 그 안에서 계획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야간경관계획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선적으로 하는 일이 관련 법규검토이다. 우선 환경부에서 고시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 있는데 공원등, 보안등과 같은 공간조명과 건물이나 교량의 조명과 같은 장식조명에 대한 조명계획수립기준이 명시되어 있고 공간별 권장조도는 ks기준을 따른다. 이는 전국 어디에서나 지켜야 하는 기초법규이고 지자체 별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밤거리가 밝은 서울시의 경우 선도적으로 조명환경관리 구역을 나누고 구역별 조도, 휘도 기준 및 상향광 등급 기준이 정해져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모습에 맞게 - 예를 들면, 4대문 안과 밖- 색온도 기준까지도 수립되어 있다.

요즈음 조명산업의 가장 큰 이슈메이커인 미디어 파사드에 대한 가이드라인, 옥외광고조명에 대한 빛방사 허용기준도 이미 다 만들어져 손전등 하나도 함부로 켤 수 없을 정도의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어떤 법규나 정책보다도 빛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지고 지켜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유기적인 도시의 모습을 반영하여야 하기 때문이 첫번째 이유이고 기 설치된 조명도 또 하나의 유기체적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LED technology는 다양한 질의 빛을 제공할 뿐 아니라 쉽게 조절 가능한 특성까지 갖고 있어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수치를 넘나드는 계획이 어렵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좋은 빛’을 위한 심의나 법규와 같은 장치들이 과연 언제까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기도 한다.

서울시는 야간경관계획 가이드라인 수립 후 3년마다 빛공해에 의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그 추이를 살펴보고 있는데 법 제정 이후 올해가 두 번째였다. 그간 열심히 통제, 관리한 덕인지 공간조명, 장식조명에 의한 빛공해 민원은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특히 골목길 보안등교체를 하면서 기존 주황색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조명기구가 하얀 빛을 내는 모자를 쓴 형태의 등기구- 전문용어로는 컷오프(cut off)형이라고 한다-로 교체되면서 사람들은 창을 통해 밝기가 침입해 들어오거나 창밖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빛무리에 의한 피해는 줄어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들이 과한 밝기의 간판과 종교표식의 조명에 대해 불편을 표시하는 숫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일하고 있는 건축가 아론 탄은 2011년, 서울의 야경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에서 이미 도시 야경 속에 빛나는 십자가에 대해 비평한 바 있다. 또한 영화 도쿄택시에서도 서울에 온 일본인들이 서울의 야경을 보며 “왜 이리 도심에 무덤이 많지?” 라는 대사를 한다.

2011년 빛공해 방지법 제정 당시 교회 십자가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제외 되었지만 여전히 빛공해 민원의 주범으로 책상 위에 올라오는 논란의 주인공인 것은 사실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위한 사회규제가 많지 않은 중국에서도 이미 2015년 십자가의 크기나 설치 위치에 대한 조례 제정을 시도했다는 것은 -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확실하지 않다 - 주의깊게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다.

옥외 광고물은 허용하는 밝기에 대한 기준을 빛공해 방지법 상에 명시하고 있으나 광고의 특성상 옆집보다 눈에 뜨이기 위해 조금씩 밝아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디지털광고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이는 빛공해 시한폭탄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전광판의 광원과 해상도도 기술 발달의 혜택으로 과한 밝기가 피해가 되고 있으나 아직은 들이댈 ‘자’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수천개의 크고 작은 광고물에 ‘자’를 들이대어 강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외국 거리의 가지런히 조화를 이루는 간판들은 시민단체의 강력한 통제의 결과라는 말이 부러울 따름이다.

서울의 야경은 세계에서 밤이 아름다운 도시를 꼽을 때 3등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 이유가 야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물의 조명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진 mega city 서울의 밤은 아름답다. 고층건물, 대로변의 밝음이 아름답고 또 산과 고궁, 골목길에 남겨진 어둠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고 우리의 삶 속에서 좋은 빛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애써야 할 부분은 법규나 가이드라인을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아니라 개개인이 의견을 내고 행동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매의 눈으로 빛을 감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