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정치적 권력과 몰락, 그리고 문화재적 가치 … 현충사의 적폐 논란
[다시 보는 문화재] 정치적 권력과 몰락, 그리고 문화재적 가치 … 현충사의 적폐 논란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7.10.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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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사적155호)의 ‘적폐’ 논란이 뜨겁다. 지난 16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현충사에 걸린 박정희 대통령 친필 현판이 ‘적폐’로 지목되면서 네티즌 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충사 논란은 지난 9월 이순신 종가 측에서 현충사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의 현판을 철거해달라는 요구가 한 언론사에 보도되면서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충사 본전에 들어서면 위치한 일본나무 금송의 이전 문제도 함께 이슈가 되고 있다.

조선 19대 임금 숙종이 재위시절 이순신의 공적을 기려 현충사에 직접 현판을 사액(賜額)하였으나 현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된다. 사액은 임금이 사당이나 서원 등에 이름을 직접 지어 새겨 걸어놓은 것을 말한다.

즉 조선시대 임금의 사액은 왕실의 권위로 인정을 받은 것이기에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숙종의 현판은 신축된 현충사 옆 인적이 드믄 구 현충사에 걸려있어 그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충사는 1932년 기부 성금으로 보수하여 복원된 바 있다. 광복 이후에는 충무공의 유물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유물 전시관이 개장되었고,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진행하며 현충사의 주변공간들을 확장하여 충무공의 영정을 모시는 본전과 가옥, 활터도 새로이 개장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충사 현판

이때 현충사 현판이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로 교체된 것이다.  2011년에는 충무공탄신일을 기념해 현충사 경역에 충무공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도 개장하였다. 이렇듯 광복 이후 현충사 경역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아지면서 정작 보존되어야 할 현충사는 화장실 옆 인적 드믄 곳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이순신 종가 측에서는 방치된 숙종 현판을 다시 복구할 것을 문화재청에 요구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도 교체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현충사 현판 교체만으로 현충사의 본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현충사 본전 정문인 충의문의 현판 역시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다. 충의문 전에 충무문도 성역화 사업으로 지어진 새 관문이며, 충의문 역시 32년 현충사 중건 때 세워졌다가 67년 본전이 확장이전하게 되면서 새로이 개축된 관문이다. 본래 현충사와는 역사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본전 왼편에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라고 적힌 기념석이 위치해 있고, 그가 직접 헌수한 일본나무 금송이 심어있다. 호국정신을 떨쳤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는 장소에 일본의 국민나무가 심어져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이질적인 것은 성역화에 따라 확장 이전해 신축된 콘크리트 건물의 현층사 본전이다. 이곳에 충무공의 영정과 조선시대 사용한 영기가 보존되어 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판이 걸려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현충사 본전 앞의 일본산 금송

네티즌의 논란이 뜨겁다. ‘이순신 장군 앞에서 어디 시대성과 역사성을 운운하느냐’, ‘현충사는 1932년 중건된 것이기 때문에 구 현충사 현판에 있어야 함이 마땅하다’, ‘적폐는 과한 해석이다.

현판은 바꾸면 되고, 금송은 일본에만 자라는 나무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 ‘대원군 서원철페령에 의해 현충사는 이미 철폐되었는데, 원래 현판은 어떻게 하는 게 맞겠느냐’ 등 의견이 분분하다.

현충사는 보존되어야 할 문화재임은 틀림없다. 문화재로서 현충사의 가치와 의미를 퇴색시키는 보존관리라면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할 필요는 있다. 다만, 그것이 정치권력에 의해 보존되고 보호되는 것이 아닌 문화재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후대에 남겨주기 위함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충사 현판에서 시작된 논란이었으나, 이제는 한 개인의 정치적 권력의 힘과 몰락에 과거와 현재를 비춰보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여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라는 댓글을 쓴 한 네티즌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무관심과 관리 소홀 등 해당부처에 비난이 범람하고 있다. 현충사의 현판만큼이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현충사가 지닌 제전으로서의 문화재 현장이 온전히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복원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