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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일랑 이종상 화백과 ‘랑우회((浪友會)’ 제자들 ① “3대로 이어진 그림, 서로의 영감이 통하는 것이 예술인가 봅니다”
제자들 스승 8순맞아 “아름다운 거사” 3대 전 기획
2017년 10월 31일 (화) 12:51:31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지난 9월 2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흰물결갤러리에서 '이종상과 랑우회원 초대전-한국화의 자생성 同音(동음)과 異音(이음)' 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팔순을 맞은 일랑 이종상 선생과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 그리고 그 제자들이 가르친 '손제자'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였다. 그야말로 3대에 걸친, 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전시였다.

이들을 이어준 끈은 '랑우회(浪友會)'였다. 일랑 이종상 선생을 중심으로 미술학도들이 모인 일종의 '스터디 그룹'이었다. 이들은 일랑 선생의 열강을 들으면서 미술을 배웠고 미술 이전에 '인간이 되라'는 것을 배웠다. 

랑우회를 통해 미술의 길로 들어선 이들은 스승과 필적할(?) 만큼의 대가들이 됐고 그 대가들이 다시 제자들을 가르쳐서 그 제자들이 다시 화가의 길로 나섰다. 그렇게 3대에 걸친 미술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선보인 것이 바로 이 전시였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조경호, 김선두, 이영, 이정연 작가, 일랑 이종상 선생, 손연칠 작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전시회를 맞아 일랑 선생과 랑우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손연칠, 김선두, 이정연, 김근중, 조경호, 서용, 이종민, 고리들, 박대조, 이영 등 한국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작가들이 바로 이번에 작품을 전시한 랑우회 회원들이다. 

미술계가 인정하는 중견의 화가가 됐지만 스승인 일랑 선생 앞에 서자 이들 모두 20대의 미술학도로 되돌아갔다. 엄격했지만 인간적으로 함께 했던 선생과 제자가 그렇게 만났고 일랑 선생을 먼발치에서만, 혹은 말로만 들었던 손제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3대가 모인 미술관은 시끌시끌했다. 미술관이 ‘사람 사는 곳’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이 자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요”. 어느 분이 했던 말인지는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사실 ‘마지막’이라는 말은 그렇게 기분좋은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화가 3대가 같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지금 보지 않으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런 역사적인 만남을 직접 봤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미술의 3대를 한꺼번에 만난다는 것은 전례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거사’를 통해 만나게 된 ‘아름다운 인연’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제자들 그림 보며 맥이 이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제자들) 그림이 참 낯설지가 않아요. 내 삶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냉철하게 봐도 맥이 이어지는 것이 느껴져요”. 일랑 이종상 선생의 감회어린 소감이 나오는가 했는데 바로 다음에 한 말은 이것이었다. “그래도 제자들 그림을 보면 혼내주고 싶은데 손제자들 그림을 보면 정말 사랑스러워요(웃음). 손주 보는 느낌이에요”. 

“부모들은 자식에게는 책임감이 있잖아요. 내 자식은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생각. 그러니까 계속 가르치려하고 잘못하면 야단을 치기도 하죠. 하지만 손자 손녀를 보게되면 바뀌어요. 책임감이 없으니까 뭐든지 사랑스럽게 보이죠. 그것하고 똑같아요. 아마도 손주가 생기면 저하고 똑같은 생각 하실거에요(웃음)”.

   
▲ 일랑 이종상 선생 (사진=정영신 사진가)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표정은 그가 하는 말처럼 할아버지가 손자를 보는 표정 그 자체였다. 어느새 중견 작가로 성장한 제자들, 그 제자들의 제자들이 성장해 자신의 화풍을, 나아가서는 한국미술의 정통성을 이어간다고 생각하기에 일랑 선생은 야단보다는 칭찬을, 사랑을 더 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랑우회에서 일랑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손연칠 작가의 제자로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이영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너무나 영광스럽죠. 일랑 선생님께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은사이신 손연칠 교수님께서 선생님을 항상 마음으로 대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그 분의 큰 뜻이 교수님께도, 저에게도 전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업 때도 종종 선생님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일랑 선생님을 잘 몰랐는데 중고등학교 때 국사책에서 고구려벽화 쌍용총이 있더라고요. 그 쌍용총을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학생일 때 ‘이걸 어느 분이 그렸나’하고 궁금했는데 나중에 일랑 선생님께서 그리신 것을 알고 ‘잘 찾아왔구나. (일랑 선생님과) 끈이 닿으려면 손 교수님을 놓치면 안되겠구나’했죠(웃음). 선생님들을 많이 찾아다니면서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 '손제자' 이영 작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인간이 되라, 인간이 되고 그림을 그려라”

서울대학교에서 강사로 일하던 일랑 선생은 젊은 나이에 서울대학교의 교수가 된다. 하지만 교수가 되면서 외부 강의를 하는 것이 불법이 됐다. 그 무렵 일랑 선생에게 미술을 배웠던 이들이 한데 모여 석관동에서 모임을 결성한다. 그것이 바로 랑우회였다. 

랑우회(浪友會), 그리고 선생의 호인 일랑(一浪), 일랑 선생이 “결국 선생하고 친구먹자는 이야기 아냐?”라는 농담을 던질 만하다. 그렇지만 그 말 속에는 격의없이 열린 마음으로 제자들과 함께한 선생을 향한 존경심과 사랑, 정이 담겨 있었다. “제자들과 벗으로 지내니까 지금까지 오래오래 사는 것 같아요” 역시나 미소가 함께한 답이었다.

“선생님이 학교에 계실 때가 한창 박정희 정권이 위세를 떨치던 때였어요. 6개월 이상 수업이 없던 때도 있었을 정도로 어지러운 시절이었죠. 교수들도 거의 수업에 대한 열의가 없었어요. 출석만 부르고 다시 나가시는 일도 많았고... 그 때 유일하게 열강을 하셨던 분이 일랑 선생님이었죠. 워낙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시니 그분을 따라 동양화로 전공을 옮긴 학생들도 있을 정도였어요. 워낙에 철두철미하시고 어디서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어요”.(이정연 작가)

   
▲ 조경호 작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공모전에 작품을 내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왜냐면 공모전에 빠지게되면 결국 그 작품들을 따라하게 된다는 거죠. 멀리 보고 그런 말씀을 하셨던 거에요. 이런 말씀도 기억나요. ‘10년만 공부해라. 그 다음은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제가 10년 동안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고 교수가 됐어요. 그 후로는 정말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 10년간 배운 것을 풀어놓으면서 지금 40년을 하고 있습니다(웃음)”(손연칠 작가)

“테크닉보다 더 중요시여기는 게 ‘인간이 되라’였어요. 인간이 되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죠. 사실 아직 덜 된 것 같은데...(웃음)”(조경호 작가) 

<2편에 계속>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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